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는 한국 맥주”라는 어느 외신 기자의 말 한마디로 한국 맥주 시장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소규모 양조장 맥주를 파는 펍이 하나 둘씩 문을 열기 시작했고, 마트 주류 코너에서는 개성 있는 라벨의 다양한 수입 맥주를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프리미엄 맥주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늘어나는 요즘, 국내 맥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획일적인 ‘라거 맥주’에 대항하는 ‘에일 맥주’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에일 맥주란?
맥주는 맥아와 홉이 효모와 함께 발효되면서 만들어지는데, 이때 효모가 맥주 위쪽에서 발효되는 상면발효 맥주를 통칭한다. 18~25℃의 비교적 고온에서 짧은 숙성 기간을 거쳐 만든다. 시원한 청량감 대신 진한 맛과 꽃이나 과실 등 아로마 향의 풍미가 강한 것이 특징. 에일 맥주는 비교적 도수가 약하고 밝은 컬러의 페일 에일, 홉의 함량이 많이 들어 있어 쓴맛이 강한 IPA 등 각각의 특징과 개성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에일 맥주 맛있게 마시기
에일 맥주 특유의 깊고 풍부한 아로마 향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셔보자.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벌컥벌컥 마시다 보면 미각이 둔해져 맥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찬 기운이 가신 뒤 약간 미지근한 상태에서 마시면 훨씬 더 다채로운 풍미의 에일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맥주 맛과 홉 함량의 밸런스가 좋으며, 3단계에 걸친 ‘트리플 호핑 프로세스’로 페일 에일만의 과실 향과 아로마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5.4% 350ml.
하이트진로 퀸즈에일 블론드 타입
처음 한 모금을 마시자마자 든 느낌은 묵직한 맥주 맛.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밍밍했던 다른 맥주와 달리 술맛이 제대로 느껴지며 충분한 보디감과 동시에 코끝에 감도는 강한 풍미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묵직한 목 넘김 뒤에 오는 쌉쌀한 끝 맛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에일 맥주 특유의 진한 아로마 향이 다소 오래 남아 깔끔한 뒷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듯. 일반 라거 맥주의 경우 시원하고 톡 쏘는 청량감에 꿀꺽꿀꺽 빨리 마시다 보니 금방 배가 불러 안주 먹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에일 맥주는 맥주 고유의 맛과 향을 즐기면서 요리와 함께 천천히 마시기 좋았다. 친구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수다를 떠는 등 느긋한 분위기의 술자리를 즐기면서 마셔볼 것을 권한다.
영국산 블랙 몰트와 펠렛 홉을 사용해 흑맥주의 쌉쌀한 맛과 부드러운 거품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영국식 프리미엄 블랙 에일 맥주. 5.0% 330ml.
OB라거 에일스톤 블랙 에일
눈에 띄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영국식 에일 맥주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블랙 에일은 맥주 중에서도 홉의 함량이 높아 쓴맛이 두드러지는 흑맥주로, 구수한 보리 향과 쌉쌀한 맛이 느껴졌지만 보디감 면에서는 기대만큼 묵직하지 않아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흑맥주의 진한 맛이 부담스러운 맥주 초심자나 여자들에게는 오히려 입맛에 맞을 듯. 병이나 캔으로 마시기보다 에일스톤 전용 잔을 이용해 거품을 충분히 살려 마시니 부드러운 목 넘김뿐만 아니라 맥주의 향과 맛이 더 깊게 다가왔다. 에일 맥주치고는 도수가 5%로 비교적 낮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흑맥주는 무조건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가볍고 캐주얼한 맛이 무겁지 않아 무더운 여름철에도 잘 어울릴 듯.
TIP 세계의 에일 맥주
대형 마트나 리큐어 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에일 맥주
1_분트엠버에일 호박빛깔의 에일로 풍부한 거품의 지속력이 뛰어나다. 부드러운 과일 향이 은은하게 퍼져 에일 맥주를 처음 마신다 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5.8% 355ml 5천7백원.
2_뉴캐슬 브라운 에일 영국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에일 맥주. 쓴맛을 억제한 브라운 에일로 달콤한 캐러멜 향이 나는 끝 맛과 비교적 가벼운 보디감이 특징이다. 4.7% 355ml 4천9백원.
3_히타치노 네스트 화이트 에일 일명 ‘부엉이 맥주’로 불리는 에일 맥주. 목 넘김이 부드럽고 오렌지주스가 들어 있어 시트러스 향이 상큼해 여자들이 마시기에 좋다. 5.5% 330ml 6천9백원.
4_데드 가이 에일 진한 갈색 컬러에 약간 높은 도수의 맥주지만 향긋하고 풍부한 향미로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아 에일 맥주를 즐기기에 적당하다. 6.6% 355ml 6천7백원.
5_호가든 오렌지 풍미의 상큼한 맛으로 잘 알려진 벨기에 맥주 호가든도 에일 맥주란 사실. 부드러운 구름 거품으로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4.9% 330ml 4천9백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