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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추천하는 명의 6

뇌혈관 질환 전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오창완 교수

간절기만 되면 회자되는 건강 이슈가 있다. 바로 뇌졸중이다. 이번 달 ‘명의가 추천하는 명의’ 연재에서는 때마침 국내 뇌혈관 수술의 대가로 손꼽히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오창완 교수를 만났다. 대화는 뇌졸중 대처법부터 흥미로운 뇌 과학 이야기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On December 06, 2013


흔히 ‘뇌졸중’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가지 있다. 돌연사, 언어장애, 신체 마비….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든 치명적 후유증이 대부분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뇌졸중센터의 오창완 센터장은 뇌혈관 질환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내 몸 안의 불청객 뇌졸중,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단일 장기 질환 사망률 1위, 뇌졸중
‘척수와 더불어 중추신경계를 이루는 머리뼈 내부의 기관으로 신경계 최고의 중추’. 문득 ‘뇌’의 사전적 의미를 되짚어봤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요즘이지만, 정작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뇌 건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뇌졸중 등 뇌와 관련된 질병은 실제로 우리 생활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지만, 암이나 다른 질병에 비해 그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에 속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사이 뇌는 서서히 병들고 있다. 단일 장기 질환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뇌졸중은 사망 원인 1위의 질병이다. 장기 하나만 놓고 보면 오히려 암보다 더 발병률이 높고 위험한 것이 바로 뇌졸중인 셈이다.

“요즘은 건강에 대한 지식이 차고 넘치다 못해 홍수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너무 많은 지식을 접하다 보니 그중에서 가치 있는 정보, 즉 정보의 옥석을 가려내는 일이 시급하죠. 우리나라 뇌졸중 사망률은 14~15%를 웃돌고 있어요. 그다음이 심장 질환으로 약 7%를 차지하죠. 암은 25%라고 하는데, 이건 전신의 모든 암을 다 합친 것이니 장기 하나만 놓고 보면 뇌와 심장 질환의 위험성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할 수 있어요. 서구는 반대로 심장 질환이 두 배 정도 더 높은데 한국의 경우 뇌졸중 사망률이 훨씬 높아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런 겁니다. 보통 대여섯 명이 모이면 그중 한 명은 뇌졸중에 걸리거나 그 때문에 죽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뇌졸중은 증상이 거의 흡사해 흔히 ‘풍’ 또는 ‘중풍’이라고 하는데, 의학적으로는 ‘뇌혈관 질환’이 정확한 표현이다.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이 월등히 많았지만, 요즘은 뇌경색 환자가 훨씬 많아졌다. 뇌경색은 동맥경화로 뇌에 피가 잘 전달되지 않아 뇌 일부가 괴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뇌 조직이 망가지는 뇌경색과 조직은 망가지지 않으면서 여러 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것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뇌혈관 질환의 경우 심하면 치료 후에도 신체에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서 관리해야 하는 질병 중 하나다. 최근 나온 국내 통계를 보면 평균 5분에 한 명씩 뇌졸중에 걸리고, 20분에 한 명씩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란 얘기다.

“질병으로 인한 우울증, 불안증을 해소해주는 것은 의사의 중요한 책무예요. 몇 퍼센트 되지 않는 확률 때문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환자와 일반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행동은 당연히 조심하고 지양해야 하고요. 그럼에도 제가 이렇게 강력하게 얘기하는 것은 그에 못지않게 예방 활동의 필요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에요. 병을 막기 위해서는 안일하고 편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예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20~30년 전에 비해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은 감소하는 추세다. 조기 검진이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고, 그 덕분에 돌연사나 초응급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사람도 줄고 있다. 실제로 초기 뇌졸중 치료의 상당수는 약물 치료도 가능하다. 반면 조기 사망률이 매우 높고 약물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중증 진단 비율도 높은 것이 바로 뇌졸중이다. 혈관에 현격한 이상이 있을 경우 뇌혈관 수술은 불가피하다.

