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01
블랙&화이트 모던 인테리어의 결정판, 거실
아내가 좋아하는 화이트 톤의 모던한 공간과 남편을 위한 중후한 느낌의 클래식 공간 그리고 태어난 지 5개월 된 아이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재미있는 아이 방까지. 용산에 위치한 204㎡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테리어는 젊은 부부의 서로 다른 취향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화이트 컬러를 좋아하는 안주인 공수진씨는 앤티크와 클래식 스타일이던 이전 집과 달리 새 보금자리에선 깨끗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다. 인테리어 시공을 맡은 에프도어즈의 노진선 이사는 기본 컬러를 화이트로 선택하고 블랙과 그레이, 카키 등의 무채색을 함께 사용해 단정하면서도 차분한 공간을 완성했다. 공수진씨의 취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집의 중심인 거실로, 집에 들어서면 머릿속에 ‘심플’ ‘모던’ ‘미니멀’ 등의 현대적인 수식어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 한편 공수진씨가 이 집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베란다였다. 이전에 살던 곳은 베란다 확장 아파트로 처음에는 별 불편함 없이 지냈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수시로 세탁물을 햇볕에 말릴 장소가 필요하게 된 것.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한 거실은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데 베란다를 통해 비치는 햇살이 묘하게 어우러져 따뜻함과 아늑함이 녹아 있다. 여기에 계절감이 느껴지는 그레이 컬러의 커튼을 베이지 톤 시폰 소재와 톤온톤으로 매치해 거실의 무거운 느낌을 중화하고 포근함을 배가했다.
같은 평수의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거실이 넓게 빠진 편이라 블랙 소파가 무리 없이 잘 어우러진다. 블랙과 화이트 컬러를 기본으로 해 패턴으로 베리에이션을 주고 애니멀 프린트로 포인트를 준 쿠션 스타일링이 눈여겨볼 만하다. 커튼 인하우스, 쿠션 주미네, 플라워 스타일링 블뤼테.
place 02
모던하거나 앤티크하거나, 현관
공수진씨의 남편은 예전에 롯데 자이언트에서 활약한 야구 선수 출신의 변인재씨.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홈 유니폼 표구 액자가 집주인의 과거 이력을 대신 전한다. 현관과 각 공간을 잇는 복도 역시 주된 컬러는 화이트로 대리석 타일과 똑떨어지는 디자인의 대형 액자는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운동 마니아 남편의 BMW 미니 바이크 역시 모던 스타일에 힘을 더한다. 반면 현관과 마주 보는 벽면에는 앤티크풍의 장식장을 놓고 그 안을 아기자기한 소품과 다양한 크기의 액자로 스타일링해 현대와 과거를 적당하게 믹스한 느낌이다. 사람에 따라 혹은 관심사에 따라 누군가는 앤티크 하우스로, 다른 누군가는 모던 하우스로 평가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place 03
알록달록 형형색색 키즈 카페, 아이 방
상큼한 레몬옐로 컬러의 벽면에 방 주인 ‘우준’이의 이름을 새긴 아이 방은 다른 공간과 달리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특히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해지는 ‘컬러풀 월’은 노진선 이사의 강력한 추천으로 탄생했다. 의뢰인이 원하는 컬러를 구현하는 데에 페인트칠만큼 확실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게다가 최근 시중에 나와 있는 인테리어용 페인트는 100% 천연 원료를 사용한 천연 페인트를 비롯해,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유해물질을 최소한으로 배출하는 친환경 제품이 주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우준이 방과 침실, 거실 등 공수진씨의 집에 사용된 페인트는 세계적인 환경 공인기관의 인증을 모두 획득한 미국 브랜드 제품. 한편 아이 방을 가로로 이등분해 레몬옐로로 물들인 윗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화이트로 마감했다. 우준이의 원목 침대 역시 디테일을 최소화한 심플한 디자인의 흰색 침대를 선택했다. 대신 침대 옆에 대형 기린 인형을 두어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방 분위기를 살리고, 우준이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아기자기한 인형을 곳곳에 배치해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키즈 카페가 떠오르는 컬러풀한 아이 방. 깔끔한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엄마지만 아이 공간만큼은 아기자기함을 허락했다. 대신 침대 등의 가구는 심플한 것으로 선택하고 커튼과 쿠션, 인형 등 패브릭으로 알록달록하게 포인트를 주었다. 잔디·토끼·돼지 쿠션 주미네.
