지난 7월 2일 서정희는 남편인 서세원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남편 서세원과의 혼인 관계를 청산하길 원한다는 내용의 소송장과 함께 이혼 사유를 입증하는 자료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1982년 결혼에 골인해 32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해오던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의 파경 소식은 연예계는 물론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혼의 이유가 서세원의 외도였다는 것.
서정희는 침착했다. 서세원의 폭행 시비 이후 연락을 주고받았던 때보다 감정은 다소 누그러진 것 같았다. 그녀는 이혼소송을 낸 며칠 뒤인 지난 7월 8일 기자에게 서세원과 이혼하기까지 자신이 힘들었던 점을 토로했었다.
“예전에 저는 무조건 방어하며 (언론 등이) 남편을 힘들게 하면 보호하려고 몸부림쳤어요. 사람을 막고, 안 보고, 안 듣고, 관계를 끊고,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며 외로운 시간을 철저히 신앙생활로 버텨왔습니다. 백번도 더 죽고 싶었지만 주님을 바라보며 견뎠습니다.”
서정희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간 대중에게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저를 사랑해주셨던 팬 여러분과 교회의 목사님, 성도님들께 실망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32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신앙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삶을 살아왔어요. 남편에게 믿음만 생기면, 목사만 된다면 모든 것이 변화될 줄로만 생각했습니다. (서세원이) 목회자가 된 후 1년 동안은 변화되는 모습에 기뻤고 정말 세상을 다 얻은 듯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무너져 세상 습관으로 돌아갔고, 폭행 사건과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 후에도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 하고, 언론에는 잘 해결되었다며 가정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뒤로는 저를 사기죄로 고발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5월 10일 있었던 폭행 사건. 당시 서세원 측은 ‘단순한 부부싸움’이라고 주장했지만 서정희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았었다. 서정희는 폭행이 있던 그날 청담동에 위치한 P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서 서세원이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고 욕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옷이 찢어지고 몸에 상처까지 나면서 주변의 도움으로 경찰을 부르게 됐다고 했다. 사건 이후 두 사람이 만났느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서정희의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서세원은 서정희와 전화나 문자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서정희의 말투는 자조적이었다. 일전에 이뤄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 서세원의 여자 문제를 짚었듯 기자에게도 서세원의 여자 문제를 언급했다.
“저는 너무 연약한 그냥 여자였습니다. 어린 여자를 질투했습니다. 제 자리를 뺏길까 봐 전전긍긍하다가도 울어버렸습니다. 어떻게 살아온 32년인데요. 이 가정이 깨질까 봐 벌벌 떨며 살았습니다. 어쩔 땐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움이 생겼습니다.
제 안에 분노가 생긴 걸 보고 또 울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진리가 반드시 이김을 믿습니다.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저는 살 가치가 있습니다. 더 이상 불의와 타협한 채 그 자리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혼소송을 제기하기 앞서 서정희는 사기 혐의로 한 차례 피소당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7일 50대 남성 A씨는 2011년과 2013년 각각 한 번씩 모두 두 차례에 걸쳐 5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며 서정희를 고소했다. 그리고 이 ‘5억 사기 피소’ 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들의 이혼소송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정희가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5억원의 빚에 대해 누구에게 채무를 지울지,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채무가 할당될 것인지 불꽃 튀는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산분할에 관해서도 쉽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혼 후 방송 활동이 거의 없던 서정희이지만 연예계에서도 손꼽히는 내조의 여왕으로 서세원을 비롯한 가정을 잘 꾸려왔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서정희는 이에 대해 “내가 전세금 20억원을 받고도 5억원이 주기 싫어 미국으로 도망친 사람이 돼 있더라. 전세금을 받아 은행 대출금을 갚았고 서류도 다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이어 “그 5억원도 내가 빌린 게 아니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신용카드 한 장 없이 살았다. 돈을 가져본 적이 없다. 빌렸다는 돈은 본 적도 없고, 서류도 못 봤다. 내가 쓴 돈도 아닌데 왜 나만 고소당했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정희는 힘든 현실을 종교의 힘으로 이겨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극심한 스트레스로 한때 몸무게가 38kg까지 빠지기도 했다.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해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말씀과 기도, 예배에만 하루에 10시간씩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배가 제 생명줄입니다.”
전도사 직분을 가졌던 서정희는 종교적인 양심과 힘겨운 현실의 괴리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을 지키며 여러 가지로 힘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손을 먼저 잡고 이끌어야 하는 전도사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먼저 도움을 청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하는데 제 마음이 복잡하니 쉽지 않습니다. 윤동주의 서시에서 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습니다. 아직까지 작은 풍파에도 흔들리는 연약한 저이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먼저 기꺼이 손을 내밀겠습니다.”
그녀는 서세원에 대한 용서를 언급하기도 했다.
“제가 결단(이혼)하지 않으면 그가 또 예전처럼 하고 싶은 걸 무턱대고 저지를까 봐 걱정됐어요. 또한 저 스스로도 제 믿음을 속이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됐어요. 나아가 목사로 활동했던 남편이 앞으로 진정으로 회개하고 변화되어 돌아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서정희는 기도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다. 그녀 역시 처절하게 날개를 펴려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