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멋질 수 있을까? 인터뷰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젠틀한 말투와 우수 어린 눈빛. 드라마를 위해 콧수염까지 기르고 나니 바라만 봐도 남자 향이 폴폴 난다. 송승헌이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진짜 남자의 거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한 남자가 진짜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 부드러운 남자를 뛰어넘어 거친 남자로 새롭게 변신한 송승헌. 이번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의 ‘한태상의 사랑’이 아닌, ‘진짜 송승헌의 사랑’에 대해 물었다.
삼십대 후반, 세월도 비껴간 우월한 외모
짙은 눈썹에 무결점 외모의 배우 송승헌은 1995년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처음 데뷔했다. 데뷔하자마자 그는 소위 말하는 ‘청춘스타’ 대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1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촬영장에 선배 배우들보다 후배들의 수가 더 많단다.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조각 같은 외모에 연기 실력까지 갖춘 후배들이 나타나는 게 요즘이다. 배우들에겐 나이 들어가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을 누구도 붙잡을 순 없는 법. 어느새 데뷔 17년 차가 된 배우 송승헌은 어떨까?
“세월이 흘러 신인 연기자들이 나오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요. 오히려 그런 나이 어린 배우들이 있어 저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더 자극이 돼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는 현재 삼십대 후반. 하지만 여전히 그의 외모는 세월을 비껴간 것만 같다.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보여준 그의 샤워 신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탄탄한 복근부터 안기고 싶은 가슴 근육까지. 그야말로 옴므 파탈이다.
“때론 저도 ‘남들처럼 배 좀 나오면 어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팬들 때문에 생각을 고쳐먹었죠. ‘송승헌 몸이 맛이 갔구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잖아요.(웃음) 그래서 촬영 전에는 밥을 적게 먹고 관리를 좀 했습니다.”
극 중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신도 화제다. 그가 맡은 ‘한태상’이라는 역할이 야성미가 넘치다 보니, 송승헌은 칼을 맞기도 하고 맨손으로 유리를 깨부수기도 한다. 손가락에 반창고를 감고 있기에 다쳤느냐고 물었더니 엊그제 액션 신을 촬영하다 살짝 베었다고 답했다. “힘들죠. 엊그제도 촬영하다가 살짝 손을 다치기도 했습니다. 지난번엔 나는 왜 항상 액션 신이 있느냐고 농담처럼 말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힘에 막 부치거나 그렇진 않고요, 재밌게 임하고 있습니다.”
진짜 남자로 돌아온 송승헌이 생각하는 사랑과 결혼
송승헌은 군대에 다녀온 후 복귀작 <에덴의 동쪽>을 제외하고 줄곧 말랑말랑한 멜로를 선보여왔다. 배우 김태희와 함께 열연한 <마이프린세스>, 박민영과 함께 호흡을 맞춘 <닥터 진>을 비롯한 그의 최근작은 모두 부드러운 감성 멜로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 이렇게 강한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송승헌은 드라마 <추적자>의 주연 배우 손현주가 맡은 역할을 보면서 강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드라마 <추적자>는 딸을 잃은 형사 아빠의 이야기죠. 아빠 역을 맡은 손현주 선배님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그걸 보면서 그런 연기도 정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회 보면서 점점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에서 그가 펼치는 연기도 강한 캐릭터다. 한태상은 어릴 적 고독과 시련을 겪고, 뒤늦게 사랑하는 여성을 만나 온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하는 그런 남자다.
“뭐랄까, 제가 맡은 한태상이라는 인물은 여성에 대해서 굉장히 확실해요. 연기하는 저도 시원시원하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죠. 고독하게만 살던 남자가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첫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설정도 참 재밌어요.”
극 중 한태상은 사랑하는 여자 미도를 위해 ‘여자가 좋아하는 행동 10가지’를 찾아볼 정도로 연애에서는 초짜다. 송승헌은 “연애 한 번도 해본 적 없어”라는 대사를 연기하면서 개인적으론 참 쑥스러웠다고도 말했다.
만인의 연인인 줄로만 알았던 그도, 사랑과 연애를 해본 모양이다. 그에게 ‘송승헌이 사랑할 때’는 어떤지 물었다.
“저도 극 중 인물 한태상처럼 스킬이 좋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구를 만나면 아주 열정적으로 빠집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드는 사람을 만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러면 결혼은 어떨까? 몇 해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게 자신의 가장 큰 꿈이라고도 했었다.
“결혼 계획이 전혀 없고요. 전 못 할 것 같아요.(웃음) 저는 지금까지 누구랑 연애를 시작하면 이 친구랑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났거든요. 그런데 결국엔 헤어졌어요. 그렇다고 제가 결혼에 대해 환상이 있는 건 아니에요. 주변의 인생 선배들을 보면, 열에 아홉은 천천히 결혼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서둘러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요.”
사랑보다는 일이 우선인 걸까? 그는 지금 한창 거친 남자의 매력을 발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시청률’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듯 그도 그렇다.
“아무래도 시청률은 평가의 잣대가 되니까 ‘시청률 저조해도 상관없다’는 말은 거짓말이겠죠. 저 역시 여러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만드는 이번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힘든 촬영을 했을 때 시청률이 잘 나오면 큰 위로가 됩니다. 그래도 시청률에 너무 부담을 갖진 않으려고 합니다. 연기 생활을 하다 보면 기대 이상으로 잘된 작품도 있고, 기대가 컸던 만큼 안 된 작품도 있더라고요.”
그는 고생해서 촬영하는 것에 대한 위로를 받고 있을 것 같다. 그의 이번 작품 <남자가 사랑할 때>는 현재 수목드라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층 여유로워진 송승헌. 17년 차 베테랑 배우의 길로 들어선 그가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매력이 심상치 않다. 살랑이는 봄바람에 여심도 함께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