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자극하는 배우다. 김희선은 그 이름만으로 ‘여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게 예뻐? 성격은 또 어떻기에? 게다가 애교는 예술이라며? 그런 김희선을 5월의 어느 날 만났다.
분명한 건, 김희선은 마력을 지닌 배우라는 것. 작품의 흥행과 상관없이 건재한 톱스타이며 출산과 육아라는 긴 공백기를 거쳤음에도 ‘상큼함’이라는 전매특허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그녀가 머무는 곳 어디서든 존재감은 막강하다. 이런 상황을 간단히 압축하면 ‘명실상부 톱스타 김희선’이 된다.
음료 브랜드 미닛메이드의 ‘리치 블렌드’ 광고 촬영장에서 만난 그녀는 ‘소문처럼’ 톱스타의 포스를 풍겼다.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스태프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는데,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오늘 김희선이 컨디션이 안 좋대.” 기자가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유유히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스타는 늘 루머와 소문을 동반한다는 공식을 온몸으로 말하듯 매력적인 모습으로 스태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희선은 촬영 감독과 스스럼없이 소통했고, 조연 모델들과도 한 대기실을 쓰며 수다를 떨었으며, 꽤나 유머러스하기까지 했다. 하하호호, 크게 울려 펴지는 김희선의 웃음소리, 물론 기분도 나이스였다.
“성격이오? 글쎄요, 인간 김희선이나 배우 김희선이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털털한 성격이에요. 물론 카메라 앞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부도 많이 해요. 배우가 아닌 주부이자 아내, 엄마의 모습일 때도 저는 가식 없고 털털한 모습이에요. 덕분에 딸 연아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엄마 반장’을 맡았답니다. 제가 이 세상 오지랖 갑입니다!”
3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20대의 그때처럼 변함없이 톡톡 튄다. 김희선답다고 할까. 적당히 도도할 줄도, 적시적소에 소탈한 면모도, 카메라 앞에서 완벽해지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다. 이 모든 것이 부족하거나 과하지 않다. 그것이 지금의 김희선을 있게 한 비결일지도.
“광고주들에게 어필하는 이유요? 많죠. 하하. 솔직하고 긍정적이고 활기찬 모습, 게다가 상큼한 과일 음료와 제 이미지가 잘 맞잖아요. 사실 광고 섭외가 들어왔을 때 무척 좋았어요. 미닛메이드가 글로벌 기업인 코카콜라 브랜드거든요.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죠. ‘살아 있네, 김희선!’ 했다니까요. 제품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더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녀는 한동안 공백기가 있었다. 결혼한 지 7년이 됐고, 6년 동안 오롯이 엄마로, 아내로 지냈다. 다시 오지 못할 소중한 순간이었고 여자로서 배우로서 터닝 포인트를 맞게 해준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긴 공백 후 컴백은 두려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저보다 딸 연아가 더 바빠요. 유치원 스케줄과 각종 학원 수업이 꽉 차 있죠. 제가 연아를 잡는 건 아니고, 그냥 놀러 보내는 거예요. 댄싱, 그림 등등 하는 게 많아요. 연아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엄마인 저도 아직 모르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기회를 다양하게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 같아요"
“드라마 <신의>로 컴백했을 때는 신인 때보다 더 떨리는 거예요. 주변에 민폐가 되는 건 아닌지 매사에 조심스러웠죠. 그래도 성격 좋은 후배들과 스태프들이 도와줘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아시잖아요, 저 오지랖 갑인 것.”
엄마 김희선의 모습은 어떨까? 그녀는 쉬는 동안 딸 연아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여느 엄마와 다를 것 없이 평범하게 지냈다.
“키즈 카페에 자주 가고, 연아 친구들과 뮤지컬을 보러 가기도 하고, 다른 학부모들과 수다도 열심히 떨며 지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유치원에서 ‘엄마 반장’이잖아요. 하는 일 없이 무지 바빠요. 게다가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아이들과 할 게 너무 많은 거예요. 반장이오? 그냥 아이가 한 명인 엄마가 하는 거예요. 아이가 둘, 셋 있는 엄마는 너무 바빠서 반장을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총대를 맸죠.”
그녀는 슈퍼맘이다. 육아도 일도 소홀할 수 없는 ‘프로’이고 싶다.
