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승원의 아들인 차노아(24세)군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피해자 A양(19세)이 미성년자이고 성폭행 혐의란 사안도 놀랍지만, 감금·폭행 혐의까지 받고 있어 팬들의 충격은 더욱 크다. 현재 차노아군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 3월 처음 만나 결혼까지 생각했던 차노아군과 여고생 A양은 대체 어떻게 만났으며, 무슨 일이 있었기에 만난 지 4개월 만에 법정에 서게 됐을까? 최대한 편견을 버리면 영화보다 영화 같은 사건의 조각이 조금씩 꿰맞춰지지 않을까? 차노아군과 A양의 만남부터 결별까지 4개월간의 스토리를 A양 측이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과 이미 제출했거나 제출 예정인 각종 증거 등을 바탕으로 따라가 봤다.
연인 관계다 vs 성폭행이다
현재 차노아군 측은 고소인 A양이 연인 관계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차노아군 측은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A양은 여자 친구로 고소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A양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차노아군과 A양이 한때 연인이었던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우선 A양의 변호를 맡고 있는 로메인 법률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A양의 어머니와 친오빠도 초반에는 차노아군을 A양의 남자 친구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녹취록(차노아군과 A양이 지난 7월 통화한 내용)에도 차노아군과 A양이 연인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엿보인다. 녹취록에서 A양은 “잠시나마 정말 옛날에, 연애 초반에 오빠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했던 걸 많이 후회해. 오빠를 믿었던 것도 많이 후회하고”라고 말한다. 이에 차노아군은 “그걸 후회한다고?”라고 되묻자 A양은 “오빠랑 결혼하려고 했던 것도 정말 후회해”라고 답한다. 이는 차노아군이 주장한 ‘A양과 나는 연인 관계다’라는 진술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양 측은 반복되는 차노아군의 협박과 폭언에 결별을 선언했음에도 성폭력과 감금, 폭력, 그리고 방화까지 이어지면서 검찰에 고소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연인이었던 정확한 시기와 근거가 이 사건의 가장 큰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노아군과 A양, 4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그렇다면 이들 사이에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A양 측이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 내용을 중심으로 차노아군과 A양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재구성해봤다.
중국 유학 중 한국에 잠시 귀국한 A양은 지난 3월께 친오빠가 집으로 차노아군을 데려오면서 처음 만나게 된다. 당시 그 자리에는 A양 친오빠의 친구(여)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이후 A양은 친오빠의 친구(여)와 함께 차노아군이 살고 있던 청담동 오피스텔에 함께 가기도 했다. 그러던 중 4월 초 A양은 다시 친오빠의 친구와 함께 차노아군의 청담동 오피스텔을 방문했고 친오빠의 친구가 먼저 그 집을 떠난 뒤 A양은 차노아군에게 처음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A양 측은 그날 이후 여러 차례 차노아군의 청담동 오피스텔에서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채 지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지방에서 일하는 A양의 모친이 서울에 올라오는 주말에는 논현동 소재의 본가에 갈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차노아군이 직접 집까지 데려다줬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연인 관계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의문이 생기는 점은 차노아군이 A양이 자신의 청담동 오피스텔에서 빠져나오자 대로변까지 A양을 따라 나와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당시 이를 목격한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경찰에 신고까지 됐다는 부분을 감안하면 단순한 연인 사이의 다툼으로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후 차노아군은 A양의 논현동 본가로 찾아와 A양에게 폭언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위협을 느낀 A양은 모친에게 전화로 상황을 설명한 뒤 친구 집으로 피신하게 된다.
