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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원·서정희 아들 장가보내던 날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결혼식이 치러졌다. 막내아들을 장가보내는 부부는 웃고, 울고, 기도한다. 부모의 마음은 이렇듯 복잡하다. 축하합니다!

On October 16, 2013


서세원 부부가 아들 서종우(개명 전 이름 서동천, 29세)군을 장가보냈다. 지난 8월 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친인척과 지인 2백여 명을 초대해 조촐한 결혼식을 치렀다. 종우군의 ‘피앙세’는 종우군이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유학할 당시 만난 미술학도로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종우군은 2007년 3인조 남성 밴드 ‘미로밴드’에서 ‘미로’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당시 수록곡 전곡을 직접 만드는 등 음악적 재능을 과시해 눈길을 모았다. 이후 학업에 전념해 와세다 대학 사회과학부에서 공부하다 2010년에는 성균관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했으며 현재는 고려대학교 인문학부에 재학 중이다.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아버지인 서세원이 사회와 주례를 맡았으며 축가는 ‘오늘의 주인공’인 서종우씨 부부가 직접 불렀다. 서세원·서정희 부부는 정장이나 한복 차림이 아닌, 평소 입던 의상 중 가장 멋진 슈트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신랑 서종우군도 누나 서동주씨의 결혼식 때 입었던 슈트를 입고 타이는 아버지가 쓰던 것이었다. 여기에 정장 바지가 아닌 단정한 블랙 진 팬츠를 입어 거품을 뺀 결혼식을 치렀다. 서정희는 자신이 오랫동안 아끼던 시계와 반지를 깨끗하게 닦아 신부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한 인터뷰에서 “딸 동주의 결혼식도 청첩장을 자기들이 PC 프린터로 만들 정도로 소박하게 진행했는데, 외국에서 했다는 이유로 화려한 결혼식이었던 것처럼 알려졌다. 동주와 동천이 결혼식 때는 폐백도 안 하고, 예단도, 함도 안 하는 소박한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가 결혼식을 소박하게 진행하려는 것은 종교적인 이유가 크다. 서세원이 목사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세상에서 받은 행복을 세상에 나누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주례도 특별했다
“이 결혼식은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결혼식입니다. 겉치레를 버리고 주님 안에서 서약하고 맹세하는 결혼식입니다. 예단이 없습니다. 폐백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신랑 신부가 사랑하는 마음이 전부입니다. 나중에 이들 부부가 유학을 가거나 집을 살 때 부모가 조금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축의금 중 일부는 십일조로, 일부는 감사 헌금으로, 나머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겁니다.”
서세원 부부는 평소 지나온 생 동안 감사하게 누렸던 인기와 명예 때문에 아들이나 딸 결혼식을 화려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결혼식장을 방문한 하객도 친척과 교인이 대부분이었다. 연예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축의금 중 신랑 신부가 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야 바쁜 중에 하객으로 오신 분들에게 복이 되는 것입니다 ‘거지 반상’의 결혼식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입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목사가 됐습니다. 청빈한 삶을 입으로만 말하는 목사가 아닌 실천하는 목사가 되겠습니다.”
결혼식장이라는 게 그렇다. 절반의 하객은 착석하지 않은 채 식장 뒤에 몰려 있고, 절반은 휴대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느라 정신없다. 서세원은 진행 본능을 발휘했다.
“여러분, 사진 그만! 이제 모두 앉으세요. 이따 내가 찍으라고 할 때 찍으세요. 신랑 신부 입장할 때 그리고 부모님께 인사할 때만 찍으세요. 그것 외에는 보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게 예식이 시작됐다. 격식이 파괴되고 축하만 가득한 결혼식이었다.
“원래는 신랑과 신부가 따로 입장하는데 이 결혼식은 같이 입장합니다. 그 흔한 케이크와 촛불도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 들어오는 의식이라 생각하고 신랑 신부 나란히 입장하겠습니다. 여러분 큰 박수!”
앳돼 보이는 신랑이 생글생글 웃는 신부와 나란히 입장했다. 서세원은 이들 부부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봤다. 감회에 젖은 서정희는 시시각각 다양한 표정으로 복합적인 심경을 드러냈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고 혼자 사는 게 좋지 않을 것 같아 두 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동천이의 갈비뼈를 뚝 떼어서 신부를 만드신 겁니다. 이는 고통 속에서도 서로 사랑하라는 의미입니다. 두 사람이 무거운 짐을 들 때도 함께라면 온전해집니다. 오늘부터 두 사람은 부모님을 떠나 정신적, 물질적으로 독립합니다. 나는 결혼 생활 31년을 했지만 날마다 행복한 건 아니었습니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도 많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런 마음이 10% 있습니다. 하하. 사랑은 받는 것만이 아닙니다. 주는 것이고 인내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도 이혼을 하려면 31년을 채우세요.”
웃음과 감동이 뒤섞인 주례사였다. 아내 서정희는 중간중간 “아멘!”이라고 크게 외쳤고, 예식이 치러지는 동안 내내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박수도 끊이지 않았다. 혼인서약이 이어졌다. 신랑 신부의 대답 역시 “아멘”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부부가 됐다


