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일을 하면 오히려 그런 것을 통해 제가 꿈꾸지 않았던
그 이상의 가치들이 내게 오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세상을 떠난 석규가 밀알이 된 것 같아요. 그 밀알이 씨앗이 되어 2배, 10배, 30배, 60배로 자란 셈이죠”
이광기와 친구들, 재능을 기부하다
준서 돌잔치 겸 자선 콘서트
나눔 홍보대사로 꼽히는 배우 이광기가 새해에도 어김없이 나눔 행보에 나섰다. 지난 1월 12일, 일산 고양 아람누리극장에서 가수 박상민, 아이비, 홍서범, 바다, 딕펑스, 김영호, 정애리, 이성미 등 스타들과 함께 ‘2013 이광기와 굿프렌즈 콘서트’를 연 것이다. 대지진 이후 3년, 여전히 아물지 않은 아픔과 상처가 남아 있는 아이티. 굿프렌즈 콘서트는 공연 수익금 전액을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을 통해 아이티 희망학교 건립에 기부할 예정이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힘든 시절 함께해준 친구들, 팬들을 위해 준비한 콘서트예요. 2013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뜻깊은 콘서트를 통해 많은 분들과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어 기획하게 됐어요. 전화 한 통에 기꺼이 참석해 재능기부를 해준 친구들에게 고맙고,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 한 분 한 분께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이번 콘서트는 이광기 본인에게도 매우 뜻깊은 콘서트였다. 아들 석규를 신종플루로 안타깝게 떠나보낸 후, 어렵게 얻은 세 번째 자녀 준서의 첫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이목구비와 아빠의 살인미소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준서는 긴 시간 동안 칭얼대는 것 한 번 없이 얌전하고 순했다. 특히 기타 소리에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기도 해, 돌잡이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날 돌잡이 용품에는 돈, 마이크, 골프공, 십자가 등이 놓여 있었는데, 준서는 십자가를 잡았다. 이광기와 아내는 박수를 치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관객들 역시 하나님의 길을 가게 될 준서의 앞날을 축복했다.
“준서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충만해져요. 고맙고 기특해요. 아내와 종종 그런 얘길 해요. 다시 돌아와주어서 고맙다고요.” 4년여 전 하늘나라로 떠난 석규. 이름만으로도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러웠지만, 부부는 “석규를 애써 가슴에 묻지 않기로 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석규) 생각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또 그 아이를 통해 이렇게 소중한 준서가 태어났잖아요. 이 아이가 석규 몫까지 다할 거라 생각하며 키우고 있어요.”
이광기와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
준서의 첫 생일잔치는 짧게 진행되었다. 원래 공연 기획 의도에 어긋나지 않는, 콘서트 1부와 2부를 잇는 중간 행사 정도였다. 이날 콘서트 1부에서는 월드비전 친선대사인 탤런트 정애리씨와 이성미씨가 함께 토크쇼를 진행했다. 이어 배우 김영호, 가수 홍서범과 아이비가 축하 공연을 펼쳤다. 2부에서는 가수 박상민이 ‘청바지 아가씨’를 불러 분위기를 업시켰고, 이어 <슈퍼스타K4> 준우승팀인 딕펑스가 콘서트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피날레는 김태원이 리더로 있는 부활의 몫이었다. 이들은 ‘네버엔딩스토리’ 등 전설의 히트곡을 부르며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했다. 월드비전 홍보대사인 배우 지진희가 직접 만들어 기부한 도자기 10점을 추첨을 통해 현장 관객에게 전달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이어져 콘서트에 재미를 더했다.
“예전에는 바라는 게 참 많았어요. 꿈도 많고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았죠. 하지만 제가 갖는 꿈과 희망은 결국 다 제 욕심이더라고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일을 하면 오히려 그런 것을 통해 제가 꿈꾸지 않았던 그 이상의 가치들이 내게 오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석규가 밀알이 된 것 같아요. 그 밀알이 씨앗이 되어 2배, 10배, 30배, 60배로 자란 셈이죠.”
이광기는 늦둥이 아들 준서의 돌을 맞아 콘서트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이는 전 세계 아이들을 위한 콘서트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또한 이광기와 친구들의 남다른 우정과 의리도 엿볼 수 있었다. 필리핀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다 비행기를 타고 당일 한국에 들어온 김영호, 1월 12일에 스케줄 비워놓으라는 말에 이유도 묻지 않고 OK한 박상민, 겹친 스케줄을 조정해가며 참석한 부활의 김태원, 뮤지컬을 끝내자마자 이날 콘서트에 헐레벌떡 달려온 바다, <남자의 자격> 패밀리합창단과 교회 성가대에서 인연을 맺은 의리파 아이비, 그리고 지금의 이광기를 이 자리에 있도록 끌어준 정애리까지, 모두 이광기의 전화 한 통에 기꺼이 재능 기부를 하겠다며 참석한 친구들이다. 기쁠 땐 같이 웃고, 슬플 땐 같이 울며, 힘들 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이광기는 참 든든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