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20억원을 호가하는 강남의 P오피스텔. 서세원은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서 서정희를 폭행한 혐의로 신고됐다.
지난 5월 10일 오후 6시경 강남의 호화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서 신고가 들어왔다. 서세원이 부인 서정희를 폭행했다는 것. 서세원과 서정희는 거주하는 오피스텔 지하 로비에서 말다툼을 벌였고, 오피스텔 소속 마트 직원이 이를 보고 112에 신고했다. 서정희는 서세원이 말다툼 중 자신의 목을 밀치는 등의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하며 “남편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세원은 담당 지구대에 의해 그 자리에서 체포됐고 서정희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서세원은 평소 앓던 고혈압과 당뇨를 치료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곧 풀려났고, 서정희는 외부로 보이는 외상은 전혀 없이 조금 놀란 것 같았다는 것이 주변의 증언이다. 실제로 서정희는 당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간단한 진료만 받은 뒤 바로 퇴원했으며 하루 동안 호텔에 묵으며 안정을 취했다.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사건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해 갔다.
5월 14일 오후 10시 30분경, 서세원은 강남경찰서에 출두했다. 그는 경찰 출두에 앞서 철두철미한 계획하에 취재진을 따돌렸다. 그리고 3시간여가 흐른 15일 오전 1시 40분경 귀가 조치됐다. 3시간의 조사에서 서세원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경찰은 사건 당일의 현장 CCTV 영상 분석을 토대로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집중적으로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세원 측은 서정희와 원만한 합의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서정희가 서세원이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내면서 둘의 관계는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재정난, 부부 불화, 영화 무산…
몇몇은 이들의 불화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도 이야기했다. 서세원이 운영하던 교회가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지난달부터 운영이 중단되었다는 루머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세원이 목회 활동을 펼친 청담동 소재의 교회를 찾아가보니 내부가 비워진 채로 천장 벽화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20평 남짓 되어 보이는 아담한 교회는 성도가 스무 명 안팎으로 십일조나 헌금을 일체 받지 않았다고 한다.
신도의 헌금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교회 입장에서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목사 활동을 선언한 후부터 서세원은 방송일은 거의 하지 않았고, 서정희는 교회 운영을 도우며 빠듯한 교회 살림을 도맡았다. 당시 서정희의 SNS에는 매 주말 꽃시장에 들러 교회를 꾸밀 꽃을 사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정희가 이토록 열심이었던 이유는 평소 부부가 함께 종교에 귀의해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서정희는 지난 2008년 묵상집을 낼 정도로 철저하고 신실한 신앙생활을 해왔다. 지난해 있었던 아들 종우군의 결혼식에서도 서정희와 서세원은 청빈한 종교인의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다며 연예인을 제외한 지인 2백여 명만을 초대해 예단도 폐백도 없이 조촐하게 치른 바 있다. 그만큼 두 사람은 교회와 신앙에 대해 누구보다도 진지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교회 운영이 중단되었다는 소문이 일자 재정난이 원인이었을 것이고, 이것이 두 사람 사이에서 갈등의 씨앗이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계약이 만료되어 성수동으로 옮긴 것일 뿐 교회 운영을 중단한 것은 아니었다.
청담동 교회 주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부부 사이가 나빠 보이진 않았지만 함께 있는 것보다 서정희 혼자 교회를 오가는 것을 더 많이 목격했다”고 전했다. 서세원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관계자 또한 서세원보다 서정희가 외부와 더 많이 접촉하고 있으며, 최근 외출이 잦았다고 전했다. 항간에는 서세원이 영화 <변호인>에 대해 발언한 것 때문에 대중에게 비난받았던 것과 재정난이 겹쳐 집에서 칩거하다시피 지내온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서세원의 측근에 따르면 그는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영화 제작에 대한 꿈을 쉽게 접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정희는 서세원이 그간 개그맨에서 영화감독으로, 그리고 목사로 변신을 시도할 때마다 적극 지지해왔다. 지난 2007년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됐을 때도 서로에 대한 든든한 믿음으로 둘 사이를 잘 이어오던 부부였다. 아들 종우군의 결혼식 당시에도 그들의 애정전선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측근은 “서정희가 아들 장가갈 때 많이 울었다. 보통 아들 가진 부모는 결혼식 때 울지 않는데 서정희는 보는 사람이 서러울 정도로 울어 장내를 숙연케했다”고 전했다.
폭행 사건 직후 서세원이 감독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제작사인 애국프로덕션은 외부와 연락이 단절되면서 영화 제작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15일, 애국프로덕션은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장에서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2차 발기인 대회를 열어 영화 제작 중단이라는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서세원은 참석하지 않았는데, 제작사 측은 서세원이 이번 영화 제작에서 제외됐으며 하차 수순을 밟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서세원이 운영하던 교회는 폐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영화 <건국 대통령, 이승만>은 그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정확한 크랭크인 날짜를 밝힐 수는 없지만,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고 계속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서세원·서정희 부부가 거주하는 P오피스텔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고급 주상복합 건물로 총 92세대가 입주해 살고 있다.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0억원 이상의 매매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서정희는 이 오피스텔을 담보로 1억3천만원을 금융기관에서 차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정난에 의한 불화설이 점점 힘을 받고 있다.
(왼쪽)천장 벽화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청담동 소재의 교회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