“저보다 연아가 더 바빠요. 유치원 스케줄과 각종 학원 수업이 꽉 차 있죠. 제가 연아를 잡는 건 아니고, 그냥 놀러 보내는 거예요. 댄싱, 그림 등등 하는 게 많아요. 연아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엄마인 저도 아직 모르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기회를 다양하게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 같아요.”
연아는 엄마의 광팬이다.‘소녀시대’ 언니들보다 엄마가 훨씬 예쁘다고 말한다. “언제 엄마가 제일 예뻐?”라고 물으면 “지금. 엄마는 늘 예뻐”라고 말한다. TV에 나오는 엄마를 보면, “우리 엄마 너무 예뻐!” 하며 좋아한다. “세뇌 교육을 좀 시켰죠. 하하.”
그녀 나이 올해 서른일곱. 실제로 그녀는 다섯 살배기 아이의 엄마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슬림한 몸매와 싱싱한 피부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말 드라마
<신의>로 컴백했을 때 10살 연하 이민호와의 키스신으로 화제가 됐다. 최근엔 SBS 예능 프로그램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에서 ‘화려한 스타일링’에 나이를 거꾸로 먹는 ‘미모’와 톡톡 튀는 매력으로 “역시 김희선”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런 그녀가 지겹게 들었을 만한 질문, 동안 비법을 물었다.
“지겨운 질문은 패스! 20년간 들었어요.(웃음) 그래봤자 연식이 오래됐죠…. 아, 앤티크가 고가라고 하죠? 하하. 사실 20대 때 화장을 하지 않은 그 풋풋한 느낌이 너무 예쁜 것 같아요. 그 자체로 싱싱하죠.”
물론 그녀도 여느 여배우처럼 피부관리실에 다니고 미용실에서 섬세한 메이크업을 받고, 피부에 뾰루지가 생기면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동안 비법은 긍정적인 마인드다.
“저는 좋은 생각만 해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덜 받아요. 행여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날그날 날려버려요. 한때는 술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죠. 한데 제가 운동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나이가 드니까 살이 찌더라고요. 2주에 한 번 정도? 요즘엔 몸에 좋은 음식을 찾게 되더라고요. 음료 하나를 마시더라도 노화 방지나 피부 미용에 도움을 주는 아사이베리, 크랜베리 등 비타민이 풍부한 ‘베리’류 과일이 첨가된 주스를 마시죠. 저 똑똑해 보이죠? 사실 광고 제품인 ‘미닛메이드 리치 블렌드’의 모델이 되었으니 어젯밤에 공부 좀 했어요.”
"정으로 살죠. 같이 침대에 누워 있어도, 같이 샤워를 해도 떨리는 게 없죠. 아, 19금인가?(웃음) 예전에는 제가 늘 집에 있으니 남편이 제게 신비감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거든요. 요즘은 전화를 예전보다 자주 하더라고요. 잘생긴 남자 배우들과 함께 일을 하니까 더욱 긴장하죠"
올해로 결혼 7년 차다. 그녀가 말한다. “오래 살았죠. 하하. 사실 여전히 깨소금이….” 시원스러운 웃음이 보기 좋다.
“이쯤 되면 정으로 살죠. 같이 침대에 누워 있어도, 같이 샤워를 해도 떨리는 게 없죠. 아, 19금인가? 대신 또 다른 어떤 것이 있어요. 편안함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최근 활동을 시작하면서 애틋함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제가 늘 집에 있으니까 언젠가부터 남편이 저에 대해 신비감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거든요. 요즘은 외출이 잦다 보니 남편이 전화를 자주 해요. 게다가 잘생긴 남자 배우들과 함께 일을 하니까 더욱 긴장하죠. 드라마에서 이민호씨와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는 ‘좋냐?’라고 시비를 걸더라고요. 그런 식이죠.”
하지만 정작 김희선은 후배 배우 이민호와의 키스신이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열 살 차이는 애기죠, 그리고 ‘일은 일’이고요.” 그렇다면 과거 또래 배우들과의 키스신은 다른 느낌이었을까?
“송승헌과 영화를 찍었죠. 사실 승헌이와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예요. 근데 중학교 때 승헌이는 지금처럼 잘생기지 않았어요. 걸스카우트 때 저를 따라다녔죠. 하하. 저는 학창 시절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물론 놀 때는 잘 놀죠. 하지만 휘젓는 성격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여자다운 것도 아니고 털털하고 터프한 성격이었죠.”
