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식사 시간, 이로 인한 군것질, 운동 부족, 그리고 장바구니에 담기는 식품 등 과식과 과체중을 부르는 요인은 너무도 많다. 프랑스의 전문가들은 생과일, 채소 등 가공되지 않은 1차 재료를 많이 구입하고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냉동식품은 되도록 피하라고 말한다.
미식가들의 나라, 날씬한 여자들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에도 과체중의 위협이 불어닥치고 있다. 특히 요즘 프랑스인들의 큰 걱정은 연령이 낮은 성장기 아이들에게서 과체중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식이 조절을 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비만과 이로 인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때가 되면 빠진다’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아이들의 비만을 방치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프랑스의 소아과 전문의이자 영양관리사인 로렌스 플뤼메(Laurence Plumey)는 저서 <자녀들의 과체중을 예방할 수 있는가?>에서 아이들의 과체중 현상에 대한 분석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한다. 즉, 이 시기에 식습관이 잘못 형성돼 과체중 진단을 받으면 가깝게는 왕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결국 평생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은 채 살아가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이제 막 성장기에 접어든 자녀에게 무리한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 프랑스의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식습관이 단순히 ‘음식에 대한 욕구’보다는 아이들만의 고민이나 불만이 나쁜 식문화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로렌스 플뤼메는 “규칙적인 영양 섭취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못 먹게 한다든지, 끼니를 건너뛰게 하는 방법은 옳지 못하다. 아이들에게 체중 감량을 강요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들이 왜 과체중이 되었는지 부모들이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부모의 불화나 이혼, 친구의 전학이나 교우관계,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 등은 아이들에게 큰 스트레스다. 프랑스와 교육 환경이 다른 한국의 경우 성적이나 입시에 대한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유전적인 원인으로 과체중인 것이 아니라면, 우리 아이가 왜 살이 찌기 시작했는지 부모로서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큰 도시마다 아동들의 비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국립병원 프로그램이 있다. 영양사, 소아과·정신과 전문의 등과 아동 교육자가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해 아이들을 관리하는 만큼 신뢰도가 높다. 또 비만 아동들이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면서 서로 의지가 돼 개인적인 비만 상담에 비해 효과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이 프로그램도 역시 체중 감량 자체보다 올바른 식습관의 형성과 규칙적인 체력 소비를 통해 이런 활동이 자신의 성장과 일상의 즐거움에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고, 아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대부분 5~7㎏의 체중 감량에 성공한다. 무엇보다 ‘OO 금지’라는 부담이나 강박관념 없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개선된 습관을 유지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무엇보다 자녀의 과체중이 고민이라면, 부모의 의지가 우선돼야 한다. 식사할 때는 한 번만 덜어 먹기(프랑스에서는 각자의 접시에 한 번 먹을 분량을 덜어 먹기 때문에 이런 교육이 가능하다), 정해진 식사 시간에만 음식 먹기, 하루 30분씩 걷기, 집에 아이 혼자 두지 말기 등은 부모가 의지를 갖고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요즘은 너도 나도 다이어트와 건강관리 열풍이다. 하지만 건강한 생활 습관은 성인이 돼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건전한 식습관을 가르치려는 프랑스인들의 시도는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글쓴이 오윤경씨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곧바로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을 거쳐 도착한 프랑스 파리의 건축대학 라빌레트(La villette)를 졸업한 후, 파리 건축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파리에 거주하며, 인테리어 디자인과 컨설트 및 그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옴 프로덕션(OM Production)의 대표다. 저서로는 <파리지엥의 주방>과 <봉주르, 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