place 04
유럽 클래식 감성을 품다, 침실
침실의 4면을 에워싸는 민트 컬러 벽면 역시 도배가 아닌 페인트칠을 한 것. 막 페인트칠을 마쳤을 때는 밝은 컬러의 벽면이 황적갈색의 원목 마루 느낌과 많이 다른 것 같아 염려되기도 했다. 게다가 침대를 비롯해 화장대, 장식장 등의 침실 가구는 이사 오기 전에 사용했던 것을 그대로 가져와 거실 가구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가구를 모두 채우고 나니 파스텔 톤 민트 컬러가 묵직한 침실 분위기를 어느 정도 중화해 세련되면서도 고전적인, 거실과는 또 다른 독립된 공간이 완성되었다. 침대는 침실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공수진씨의 사례처럼 숙면을 위해 침실의 부가적인 기능을 모두 배제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다크 브라운 컬러의 원목 침대에 클래식 체크 패턴의 베드 스커트를 씌워 침대와 매트리스의 오염을 방지하면서 인테리어 포인트로도 손색없다. 여기에 네이비 컬러의 구스다운 이불을 매칭하고 가구와 바닥 컬러에 맞춰 선택한 브론즈 커튼은 침실 분위기를 더욱 우아하게 연출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졸음이 밀려오는 아늑한 침실. 체크 패턴 베드 스커트와 구스다운 베개&이불 해스텐스.
place 05
주부에 최적화된 공간, 맞춤 주방
거실과 이어진 오픈형 주방은 두 공간을 나누는 별다른 경계선이 없고 마감재와 컬러가 일맥상통해 하나의 커다란 공간처럼 보인다. 평소 요리하는 것을 즐기고 가족이 먹는 음식만큼은 손수 준비하는 공수진씨는 주방이 자신의 주요 활동 무대인 만큼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주부의 라이프스타일과 동선을 고려한 맞춤형 주방이 대세인데, 부엌과 다이닝룸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파티션 아일랜드 형태를 선택해 넓은 조리 공간과 편리한 동선을 확보한 것이 특징. 또 다이닝 테이블은 부부의 앉은키를 고려해 최적의 높이로 맞추고, 쿡탑과 오븐, 식기세척기, 냉장고 등의 모든 주방가전은 빌트인 형태로 디자인해 군더더기를 없앴다. 여기에 손잡이를 생략한 상부장과 하부장 디자인까지 더하면 가히 미니멀리즘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하다. 조리대와 다이닝 테이블은 무게감 있는 소재인 대리석을 선택한 대신 화이트 컬러로 밸런스를 맞추고, 데코타일과 의자 등을 블랙 컬러로 선택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뜨지 않게 조절했다.
안주인 공수진씨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제작한 맞춤형 주방 레이아웃. 최근에 나온 시스템키친 브랜드는 기본적인 모델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편의와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 한샘 키친바흐.
place 06
남편의 사적인 공간, 작업실 겸 드레스룸
흔히들 남자에게는 ‘자기만의 동굴’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수진씨는 방 3개 중 하나를 남편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한때 프로야구 선수로 활동했던 남편 변인재씨는 현재 사업가로 전향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직업의 특성상 미팅이 잦아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맞춤형 행어를 설치하고 셔츠와 팬츠, 슈트를 컬러별로 정리해 쉽게 찾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이전 집에서 가져온 앤티크 스타일의 테이블과 의자를 그대로 활용해 작업실을 겸했다. 화이트 톤의 모던한 드레스룸에 다크 브라운 컬러의 앤티크 가구가 어떻게 어우러질까 싶지만, 비슷한 무게의 물건을 올린 저울처럼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밸런스를 맞춰 적당히 클래식하다.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책과 옷을 한꺼번에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오더 메이드 드레스룸은 엘카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