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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프랑스인이 바라본 ‘한국교육’

On May 29, 2014

북 핀란드의 Pudasjarvi 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프랑스의 쥴 하그 고등학교 학생들. 이 학교는 핀란드의 교육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까다로운 선발을 거쳐 2011년부터 동일한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프랑스의 초,중,고 학교는 전국적으로 40여개다.


2월 말의 어느 저녁이었다. 프랑스의 교양·문화 채널로는 유일한 공중파 방송국 ‘아르떼(Arte)’의 <28분>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한국 학생들의 교육 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먼저 한국 학생들의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핀란드보다도 앞선 수치였다.

한국인으로서 꽤 뿌듯한 일이었지만, 순간의 자랑스러움은 이내 안타까움으로 변하고 말았다.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와 믿을 수 없는 자살률 속에서 만들어낸 세계 최고의 일등 학생들…’이라고 덧붙인 문장 때문이었다. ‘최고의 만족감으로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는 핀란드 학생들’이라는 소개와는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전에도 프랑스 언론에서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종종 심층적으로 다뤘다. 필자의 한 프랑스인 친구는 ‘하루에 한 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서울의 한 여고생의 일과’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 “진짜 그래요?”라고 묻기도 했다.

최근 10년 사이에 프랑스 교육도 학생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학교에서 집으로 보내는 가정통신문에도 숫자로 학생들의 자질을 재단한다. 이런 변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프랑스 초등학생의 경우, 아침 9시에 등교해 오후 4~5시까지 이어지는 릴레이 수업 과정을 감수해야 한다. 프랑스의 초등교육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수요일을 휴교일로 정해놓고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다른 요일의 수업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일부 교육 관계자들은 이런 교육과정이 학생은 물론 부모에게도 스트레스를 더한다고 말한다. 방과 후 숙제까지 하고 나면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유 시간이 무척이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이웃 나라인 독일이나 핀란드의 교육 문화를 따라가는 편이 낫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많다. 이들 국가는 학생들의 학업 만족도와 성취도가 고루 높은 진정한 교육 선진국이라는 것이다.

유니세프 산하에서 공식 운영되는 온라인 사이트 ‘청소년들의 목소리(La voix des jeunes)’에 올라온 최근 기사를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학생들을 바라보는 일부 프랑스인들의 시각은 안쓰러움을 넘어 ‘사절’에 가깝다. 한국 교육을 좇아가다 결국 프랑스 아이들도 떠밀려 자살하고 말거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프랑스는 현재 교육에 대해 여전히 뜨겁게 논쟁 중이다. 한국 학생들의 높은 학업 성취도 이면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 프랑스인들의 비판에 앞서 선진 한국이 먼저 고민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년 학기초마다 새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프랑스의 초등생들.

프랑스의 국가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 Liberte, egalite, fraternite 중 평등 앞에 반대 접두사를 붙여 in-egalite로 꼬집은 만평.

글쓴이 오윤경씨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파리의 건축대학 라빌레트(La villette)를 졸업한 후, 현재까지 파리에 거주한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컨설트 및 그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옴 프로덕션(OM Production)의 대표로 저서로는 <파리지엥의 주방>과 <봉주르, 파리>가 있다.

CREDIT INFO
기획
정희순
오윤경
사진
오윤경, 쥴 하그 고등학교 웹사이트
2014년 06월호
2014년 06월호
기획
정희순
오윤경
사진
오윤경, 쥴 하그 고등학교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