오창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국내 뇌졸중 수술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뇌동맥류, 뇌혈관 기형, 모야모야병 등 뇌혈관 질환과 감마나이프 및 뇌하수체 종양의 수술을 주로 담당하고 ‘뇌혈관 우회수술’에서는 이미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1㎜ 뇌혈관 정복하기, 꾸준한 훈련과 연습의 성과
오창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국내 뇌졸중 수술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뇌동맥류, 뇌혈관 기형, 모야모야병 등 뇌혈관 질환과 감마나이프 및 뇌하수체 종양의 수술을 주로 담당하고 ‘뇌혈관 우회수술’에서는 이미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1985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를 취득한 뒤 1997년 박사학위를 땄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8년부터 3년 동안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연수하며 ‘뇌혈관 우회술’을 집중 연구했다. 현재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및 신경외과장과 뇌졸중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학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수술을 하는 외과의의 경우 관록과 풍부한 임상 수술 경험은 의사의 자질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손에 굳은살이 있느냐 없느냐만 봐도 좋은 의사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한 의학 드라마에 나온 대사다. 그만큼 수술에서는 반복적인 훈련과 경험이 최우선이라는 것. 오 교수의 손끝과 머릿속에는 얼마나 많은 수술의 감각이 새겨져 있을까? 더군다나 지름 1㎜ 내외의 뇌혈관 수술이니, 그 섬세함과 치밀함은 쉽게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얼마나 가는 혈관을 수술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자랑할 만한 것도 못 되고요. 훈련하면 누구나 다 합니다. 세상에 저같이 손이 무딘 사람도 없을 거예요.(웃음) 그러니 어느 정도 (수술에) 숙달된 의사들은 연습하면 다 할 수 있다는 거죠. 연습할 때는 주로 실험용 쥐를 많이 사용해요. 일본의 한 대가는 적어도 1백례 이상 연습해야 사람 뇌를 수술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저는 미국에 있을 때 2백례 정도를 연습했어요. 쥐의 혈관은 (지름이) 0.5㎜ 정도 되는데, 그걸 매일 이어붙이는 거죠. 지금 생각해보니 1년 가까이 거의 매일 그 짓만 했네요.(웃음)”

지름 0.5~1.5㎜의 혈관을 잇고, 그 안에 스텐트(혈관을 뚫고 지나가도록 설계된 그물관으로 혈관 내에 삽입해 일종의 터널을 만드는 것)를 삽입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기자가 쉽게 의문을 풀지 못하자 오 교수는 직접 수술에 쓰이는 수술용 실을 보여줬다. 사람의 머리카락보다도 가늘고, 만져도 촉감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얇은 실이다. 입으로 후 불면 나풀나풀 날리는데, 수술실에서 떨어뜨리면 찾지도 못한다고 한다.

“눈에 보이나요? 이 정도 수술용 실은 미세 혈관도 수술이 가능합니다. 다만 혈관이 1㎜ 정도는 돼야 수술 효과가 좋죠. 뇌혈관 우회 수술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원래 있던 혈관을 저쪽 혈관에 이어주는 거예요. 두개골 바깥에 있는 혈관, 즉 두피 혈관은 한두 개 떼어내도 상관없기 때문에 이걸 뇌 안쪽의 막힌 혈관에 이어붙이는 거죠. 혈관끼리 직접 잇는 것을 직접법이라고 해요. 간접법은 바깥에 있는 혈관을 뇌에 붙여주는 겁니다. 그럼 마치 뿌리내리듯이 혈관이 자라서 뇌 안쪽 혈관에 가서 붙거든요. 뇌 바깥에 있는 조직, 특히 혈관이 많은 조직을 뇌에 닿게 해서 혈관이 자라 들어가게 하는 것이 간접법이죠.”

