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남 스타일’의 나라 한국에 오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이 영화 <엘리시움>의 홍보차 지난 8월 13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만을 방문하기로 결정, 그의 내한은 더욱 의미가 있었다. 오후 5시 30분경 공항에 모습을 나타낸 맷 데이먼은 흰색 셔츠에 후드 점퍼를 입고 반바지에 모자를 눌러쓴 캐주얼한 차림으로 게이트를 나섰다. 그는 경호원들의 제지에도 자신을 보고 몰려든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등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이튿날 양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맷 데이먼은 “이렇게 환대를 해줘서 매우 놀랐습니다. 한국에 여러 번 다시 와보고 싶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저희가 어제 저녁에 왔기 때문에 호텔에서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또 시차가 있어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지만 그냥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아름다워서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집에 가서 저희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요.”
맷 데이먼과 함께 한국을 처음 방문한 배우 샬토 코플리 역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아공 친구들이 ‘강남 스타일’의 나라 한국에 간다고 하니 굉장히 부러워했어요. 강남 스타일이 지금 남아공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라며 재치 있게 소감을 전했다.
맷 데이먼도 맞장구를 쳤다. “저도 당연히 ‘강남 스타일’을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 딸이 4명이 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죠. 딸들이 너무 좋아하거든요. 실제로 싸이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지금 LA와 뉴욕에 싸이 모창 가수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싸이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딸바보’ 스타다. 맷 데이먼은 ‘글로벌 딸바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딸이 잘못해도 아무 말도 못한다. 첫째 딸이 일곱 살이고 열다섯 살짜리 의붓딸도 있다”며 “첫째 딸이 두 살 때부터 나를 조종했다. 남자는 여자 상대가 안 된다. 결혼하면 깊은 늪에 빠지는 것 같다”라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맷 데이먼은 막내딸에게 머리를 두들겨 맞은 독특한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 촬영을 위해서 삭발을 하고 집에 갔더니 어린 막내딸이 내 머리를 때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막내딸이) 내 머리가 드럼인 줄 알고 두들기는 것 같았다. 내 머리를 볼 때마다 흥분해서 두들기는 막내딸을 위해 머리를 대줬다”고 말해 장내를 폭소케 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사귄 일반인 여자친구와 2005년 결혼, 8년째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아는 한국 감독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찬욱 감독을 꼽으며 기회가 되면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맷 데이먼은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영화를 결정할 때 예산을 따지거나 복잡하게 생각하는데, 나는 내가 믿는 감독이라면 신뢰하고 작업하는 스타일이다. 박찬욱 감독이라면 바로 일해보고 싶다. <올드보이>를 무척 재밌고 인상 깊게 봤다. 할리우드에서 이 작품이 리메이크되어 나온다고 하는데, 어떻게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 있는 연기에 대해 묻자 “어떤 연기라도 나에게는 상관없다. 중요한 건 어떤 감독과 작업을 하느냐이다. 감독만 좋다면 공포 영화도 상관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학교 시절부터 연극 대본을 쓰고 연극 연출을 했던 그는 미국 하버드대 영문학과 재학 시절 데뷔해 훈훈한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전 세계 여성 팬들의 사랑을 받는 할리우드 배우가 되었다. 그가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첫 작품은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을 맡은 <굿 윌 헌팅> 이다. 이 작품으로 그는 1998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을 안은 것은 물론, 골든 글로브 각본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작품의 성공을 바탕으로 그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그의 최고 흥행작이라고 할 수 있는 <본> 시리즈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른다. 그는 자신의 놀라운 필모그래피에 대해 “15년간 운 좋게 좋은 작품을 만났다”고 겸손해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낙원을 뜻하는 <엘리시움>이다. 맷 데이먼은 이번 작품에서 한때 뛰어난 전사였지만 지금은 황량한 지구에서 살고 있는 맥스 역을 맡아 최후의 시간 5일 동안 필사적으로 ‘엘리시움’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현재 스티븐 서더보그 감독과 일곱 번째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차기작을 통해 다시 그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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