이후 A양은 차노아군을 피해 6월 말 삼성동 소재의 원룸 빌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럼에도 그곳까지 찾아낸 차노아군에게 또다시 폭력과 감금을 당했다는 게 A양 측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차노아군은 A양의 옷을 불태우면서 장판 일부가 그을리고 침대 커버가 타기도 했다. 차노아군의 거듭된 폭언과 이에 반항하던 A양의 고성으로 인한 소음 탓에 인근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A양의 삼성동 빌라 인근의 한 주민은 “당시 싸우는 소리가 두 번 정도 크게 났다”며 “소리가 커서 빌라 안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밖에서 싸우는 줄 알고 동네사람들이 다 집 밖으로 나왔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삼성동 빌라에 감금되어 있던 A양은 차노아군의 차에 태워져 지난 7월 11일부터 13일까지는 경기도 소재의 한 별장(차노아군 할아버지 별장으로 알려짐)으로 옮겨졌으며 이곳에서 다시 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양은 당시 차노아군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해 낳을 때까지 여기서 나가지 못한다고 협박했지만 차노아군의 할아버지라는 사람이 별장에 오면서 3일 만에 그곳을 떠나게 됐다고 한다. 이후 다시 차노아군의 청담동 오피스텔에 감금돼 있던 A양은 어렵게 친오빠와 연락이 되면서 겨우 차노아군에게서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이 사건이 A양의 주장대로 감금과 폭행이었는지, 차노아군 측의 입장처럼 연인이던 시기에 이뤄진 일인지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연인이던 시기에 벌어진 일은 감금과 동거를 구분하기가 애매하고 성폭행 역시 차노아군의 강제성에 따른 강간인지 합의하에 이뤄진 화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부부 사이에도 강간이 성립되므로 연인 사이의 성관계를 무조건 화간으로만 볼 수는 없다.
고소장에 따르면 적어도 A양이 차노아군을 피해 옮긴 거처로 차노아군이 다시 찾아온 이후 시점부터는 연인 관계로 보기 힘들다. 물론 이 부분도 연인 사이에 큰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A양은 소장을 통해 심각한 폭언과 폭행, 그리고 협박 등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부분은 수사당국의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중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A양이 감금,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차노아군의 청담동 오피스텔.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의문
A양이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A양과 차노아군의 만남은 처음부터 성폭행, 그리고 감금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A양이 처음으로 차노아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날짜와 차노아군을 폭력 및 감금 혐의로 고소한 날짜 사이에는 4개월이라는 간극이 있다. A양의 주장대로 4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감금 및 협박을 당했다면 A양과 그 가족은 왜 더 일찍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이 때문에 일각에선 A양이 의도적으로 합의금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고소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A양과 차노아군의 녹취록에는 A양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이 엿보인다. 여기서 A양은 자신을 만나달라고 요구하는 차노아군에게 “오면 진짜 신고할 거야. 오지 마”라며 “진짜 더 이상 경찰 쪽으로는 하고 싶지도 않고, 우리 부모님한테 상세하게 알리고 싶지도 않아. 그냥 여기서 그만해 오빠. 제발 부탁할게”라고 말한다. A양은 차노아군과 헤어지기 위해 법의 힘을 빌리기보다 자신의 선에서 일을 끝맺으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결국 A양은 차노아군을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잠적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A양의 변호를 맡고 있는 로메인 법률사무소 측은 “A양이 처음엔 부모님을 비롯해 오빠에게 사실을 알리길 꺼려한 것으로 안다”며 “A양의 친오빠도 둘 사이의 다툼이 흔한 남녀 사이의 다툼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A양이 합의금을 노리고 고소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변호인 측은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A양에게 먼저 합의를 제의한 쪽도 차씨 측이었다.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거나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도 전에 합의를 제의했다. A양의 가족들은 이번 사건을 알고 나서 합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친고죄가 폐지된 터라 의도적으로 고소했다는 주장 자체가 법적으로도 별 다른 근거가 없다. 과거에는 성 관련 범죄는 친고죄라 합의를 하고 소를 취하하면 사건이 종료됐다. 그렇지만 최근 친고죄가 폐지돼 더 이상 합의금을 받고 고소를 취하하는 것으로는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경찰 수사가 진행돼 피고소인에게 혐의가 있으면 검찰을 통해 기소가 이뤄지며 그 반대의 경우에는 고소인이 무고죄 등으로 처벌받게 된다.
