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뇌섹남 성시경
데뷔 초 성시경은 감미로운 발라드 가수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버터왕자’나 ‘미소천사’처럼 오글거리는 별명이 대부분. 실제로 ‘상남자’ 같은 성격에 농구처럼 거친 스포츠도 잘하는 그는 방송을 통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수차례 의견을 나타냈지만 한번 굳어진 이미지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한때 입바른 소리를 자주 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는데, 특히 2011년 MBC 오디션 <위대한 탄생2>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해서 자신의 스승과도 같은 윤종신을 ‘디스’했다는 오해 때문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는 후문. 이미지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던 그에게 신생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왔는데, 그게 바로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예능 <마녀사냥>이었다. ‘19금 예능을 표방하겠다’는 슬로건은 ‘발라더’ 성시경이 분명 부담을 느낄 수 있었으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보여주는 디테일한 리액션과 솔직하면서 가슴을 파고드는 멘트 덕분에 ‘성상담 발라더’라는 재치 있는 별명마저 생겼다.
그는 2011년 6월 1일 첫 방송 후 3년여 동안 진행해온 MBC FM4U<성시경의 FM 음악도시>에서 지난 4월 13일 하차하게 돼, 많은 팬들이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그러나 <마녀사냥>과 5월 24·25일 이틀간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릴 단독 콘서트에서 그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으니 실망하지 말 것. 또한 올가을에는 3년 만에 드디어 정규 8집 앨범으로 가요계에 컴백할 예정이니 ‘뇌섹남’ 성시경의 목소리가 그리웠던 팬들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무성욕 뇌섹남 허지웅
최근 방송가에서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허지웅이다. 연예인도 아닌 그가 여심을 설레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지웅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주목받은 것은 2007년 영화 <디 워>를 비평했을 때다. 당시 패션지
그는 2003년 영화 전문지 <필름2.0>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수년간 단련한 화술로 <썰전>에서는 독한 평론가이자 시사 현안을 꼬집는 논객이 된다. <마녀사냥>에서는 가는 발목에 성욕 없는 핫한 ‘오빠’가 되어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한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연애 칼럼니스트 곽정은은 “허지웅이 인기 있는 이유는 ‘저 마른 장작 같은 몸에 내가 불을 피워보겠다’는 여성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시사회 자리에서 만난 허지웅은 “사실 ‘뇌섹남’이 어떤 뜻인지도 잘 모른다. 그저 한때 지나가는 대중의 관심일 뿐, (인기에 대해) 신경 쓰고 있지 않다”고 말하며 특유의 시크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옥소리 복귀’를 옹호하는 발언 때문에 잠시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발간한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 한국 소설 베스트셀러 1위(교보문고 3월 4주 차 집계 발표)에 오른 것을 보면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크한 뇌섹남 장기하
‘장기하와 얼굴들’의 리드보컬이자 리더를 맡고 있는 장기하는 이적, 유희열과 함께 서울대 출신으로 스마트한 느낌이 강하게 묻어나는 싱어송라이터 중 하나다. 하지만 사회학과 출신답게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가사를 쓰기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가 88만원 세대의 비애를 우회적으로 담은 ‘별일 없이 산다’였다.
또한 하고 싶은 말은 거침없이 하는 ‘뇌섹남’ 장기하는 SBS 예능 <힐링캠프>에 출연해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에 과대평가를 받고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사회에서 학벌은 상관없고 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기 부끄럽다”며 솔직한 심정을 토로해 ‘역시 장기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유쾌하게 다가가면서도 현실을 꼬집을 수 있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는 음반 작업뿐 아니라,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뮤직비디오도 손수 기획하고 연출하는 ‘능력자’다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단순히 음반 홍보용으로 사용하기보다 팬들에게 더욱 친근히 다가가기 위한 그만의 표현 방법이었던 것. 장기하는 현재 매일 오후 10시에 시작하는 SBS 파워FM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으며 tvN 드라마 <감자별>에 기타리스트 장율 역으로 출연하며 다방면에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어수룩해 보여 더 섹시한 그다.
감성 뇌섹남 유희열
야한 농담도 자신만의 철학으로 소화하며 대중에게 친근히 다가가는 ‘감성 변태’ 유희열. 사실 그는 가요계의 대표적인 원조 브레인이다. 열여덟의 나이로 1989년 발표한 김장훈 1집 앨범 수록곡 중 ‘햇빛 비추는 날’을 작곡·작사하는 천재성을 보였던 것. 이듬해 서울대학교 작곡과에 입학해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1992년 제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달빛의 노래’란 곡으로 대상을 받았다. 1994년에는 프로젝트 그룹 ‘토이’를 결성해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과 ‘좋은 사람’이란 명곡을 발표했으며, 이때 그가 직접 발탁한 김연우, 김형중 등을 가요계로 이끌어 싱어송라이터의 능력뿐 아니라 디렉터의 능력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심야 라디오의 황제’라고 불릴 만큼 심야 시간대의 라디오 DJ를 도맡다시피 했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KBS2 음악 방송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을 맡게 됐다. 특히 자신의 친분을 활용해 뮤지션을 초대하곤 하는데, 이효리를 단 1초 만에 섭외했다는 일화는 이미 많이 알려진 얘기다. 마르고 까칠하며 항상 치밀하게 일 처리를 할 것만 같은 ‘뇌섹남’ 유희열. 그는 최근 종영한 SBS 서바이벌 오디션
원조 뇌섹남 김갑수
김갑수의 긴 머리는 경계선 바깥에서 사는 사람을 나타내는 일종의 유니폼이다. 속세에 살지 않으면서도 정확히 대중의 트렌드를 짚어내는 그가 바로 50대의 ‘뇌섹남’이다.