이러한 혈관 우회술은 모야모야병이나 뇌동맥류 수술처럼 새로 피가 들어가는 길을 만들어줘야 하는 환자에게 주로 쓰인다. 오 교수의 경우 특히 희귀 뇌질환인 ‘모야모야병’을 뇌혈관 우회술(문합술)로 치료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뇌혈관 질환, 아이도 안심할 수 없다
‘모야모야병’은 전대뇌동맥과 중대뇌동맥 시작 부분이 좁아지거나 막힘이 생기고 그 때문에 ‘모야모야 혈관’이라는 이상 혈관이 생기는 질병을 말한다. 동맥이 좁아짐에 따라 작은 혈관이 마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모야모야’는 ‘모락모락’의 일본어 표현이기도 하다. 특이한 것은 뇌혈관 질환의 상당수가 50~60대 이후에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인 데 반해, 모야모야병의 경우 10세 전후의 소아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30~40대 성인에게도 흔히 발생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기준으로 보면 소아 환자가 더 많다. 그래서 보건복지부 지정 희귀난치성 질병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뚜렷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어요. 주로 간질과 두통, 뇌출혈, 의식 장애, 일시적 손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뇌의 모든 혈관은 살아 있는 조직이라서 만약 한 곳이 막히면 다른 곳에 ‘샛길’을 만들어요. 샛길을 저절로 잘 만들면 그게 가장 좋은 것이죠. 그게 저절로 안 되면 뇌경색 등이 오는 거고요. 인공적으로 샛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회 수술’(혈관 문합술)이에요. 모야모야병의 가장 큰 문제는 혈관이 막히면서 혈액이 차단되는 것입니다. 성인의 경우 발생 빈도가 적어 다행인데, 어린아이의 경우 제때 치료를 해주지 않으면 성인이 돼서 뇌신경 장애가 올 수 있어요. 뇌졸중으로 인한 언어 장애 등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20%이고요. 무엇보다 그 나이대에는 뇌신경의 새로운 회로가 활발히 발달하는 시기인데,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마비가 안 되더라도 상대적인 지능 장애가 올 수 있어요.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혈액인데,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자연히 뇌의 회로 발달, 즉 지능 발달이 더딜 수밖에 없죠.”

이는 다른 신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교하고 복잡한 뇌 구조와도 연관이 깊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뇌의 형태는 주로 신경세포와 신경섬유로 구성돼 있다. 이를 풍부한 혈관 조직과 경막, 지주막, 연막 등 3겹의 뇌막이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뇌의 큰 아웃라인만 설명한 것일 뿐, 뇌의 정확한 구조와 메커니즘(작동 원리)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뇌 조직은 실질적으로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회로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건 혈관의 개념이 아니라 뇌신경 세포의 개념인데, 그 회로가 고장 나면 원래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워요. 다만 아주 어릴 때는 그 회로를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아주 어릴 때 장애가 온다면 그건 반복적인 훈련과 자극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회로를 만드는 ‘가소성’이 급속히 떨어지기 때문에 한 번 장애가 발생하면 그대로 굳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테면 뇌졸중으로 언어 장애가 오면 회복이 안 되는 거죠. 반대로 가소성이 높은 아이들은 뇌의 언어 부위가 손상되더라도 그 부분이 뇌의 다른 부위로 옮겨가서 다시 언어중추 부위를 만들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아이나 어른이나 뇌혈관 질환 증상이 보이면 즉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우리나라의 뇌졸중 사망 환자가 점차 줄고 있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최근 10년 사이, 뇌혈관 수술의 패턴도 크게 바뀌었다. 과거에는 10명 중 9명이 고혈압성 뇌출혈 환자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뇌졸중으로 인한 돌연사’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뇌 건강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환기되면서 이제는 혈관이 터지기 전에 수술하는 경우가 월등히 많다. 뇌졸중을 진단하는 방법은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촬영), MRA(자기공명혈관조영) 등이 있다. CT의 경우 뇌출혈은 쉽게 감지하지만 뇌경색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MRI는 뇌 조직, MRA는 뇌혈관을 살펴보는 진단 방법이다.

“뇌동맥류는 터지기 전에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기 수술의 경우 검진에 의해 발견하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요즘은 50대가 넘으면 MRI나 MRA 검사를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거든요. 세계적으로 보면 경제 수준과 의료 수가를 포함해서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처럼 MRI를 찍기 좋은 나라가 없어요. 서민 경제로 봤을 때는 그마저도 만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미국 같은 나라는 개인이 찍으려면 우리나라의 5~6배에 달하는 검진료를 내야 하니 굳이 외국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뇌졸중 검진이 늘면서 증상이 딱히 없어도 뇌졸중 위험요인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뇌졸중 사망률이 줄고 있다는 것은 발병률이 줄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미리 수술하고 대처한다는 의미이죠. 발병률은 여전히 높은 편이에요.”