현재 A양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검찰에서 경찰로 사건이 이관된 이후 A양은 직접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심신 상태가 불안해 조사 하루 전 방문 조사로 방향이 바뀌었다. 지난 8월 8일 여성 수사관 입회하에 이뤄진 A양의 방문 조사는 3시간이던 예상 시간을 훌쩍 넘겨 8시간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아버지는 <한밤의 TV연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애는 심각하다. 병원도 못 간다. 병원 가면 이런 얘길 자꾸 물어보니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검찰에 고소했으니 ‘당신이 우리 애 앞에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며 분노했다.
보다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차노아군 측의 입장을 들어보려 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우선 차노아군 본인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 “본인은 차노아군이 아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는 여전히 연인 관계임을 주장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한편 차승원은 사건이 알려진 지난 8월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최근 아들 차노아군과 관련한 심경 글을 올렸다.
차승원은 “차승원입니다. 배우 차승원이기 이전에 훌륭하지 못한 아버지로서 먼저 가슴 깊이 사죄드립니다”라며 운을 뗀 뒤, “모든 진위 여부를 떠나 현재 논란이 된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며 통탄하고 슬픈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라고 이번 사건과 관련한 심경을 고백했다. 또한 차승원은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차노아군을 대신해 사과를 전했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아니지만 유명 연예인이기 때문에 자식의 잘못에 대해서도 대중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그에 대한 동정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 이와 관련해 차승원이 2011년 과거 한 토크쇼에 출연해 아버지상에 대해 밝힌 장면이 다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차승원은 “아버지는 울타리 역할만 할 뿐이다. 울타리 밖은 전쟁터다. 아이들이 만나게 될 이 세상에 대해 준비시키고 울타리 안에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자율성을 주는 그의 교육 방식이 담긴 말이었는데, 울타리 밖으로 벗어난 아들의 잘못에 대해 직접 나서서 수습하려고 노력하며 눈물겨운 부성애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4살 연상의 아내 이수진씨는 2년 전 트위터를 통해 “우리 아이들만큼은 바람직하게, 사회에 민폐 끼치지 않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의 소박한 바람이 지금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상황. 더구나 차노아군은 지난 3월 대마초 흡연 혐의로 이미 한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는 사춘기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지난 2012년 귀국해 프로게임단 LG-IM팀에 합류했지만 당시 팀에서 방출되었다.
현재 차승원은 장진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하이힐>을 촬영하고 있다. 이번 사건 발생 직후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우려가 있었으나 묵묵히 촬영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촬영 장면 이외에는 가급적 사람들과의 접촉을 삼간 채 차 안에 들어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봉을 앞두고 진행하는 인터뷰,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홍보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차노아군이 A양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고소장.
차노아군과 A양이 주고 받은 대화록.
- INSIDE ISSUE
차노아군 - A양 무슨 대화 나눴나 살펴보니
차노아군과 A양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은 7월경 이루어진 통화 내용이다. 녹취록은 경찰 증거 자료의 일부분이기에 이것만으로는 전후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서 A양은 차노아군에게 ‘무섭다’와 ‘경찰에게 알리고 싶지 않으니 그만하자’고 반복적으로 말하고 이에 대해 차노아군은 ‘한 번만 만나줄 것’을 재차 요구하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녹취록에서 A양은 “나 도저히 무서워서 오빠 못 만나겠어”라며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이어지는 통화에서 차노아군은 “너랑 헤어지기 싫어서 그런 건데 이미 헤어졌으니까 안 그럴게”라고 말한다. A양과 차노아군이 한때 연인이었으며 이미 관계가 정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A양은 또한 자신과 차노아군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A양은 “오빠(차노아군 지칭)가 이미 나한테 그렇게 행동했는데 나 신고 안 했잖아”라며 “나 정말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고 싶지도 않고. 제발 나한테 그냥 전화도, 만나자고도 하지 말고, 여기서 끝내자”고 말한다. 그러나 울먹이며 재차 만남을 요구하는 차노아군에게 A양은 “여기서 한 번 더 전화가 오거나 날 만나려고 하면 나도 내 선에서는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A양의 최후통첩은 소용이 없었고, 결국 A양은 지난 8월 1일 검찰에 차노아군을 폭력 및 감금, 납치 혐의로 고소하며 둘 사이는 파국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