<우먼센스>가 선정한 원조 뇌섹남이다. 혹시 뇌섹남이란 말을 알고 있나?
당연히 안다. 요즘 유행어 아닌가? 나를 무슨 할아버지 취급하지 마라.(웃음) 이미 수년 전부터 공지영 작가나 김어준이나 진중권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썼던 말로 알고 있다. 낸시 랭이 SNS 상에서 자주 쓰며 대중에게 알려졌고.
김갑수식 뇌섹남은 무엇인가? 여기서 말하는 뇌는 신체의 일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똑똑하면서도 생각이 깊고 개성이 뚜렷한 남자를 뜻한다. 여성 입장에서 지성을 갖춘 남자가 자신을 논리적으로 압도한다면 그런 남자가 매혹적인 남자, 즉 뇌섹남이다.
스스로 뇌섹남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
세상에 어떤 남자가 자기 스스로 섹시하다고 생각할까? 나는 독자적인 삶의 방식과 작은 원칙이 있다. 태생적으로 획일화된 대중문화에 속하는 것 자체를 따분하게 여긴다.
뇌섹남은 확고한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한다. 혹시 그래서 머리를 기르나?
하하. 머리를 기르면 사람들이 내가 경계선 바깥쪽의 사람이라 생각해줘서 편해진다. 나는 경계선 안쪽의 세상, ‘속세’가 너무 지겹다. 나에게 긴 머리는 일종의 유니폼이다. 은행원이 은행 제복을 입으면 은행원 대접을 받듯, 나를 바깥쪽에서 온 사람으로 취급해주니 오히려 좋다.
현대 여성들은 왜 뇌섹남에 열광할까?
대중문화가 한쪽에 치우친 점에 대한 일종의 반감이 아닌가 싶다. 요새 다양한 매체들이 집중하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면 단연 ‘몸’이다. 헤어스타일부터 발끝까지 몸을 치장하고 꾸며 좀 더 잘생기고 예쁘고 섹시하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아마 일부 사람들은 고루한 대중문화에 대해 신물이 났을 테고 그 결과, 지적인 사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본다.
섹시한 남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달라.
일단 지성을 갖춰야겠지. 그러려면 젊은 시절에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미리 겸손하거나 지혜롭기보다 한쪽으로 쏠려보고 다른 쪽으로도 쏠려봐야 한다.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혁명가가 되려 하다가도 고갱 전기를 읽고 화가를 꿈꾸는 것처럼. 많은 경험을 해야 판단력을 기를 수 있다.
그 후에는 문제의식을 갖춰야 한다. 거창한 이슈는 필요 없다. TV에 감염돼 내전 중인 아프리카 대륙을 보며 ‘대단히 험악한 국가’라고 보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자살률, 사회적 긴장 지수, 청년 실업률을 보며 이 사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는 남성이라면 충분히 뇌섹남이다. 첨언하자면, 약간의 데이트 비용이 필요하고 멋진 카페와 맛집 정도는 알아놓아야 한다.(웃음)
애착을 갖는 물건이 있나?
중학교 때부터 오디오와 LP판을 모아왔다. LP판은 3만 장이 넘은 뒤 세지 않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온라인 쇼핑으로 62만원어치를 구입했다. 둘 중에 뭐가 더 좋은지 묻는다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만큼 어렵다.
편애하는 영화나 장소가 있는지 궁금하다.
홍상수 감독의 지독한 팬이다. 특별히 어디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 가는 장소는 없다. 그냥 작업실 ‘줄라이 홀’에만 틀어박혀 있다.
줄라이 홀에 거창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다.
별 의미 없다. 2005년에 지인의 친구가 놀러와 명함을 건네줬는데, ‘July(줄리)’라고 써 있었다. 그것을 내가 ‘줄라이’라고 읽었고 그 일화가 재밌어 줄라이라고 지었을 뿐이다. 당시 클래식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종종 내 작업실에서 프리 콘서트를 할 때라 ‘홀’을 나중에 붙였고.
그럼 줄라이 홀에 오면 김갑수를 볼 수 있는 건가?
그렇다. 성격상 누굴 먼저 찾지 않지만 오는 사람은 문전박대 안 한다.
시크한 그는 동시에 충만한 감성을 지녔다. 따뜻했고 든든했다. 역시 ‘원조’는 다른 법이다.
오디오 수집광인 김갑수. 약 3만여 장의 LP판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