뇌졸중 수술의 목적은 아직 죽지 않은 세포, 그냥 두면 곧 죽을 세포를 살리는 것이다. 한 번 파괴된 뇌세포는 재생이 불가능하다. 보통 혈류가 반 이상 떨어지면 뇌졸중 증세가 나타나고, 그보다 더 떨어지면 세포는 ‘수면’ 상태가 된다. 이는 기능이나 반응이 전혀 나오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뇌경색은 세포막이 돌이킬 수 없게 파괴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 뇌세포에 혈류를 공급하는 것이 필수다. 그렇다고 무작정 수술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의학도 과학이기 때문에 수량적인 통계에 따라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 질병 요인을 그냥 방치했을 때 발생하는 위험과 수술에 따르는 위험을 고려해 수술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된다고 하면 그때 수술을 결정한다.

“위험 요인을 그냥 갖고 살면 10%의 위험성이 있는데, 수술 위험성이 2%면 수술을 해야죠. 그런데 수술의 위험성이 5%면 고민합니다. 이득에 대한 마진이 적기 때문이죠. 실제로 병이 있기 때문에 수술하는 개념이 아니라, 병을 그냥 두는 것보다 수술하는 것이 유리할 때 하는 거예요.”

뇌졸중은 예방 가능한 병이다
뇌졸중의 표면 증상은 전문의조차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뇌졸중과 뇌출혈 모두 증상이 비슷한데, 갑자기 팔다리에 마비가 생긴다거나 손발 저림 현상, 심한 경우 좌우 신체 중 한 쪽이 마비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 머리 뒤쪽에 이상이 생기거나 뻣뻣함이 느껴질 때, 또 물체가 겹쳐 보이는 증상도 뇌졸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언어 장애도 마찬가지.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런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다는 점이다. 어지럼증도 증상 중 하나인데, 이 경우는 뇌졸중이 아닌 경우도 많아 이를 고려해야 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부터는 ‘시간 싸움’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나라의 뇌졸중 치료 수준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민의 의식이에요. 뇌졸중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보편화돼 있느냐가 중요하죠. 특히 첫 증상은 갑자기 몇 십 초 정도 나타났다가 금방 괜찮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럼 대수롭지 않게 넘기죠. 그럴 때 ‘이게 혹시 뇌졸중인가?’ 한번 의심해보고 즉각적으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증상 발생 후 3~4시간 이내에 오는 것과 더 늦는 것의 치료 예후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몇 시간만 지체해도 그사이에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어요. 증상이 보이면 즉시 뇌졸중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큰 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처법이에요.”

이렇게 병원을 찾으면 병원 내 컴퓨터에 입력된 프로토콜에 의해 환자의 진료와 치료를 돕는다. 이를 보통 ‘CP’(Critical Pathway), ‘표준 진료 지침’이라 통칭한다. 증상이 발생한 뒤부터 지체된 시간, 증상의 경도를 따져 환자에게 최적화된 진료 지침이 단계별로 구분돼 있다. 이는 수많은 학술 자료에 의해 가장 최선의 치료법을 통계적으로 만든 것이다.


“단순히 의사의 경험이나 개인적인 판단이 아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뇌졸중처럼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질병은 말할 것도 없죠. 이를 ‘근거중심의학’이라고 하는데, 이는 의사에게도 좋지만 환자들에게도 유용한 시스템입니다. 정확한 표준 진료 지침이 있으면 ‘내가 혹시 과잉 진료를 받은 것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할 필요가 없게 되죠.”

하지만 역시 예방보다 좋은 처방과 대처는 없다. 최근 뇌출혈로 인한 사망이 급격히 감소한 것도 20~30년간 고혈압 치료가 꾸준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모든 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는데, 우리가 직접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은 환경적 요인이다. 이는 대체로 생활습관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생활습관 관리라는 건 사실 어린아이들도 아는 수준의 아주 기초적인 것을 말하는 거예요. 뇌경색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서구화된 식습관 때문이거든요. 우리나라에서 호발하는 질환 중 70~80%가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발생하는 것이죠. 하루에 단 10~20분이라도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흡연, 과음을 피해야 합니다. 특히 과음 중에 뇌졸중이 많이 생겨요. 젊은 사람들 중에도 많이 발생하고요. 비만도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체중 관리를 해야 하고, 체중을 관리하려면 자연히 식습관도 관리해야겠죠. 모두 다 연관돼 있어요. 여러 가지 야채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기름기 섭취를 줄이고요. 매우 기초적인 상식이지만 이걸 관리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뇌졸중 발병률이 적게는 평균 2~4배에서 개인에 따라 10배까지 차이가 나요.”

