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의 ‘함정’에서 벗어나라│
노후 보장, 질병·사고 대비, 각종 목돈 마련 등 우리가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한때는 가정 경제의 위험 요소에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로 보험이 각광받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보험에는 순기능이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가계의 위기에 대비한다는 점에서 보험만큼 매력적인 상품도 드물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불안감’이 오히려 가계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보험에 대한 사람들의 가장 큰 착각은 보험을 저축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보험을 여러 개 가입해 수익의 상당 부분을 보험료로 지출하고 있다. 당장 생활비가 부족하면서도, ‘보험은 깨면 손해다’라는 생각에 빚을 내 보험료를 납입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저소득층일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보험에 목을 맨다. 보험을 ‘구입’할 때는 그 어떤 소비보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보험의 순기능은 활용하되, 불필요한 ‘보험 과소비’를 줄여야 가정경제의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질병 보장은 ‘실손보험’으로│
보험을 올바로 활용하고 필요한 만큼만 들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큰 부담을 덜 수 있다. 바람직한 보험 계획을 단순하게 설명하면, ‘사망 보장은 정기보험으로, 질병 보장은 실손보험으로’가 정답이다.
실손보험은 감기로 통원치료를 받아도 내가 낸 돈의 90%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큰 병에 걸렸을 때 의료비 이외의 비용도 특약을 통해서 어느 정도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특약을 이것저것 너무 과하게 들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암과 심혈관 질환, 치매 정도만 진단금 특약을 들고, 가족력에 따라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만 추가하거나 보장액을 늘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이때 꼭 확인해야 하는 것이 ‘보험의 종류’다. 처음 계약할 때의 보험료가 계속 유지되는 ‘비갱신형’인지, 아니면 일정한 주기로 보험료가 다시 산정되는 ‘갱신형’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갱신형은 대개 보험료가 다시 산정되는 과정에서 금액이 증가해 부담이 늘어난다. 따라서 초기 보험료는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실손보험은 거의 대부분 ‘갱신형’이다. 갱신에 따라 보험료가 인상되는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으로는 적립보험료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적립보험료는 만기가 됐을 때 환급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고, 보험료 갱신 때 오르는 보험료를 충당하는 데도 활용 가능하다.
│목적에 충실한 보험 설계가 가계 부담 줄인다│
‘보험료 구조조정’ 과정의 원칙은 간명하다. 보험을 왜 드는지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고르는 것이다. 보험료의 평균적인 적정선은 20대는 소득의 5%, 30~40대는 소득의 7% 선이다. 맞벌이의 경우 합산 소득이 아닌, 소득원의 소득에 대한 비율이다. 젊은 사람들은 맞벌이를 하면서 비교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백만원까지 연금보험에 넣기도 한다. 연금보험은 10~20년의 장기 보험 상품이다. 그때까지 계속해서 맞벌이를 할 수 있는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출산과 육아 또는 다른 사정으로 인해 맞벌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연금 보험료는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 그래서 결국 손해를 보며 보험을 해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주 소득원의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결정하고, 연봉이 오르거나 하면 적정선에서 추가 납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험은 ‘저축’이 아닌, ‘고정 비용’임을 잊지 말고 현금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보험금 지출을 조정하면 ‘보험료 다이어트’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무조건 좋은 보험’ 대신 ‘꼭 필요한 보장’을 찾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1석3조 멀티플레이어 ‘종신보험’의 허와 실
우리가 보험을 통해 보장받는 것은 크게 사망, 질병, 그리고 노후다.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항목을 한 가지 보험으로 한꺼번에 해결하고 싶어 한다. 편하고,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싼값에 여러 개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노린 보험 중 대표적인 것이 ‘종신보험’이다.
우선 사망에 따른 보장을 받고, 특약에 따라 다양한 질병에 대한 보장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60세가 되면 연금보험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물론 세 가지 다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만능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다 보장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이 중 어느 것 하나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종신보험의 함정이다.
보험에 가입할 때는 인생 주기별로 바뀌는 위험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은퇴 이전, 즉 60세 이전에는 사망보험금이 중요하다. 일정 소득이 확보된 상황에서 갑작스레 수입을 얻는 소득원이 세상을 떠난다면 곧바로 생계의 위기에 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기는 사망이 위험 요소이고, 이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60세 이후에는 사망보다는 노후 자금이 없는 게 위험 요소다. 이런 이유로 종신보험이 내놓은 카드가 은퇴 시기에 연금보험으로 갈아타는 ‘옵션’인데, 여기에 큰 함정이 있다. 나이가 적을수록 사망할 가능성은 낮다. 즉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이에 따른 보장의 리스크가 적다는 것. 통계상으로 60~65세를 기준으로 사망 가능성은 급격히 증가한다.
만약 60세까지만 사망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정기보험을 들면 한 달에 2만원선의 보험료로 충분히 ‘사망 위험’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은퇴 이전에는 사망률이 낮기 때문에 그만큼 할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월 2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정기보험은 60세까지만 사망에 대해 보장해주지만, 종신까지 사망에 대해 보장해주는 종신보험에 비해 월 18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노후는 어떻게 할까. 월 20만원씩 20년 동안 낸 종신보험의 총 납부액은 4천8백만원이다. 이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바꿀 경우, 이 위험보험료를 제외한 해약 환급금만이 재원이 된다.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이는 90% 선이다. 그렇다면 4천3백20만원 정도인데, 그동안의 이자는 인정되지 않는다. 1년에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4백32만원선이고, 이마저도 10년이면 바닥이 난다.
만약 종신보험을 들지 않고, 2만원짜리 정기보험만 가입하고 나머지 18만원으로 20년 동안 적금을 든다고 가정해보자. 연 3%대로 금리가 낮은 상품에 일반 과세 15%를 제외하더라도 만기에 받는 돈이 5천4백20만원선이다. 이 돈을 일시불로 연금보험에 넣어도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전환한 것보다 1천만원 이상 이득을 볼 수 있다. 물론, 금리가 더 높은 금융 상품에 투자한다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 MEMO
보험료 미납, 어떻게 해결할까
과도하게 가입한 보험 때문에 몇 달째 보험료가 밀렸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다가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나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은 보험료를 두 달 이상 납입하지 않으면, 계약의 효력이 상실된다. 즉 유사시에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효된 보험 상품은 2년 내에 부활 청약 절차를 통해 정상화할 수 있는데, 실효 기간 중 미납한 보험료와 약간의 연체료가 부과된다. 통합 보험의 경우, 2년 이상 보험료를 정상적으로 납입했다면, 잠시 납입이 중단돼도 주보험 해지환급금 한도 내에서 매월 대체 보험료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보험 계약은 정상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장기 체납할 경우에는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 보험료가 부담된다면 보험금감액제도를 활용해 보험료를 축소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당 보험사에 문의해 신청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 보험 계약의 보장 금액도 같이 줄어든다는 점을 명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