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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여진이 엄마에게 선물한

모전여전(母傳女傳) 하우스

부잣집 외동딸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생활력 강한 ‘캔디’ 최여진. 배우 하겠다고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지 12년 만에 캐나다에 남겨둔 엄마를 한국으로 모시게 되었다. 규모는 작지만 집 안 곳곳 엄마의 취향을 담은 최여진·정현숙 모녀의 새 보금자리를 소개한다.

On July 29, 2014


엄마를 위해 발품, 손품 팔아 쌓아 올린 집
경기도 양평, 외딴 곳에 덩그러니 집 한 채가 자리 잡고 있다. 배우 최여진이 엄마를 위해 마련한 공간으로 캐나다 집처럼 앞뒤로 산이 보이고 집 바로 옆으로 개울이 흐른다. 지인들 사이에서 구두쇠로 소문난 그녀는 적은 돈도 허투루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충동구매 하듯 집을 장만했다고 고백했다.

“땅 임자는 따로 있다고 하잖아요. 이 집과 인연이 있는 게, 딱 제가 원하는 환경이에요. 개들을 키워야 해서 근처에 다른 집이 없어야 하고, 엄마가 전원을 좋아하니 주변에 산과 물이 있어야 하거든요. 시공을 맡은 소장님도 이 터가 좋다며 저를 기다린 집 같다고 하셨어요.” 알고 보니 정작 그녀 자신은 7년째 같은 월셋집에 살고 있단다.

“원래는 제 집을 장만하려고 했어요. 사실 캐나다에 있는 집은 여기보다 훨씬 크고 좋거든요. 근데 엄마는 제가 없는 집은 지옥 같다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계획보다 1~2년 앞당겨 엄마를 한국으로 모시게 된 거예요. 저는 뭐, 시집가서 좋은 집에 살면 되잖아요. 엄마 마음이 편해야 제 마음이 편하거든요.”

지난겨울, 터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 꼬박 반년 걸려 완성한 전원주택은 99㎡(30평)도 채 안 되는 작은 집이지만 엄마를 생각한 딸의 마음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엄마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공간은 집 뒤쪽에 있는 개 숙소 겸 목욕탕. 엄마의 허리 높이에 맞게 세면대를 제작해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 개를 목욕시킬 수 있다.

그 건물 바로 옆에는 캐노피 달린 정자가 있는데, 따스한 햇살 쪼이며 엄마와 차도 마시고 지인들을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열 수 있다. 엄마가 좋아하는 꽃나무를 곳곳에 심는 세심함도 발휘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 같은’ 엄마를 보며 최여진은 ‘엄마 미소’를 짓는다. “엄마가 서른 살부터 혼자 저희 남매를 키우셨어요. 그런 엄마를 보면 늘 마음이 안타까워 어렸을 때부터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 제 꿈이었어요.”

창고로 쓰던 건물의 일부를 허물고 캐노피 달린 정자를 만들었다. 햇살 좋은 날 엄마와 야외에서 차 마시기도 좋고 개들과 놀아주기에도 안성맞춤인 공간. 왼편에 간이수도를 만들어 바비큐 파티를 할 때 용이하다. 프렌치 시크 블랙 정원 테이블과 잘 어울리는 모던하면서도 우아한 화이트 식기 세트 행남자기.


편견을 넘어, 꿈을 이루다
중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 간 최여진이 2001년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은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당시 연예계 등용문으로 통했던 슈퍼모델선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는데 안타깝게도 입상에는 실패했다.

“무대 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정말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한 번 좌절을 맛봤다고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패션쇼 모델로 서면서 적당한 기회를 엿보는 것으로 우회하기로 했죠.” 캐나다로 돌아간 최여진은 엄마한테 한국에 가겠다고 통보하고 아르바이트 급여로 산 비행기 티켓과 현금 1백만원을 들고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연고가 있다거나 무슨 계약이 돼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시 그녀 나이 스무 살이었다.

“저는 한 번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이루고 말거든요. 한국에서 배우가 돼서 엄마를 행복하게 해줘야겠다는 목표가 있어서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한 덕에 모델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고 소속사를 만나 1년여 동안 준비 끝에 KBS2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제대로 배우 신고식을 치렀다.

<건빵선생과 별사탕>의 부족함 없이 자란 여고생, <황금신부>의 외동딸, <로맨스가 필요해>의 의류 쇼핑몰 대표, 그리고 <돈의 화신>의 여검사까지, 최여진은 웬만한 ‘엄친딸’ 연기는 모두 섭렵했지만 실은 감정을 표현하기 가장 어려운 역할이라고 했다.

“고등학생 때 엄마가 교민에게 사기를 당해서 길거리로 내몰린 적이 있어요. 햄버거 가게, 치킨집, 일식집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굴곡진 인생을 연기할 때 감정 표현이 쉬워요. 반대로 부잣집 딸은… 겪어본 적이 없어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죠.” 고생이라곤 모르고 살았을 것 같은 도회적인 외모와 달리 오늘날의 최여진은 하루아침에 운 좋게 완성된 배우가 아니었다.

블랙&화이트 콘셉트의 모던한 주방.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할 수 있도록 넉넉한 사이즈의 테이블을 놓았다. 전구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조명 공간조명, 대리석 테이블과 잘 어울리는 모던한 화이트 체어 두닷.

주방은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곳인 만큼 가장 공 들여 작업한 공간이다. 다양한 가전제품이 눈에 띄는데 두 모녀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최여진은 몸매 관리를 위해 과일과 채소를 넣어 짜낸 건강주스를 마시고, 어머니 정현숙씨는 눈을 뜨자마자 커피부터 내린다고. 착즙기 휴롬, 그라운드와 캡슐 호환이 가능한 커피머신 까페이탈리아.