뇌졸중 위험 인자인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등도 다스려야 한다. 보통 이러한 성인병에 걸리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급격한 우울 증상에 빠지는 환자들도 더러 있는데, 오 교수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마음을 가볍게 가지라고 말한다.

“특히 뇌졸중에는 고혈압이 위험합니다. 고혈압에 걸리면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데, 저는 환자들한테 말해요. ‘요즘 식문화도 다양해졌는데, 몸에 좋은 반찬 하나 매일 먹는다’고 생각하라고요. 어떤 음식은 짜고, 어떤 음식은 단 것처럼 그냥 그런 맛을 가진 반찬 하나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편해요. 사람들은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하면 주야장천 그것만 먹어요. 반대로 생각하면, 그 약은 혈압을 낮춰주고 당을 낮춰주는 ‘음식’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죠.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요즘 나오는 혈압약은 음식 수준의 부작용이에요. 장기 복용에 대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거의 줄었다고 볼 수 있죠. 유전적인 요인은 조절할 수 없지만, 이것도 환경적 요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수술실 강박증, 스트레스 해소법은?
뇌에 대한 연구는 선진국과 유럽연합 등지를 중심으로 현재 대대적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인력이 투입될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사활을 걸고 있는 연구 중 하나다. 그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뇌, 그리고 뇌 질환은 표면적인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누구보다 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대가이지만 그는 얘기하는 내내 시종일관 자신을 낮추고, 인터뷰한다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했다. ‘경이롭다’고 말할 정도의 복잡하고 절묘한 뇌를 매일 보면 스스로 지식과 경험에 대한 자신감이나 여유조차도 쉽게 가질 수 없는가 보다.

“뇌세포는 한 번 파괴되면 재생되지 않아요. 다른 장기는 인공이나 이식 등 대체 가능한 임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데, 뇌세포에 대한 연구는 아직 갈 길이 멀죠. 더군다나 저처럼 지식이 미천한 사람이 말하기에는 더더욱 조심스럽고요.(웃음) 저 말고도 뒤에서 묵묵히 평생 연구와 수술에만 몰두하신 선배님들도 많이 계시는데…. 이런 생각 때문에 수술할 때나 환자를 대할 때는 평소 같지 않게 강박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름 1㎜ 남짓의 미세 혈관이 뒤엉켜 있는 부위를 수술하다 보니 예민하게 굴지 않으면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거든요. 말주변이 없어 평소에는 말수도 거의 없는데, 수술실에서는 가끔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요.”

취미도 혼자 즐길 수 있는 등산이나 낚시가 전부다. 스트레스를 풀 기회도 별로 없다고.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들 몇몇 분을 보면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로 취급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누가 시비를 걸어도 그냥 웃어넘기면 그건 스트레스가 아니거든요. 생리학적으로는 화를 내야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워낙 남하고 충돌하는 것을 피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아내가 굉장히 심심할 거예요. 집에서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저한테 ‘조선시대 사람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아내가 많이 봐줘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웃음)”

오 교수가 “인터뷰를 하면 꼭 이렇게 강의하는 것처럼 돼서 잘 안 하려고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마침 그날도 인터뷰 후에 다른 대학병원에서 강의 일정이 있는 바람에 그는 쉴 틈도 없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강의 준비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명색이 교수인데, (바쁘더라도) 강의를 해야죠”라고 덧붙인다. 몰입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책임감까지 갖추면 모두가 인정하는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일까? 그가 앞으로 이룰 성과가 더욱 궁금해진다.

  • 우먼센스 특별기획 | 명의가 추천하는 명의 6
    각종 건강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 그렇지만 막상 나와 내 가족이 아프면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우먼센스>는 매달 ‘명의가 꼭 추천하고 싶은 명의’를 릴레이로 만나고 있습니다.
CREDIT INFO
기획
장은성
취재
김은향
사진
이상윤
2013년 11월호
2013년 11월호
기획
장은성
취재
김은향
사진
이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