이런 식이다. 송승헌이 못생겼다고 말하는 김희선식 돌직구. 그녀는 요즘 예능 <화신>에서 특유의 돌직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꾸밈없이 방송을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원래 제 모습처럼요. 그래서 19금 이야기부터 방귀 얘기, 때 미는 얘기까지 다 하게 됐죠. ‘여신’ 의 이미지보다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싶었어요. 다른 예능 방송을 보면서 내가 많이 웃었던 부분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트렌디한 말을 익히기도 했어요.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것과 배우려고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더라고요. 저, 공부하는 여자예요.”
예능을 진행하면서 인터뷰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늘 인터뷰당하는 입장에서 인터뷰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인터뷰이가 말을 적게 하면 그 뻘쭘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평소 같으면 말을 하실 분인데 가만히 계시면 속이 터져요. 그래서 제가 오히려 말을 많이 해요. 안 그래도 아줌마가 된 이후 말이 많아졌는데 더 많아졌죠. 케이블 채널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보실 때는 공중파가 조금 밋밋하고 조금 가식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어요. 정말 궁금한데 안 물어보고, 예쁜 말만 하니까요. 그렇다고 돌려 말하면 시청자들은 속이 터지고, 질문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민망할 수 있죠. 그래서 시원하게 ‘돌직구’를 던져요. 매번 돌직구를 날리면 생각 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고 또 받는 사람은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적절히 조율하고 있어요.”
김희선은 똑똑하다.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고교 시절부터 3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톱스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적당한 처세술, 방송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 이른바 스타의 간지는 어떤 것인지 그녀는 안다. 그래서 그녀의 40대가 기대된다. 여우같은 배우, 김희선이니까.
김희선 24시간 파파라치
광고 촬영이 있던 날은 여지없는 봄날이었다. 게다가 촬영장은 가평강이 한눈에 보이는 카페. “너무 화창하죠? 상큼한 봄바람 때문에 기분이 너무 좋네요.”
그녀는 음료 브랜드 미닛메이드 ‘리치 블렌드’의 모델로 발탁됐다. 광고 콘셉트는 이렇다. 아름다운 테라스에서는 여자 셋의 소란스러운 수다가 한창이었다. 김희선이 학부모들과 즐거운 브런치 타임을 즐기고 있는데, 평소 그녀 나이가 궁금했던 엄마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연아 엄마, 어린 것 같은데 몇 살?” 알려줄 듯 말 듯 직접 내온 주스만 연신 마시더니 손가락 네 개를 보여준다. 설마 마흔? 동안 김희선의 매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광고 콘셉트처럼 실제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자주 갖는 편이에요. 동안이오? 아이 키우면 늙어요. 대신 저는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죠.”
실제로 김희선은 촬영 내내 편안해 보였다. 촬영 2시간 전부터 스튜디오에서 대기하며 분장을 마치고 시놉시스를 검토하고 스태프들과 거침없이 수다를 떨었다. 베테랑 배우의 여유가 묻어났다.
“지금까지 마신 주스만 해도 열 잔이 넘어요. 나이를 거꾸로 먹는 항산화 성분이 함유된 주스인데, 오늘 촬영 끝나면 스무 살 되는 거 아냐?”
김희선은 활력 있었고, 건강해 보였다.
“주스를 한 잔 마시더라도 성분을 체크하는 편이에요. 노화 방지를 위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비타민을 많이 섭취하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과일 주스를 즐겨 마시는 편이에요. 주부님들! 이제 날씨가 많이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가족에게 매일매일 아사이베리와 크랜베리로 블렌딩한 미닛메이드 ‘리치 블렌드’ 한 잔 꼭 챙겨주세요. 옆집 아줌마가 부러워하는 ‘동안 가족’이 되실 거예요(웃음).”
인터뷰 말미에 제품 홍보까지 똑 부러지게 하는 그녀다. 그러면서 음료수까지 벌컥벌컥 마신다. 김희선답다.
김희선은 ‘의외로’ 후배 배우들에게 인기가 많다. 매력도 그렇지만 통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화신>의 새 MC가 된 봉태규에게 고가의 냄비 세트를 깜짝 선물로 보내 봉태규의 환호를 받았다. “봉태규씨가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거든요. 게다가 주부들만 안다는 무쇠솥의 마니아더라고요. 1백20만원이나 해요. 비싸니까 선물 준 거 티 좀 낼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