여자보다 강한 엄마, 그 엄마보다 강한 딸
어느 모녀든 그렇겠지만 최여진이 엄마 정현숙씨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욱 애틋하다. 여느 딸들처럼 자신의 굴곡진 인생을 엄마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최여진은 엄마를 원망한 적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서른 살에 혼자가 되셨는데 지금 저보다 더 어린 나이에 여자의 삶이 아닌, 두 아이 엄마의 삶을 선택한 거잖아요. 진심으로 고맙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정현숙씨에게 한국에서 ‘결손가정’이란 딱지를 떼는 것도, 연고 없는 타국살이도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았다. 다행히 항상 그녀 옆에 듬직한 딸이 버티고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엄마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으면 오히려 제가 혼내요. 제가 원래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서 엄마한테 따뜻한 말을 잘 못해요. 마음에도 없는 모진 말을 내뱉고 금세 혼자 또 아파하죠.”

캐나다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아예 한국으로 들어온 정현숙씨는 여느 엄마처럼 딸네 가서 몰래 청소해주고 맛있는 반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주며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다. “캐나다에 있을 때도 비록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항상 제 마음은 24시간 여진이와 같이 있었어요. 지금쯤이면 여진이가 무엇을 하고 있겠구나, 생각하면서요. 시간대별로 인터넷에 접속해 여진이 관련 글은 다 찾아봤는걸요.” 딸과 종일 붙어 있을 생각에 어떤 이야기가 나와도 엄마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통창 밖으로 보이는 싱그러운 자연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울리는 거실 전경. 뒤쪽 벽면의 디자인이 독특한데 침실 문과 욕실 문을 연결해 하나의 이미지 월을 만들었다. 현관문을 열면 모든 방문이 바로 보이는 구조라 보기 좋지 않아 일반적인 방문 대신 이미지 월을 선택한 것. 등받이와 팔걸이의 높낮이를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어 편안한 착석감을 느낄 수 있는 소파는 다채움가구.

타일에 힘을 준 욕실 전경.

욕실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이 부모님을 위한 공간. 심플한 호텔 침구를 선택해 캐주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침대 다채움 가구, 침구 누비지오, 북유럽 감성의 스트라이프 러그 체리쉬.

왼쪽에 위치한 최여진의 침실은 전반적으로 톤 다운된 핑크 컬러를 사용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침구와 잘 어울리는 스트라이프 러그 체리쉬, 침대와 리클라이너 다채움 가구.


‘어중간한’ 배우
“모델을 하기에는 키가 작고, 배우 하기엔 키가 큰 편이에요. 모델 하기엔 얼굴이 예쁜 편이고, 배우 하기엔 외모가 부족하죠.” 최여진은 스스로 자신을 이렇게 평가했다. 어찌 보면 뭘 해도 어중간해서 불만스러울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저것 두루 어울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와 영화의 주·조연부터 예능 프로그램 MC, 지난 2012년에는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 2>에서 수준급의 춤 실력을 뽐내며 팔색조 매력을 어필했다. 최근 tvN 미니시리즈 <응급남녀>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최여진은 사극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목구비가 동글동글해서 의외로 전통 복식이 잘 어울려요. 데뷔 초부터 인터뷰가 있을 때마다 말해온 것 같은데 아직까지 작품이 안 들어와요.(웃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데 이미지 때문에 그걸 몰라주는 것 같다고도 했다.

“제가 외모가 좀 특이하고 강하게 생겼잖아요. 그리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많이 맡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배우로서 이미지가 고착화된 느낌이 있어요.”
알고 보니 한국에서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 어렵게 받은 캐나다 영주권마저 포기했단다. 캐나다는 5년 중 2년은 자국에 머물러야 영주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

현관 입구 전경. 깨끗한 화이트 벽면에 잘 어울리는 시원한 블루 컬러의 그림 액자는 김보희 작가 작품으로 그림닷컴. 공간이 부족해 거실 한편에 철제 파티션을 시공해 간이 서재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엄마와 나란히 앉아 책을 볼 계획이라고. 테이블과 의자, 책장 모두 두닷,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듯한 푸른색 다리 그림은 그림닷컴.

외국 생활에서 엄마의 친구가 되어준 개들을 위한 공간. 오른쪽 철제 세면대는 개를 씻기는 목욕탕으로 엄마의 허리 높이에 맞게 제작했다. 샤워장 왼편은 개들의 임시 숙소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최여진은 데뷔해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슬럼프는 없었지만 아직 자신을 대표하는 작품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하면 전지현씨가 떠오르는 것처럼 ‘최여진’ 하면 바로 생각나는 저만의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처럼 조금씩 노력하면 언젠가는 크게 한 방 터뜨리지 않을까요? 오히려 초반에 너무 잘되면 거만해지기 마련이고 또 슬럼프도 쉽게 오거든요.”

그녀는 어떤 결과라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무엇보다 늘 그리워하던 엄마가 옆에 있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제가 꿈꿔온 일을 하면서 효도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어요.”

업계에서 몸매 좋기로 소문난 최여진은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2번은 필라테스를 한다고. 먹으려고 운동한다고 말할 만큼 맛있는 음식을 즐기지만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 “꿈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지닌 여배우가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 중년배우 중에 처녀 시절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배우는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1호가 돼볼까 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연기자를 꿈꾼 당찬 꼬마는 어떤 시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어느새 대한민국 여배우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꿈이 배우라서 어떤 유혹에도 흔들릴 수 없었다는 그녀는 이제 엄마의 그늘 역할까지 하고 있다. 한 번 목표로 한 것은 반드시 이루고 마는 배우 최여진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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