하이라이트는 축가였다
“특별히 신랑의 기타 반주에 맞춰 신랑 신부가 축가를 부릅니다. 여러분, 이렇게 결혼하니까 멋있죠? 이게 좋은 거예요. 우리 딸이 미국에서 결혼할 때도 이 이상 안 했어요. 두 사람이 쓸데없이 돈을 내버리느니 이렇게 하니까 얼마나 좋아요. 지나고 나니 이게 맞는 결혼식이더라고요. 오늘은 결혼식이니까 신랑이 기타를 치며 헤드뱅잉을 해도 아버지가 용서하겠습니다. 옛날에 아들이 록 밴드를 한다고 했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한데 두 사람이 자기들끼리 내조를 잘해서 아들이 현재 고려대학교 재학 중이에요. 이제 하버드대로 가길 바랍니다. 성공하세요. 하나님 앞에 멋진 가정을 이루세요.”
과거 록 밴드 출신답게 종우군은 전자기타를 메고 나타났다. 마이크가 아버지에게서 아들에로 옮겨졌다.
“여러분, 신랑과 신부가 축가를 직접 부른다고 해서 많이 놀라셨죠? 저도 밥벌이도 못하는데 신부가 결혼하자고 해서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앨범을 낸 가수 출신입니다. 지금부터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신나는 축가를 불러드리겠습니다.”(서종우)
신랑과 신부는 각각 한 소절씩 주거니받거니 노래를 불렀다. 직접 쓴 가사가 풋풋한 사랑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너를 처음 만난 건 9년 전, 넌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였었어. 우린 만난 지 3일 만에 뽀뽀했지. (신랑)/ 너를 처음 만난 건 9년 전, 넌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이었어. 난 네가 잘나가는 줄 알았었지. (신부)/ 우린 그렇게 코가 꼈어! (함께)
너를 처음 만난 건 9년 전, 나는 같은 대학 신입생이었어. 그런데 왜 아직도 대학생이니. (신랑)/ 너를 처음 만난 건 9년 전, 너도 대학교 신입생이었지. 그런데 왜 아직도 백수니. (신부)/ 우린 그렇게 코가 꼈어! (함께)
‘코가 꼈다’는 두 사람의 축가에 하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축가는 우렁찬 박수로 마무리됐다. 이어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하는 순서였다. 결혼식 내내 미소 짓던 서정희는 아들 종우군과 포옹하며 참았던 눈물이 터졌고, 종우군도 마찬가지였다. 모자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애써 눈물을 참던 서세원은 식이 끝나자마자 사돈에게 정중하게 악수를 건넸다.
“다 울었습니까? 그렇게 신나게 축가를 부르더니 부모님을 생각하니까 우네요. 승리하십시오. 앞으로 출발!”
그렇게 결혼식은 끝났다. 30분 남짓한 짧은 순간이었다.
31년을 사는 동안 서세원·서정희 부부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모델과 개그맨으로 만나 대중의 관심 속에서 시작한 부부 생활이었다. 승승장구하던 부부는 어느 날 비리 사건에 연루돼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 기도밖에 살 길이 없었다. 그 세월을 함께한 딸과 아들이다. 기쁜 날이다. 하지만 부부는 눈물이 난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사진
하은정, <서정희의 주님>(두란노)
2013년 09월호
2013년 09월호
취재
하은정
사진
하은정, <서정희의 주님>(두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