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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생명공학부 이철구 교수 주장 “가장 유력한 수명 연장 방법은 소식”

영원히 살고 싶은 사람의 욕망은 수천 년 인류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과연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노화를 막고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젊어지는 방법’은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일까? 이철구 교수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On October 07, 2013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수명 연장의 방법은 ‘소식’이다. 육식보다 채식이 좋다고 하더라도 채식 자체가 수명 연장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절대적인 양을 줄이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태반 주사, 회춘 주사… 아무 소용 없다
‘사람은 결국엔 늙고, 죽는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늙기를 거부한다. 죽음 앞에서는 처절하게 살고 싶어 한다. 인류가 이룬 눈부신 의학의 발전은 사실 ‘죽음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바라는 생명 연장의 꿈. 과연 가능한 얘기일까?
고려대 생명공학부 이철구 교수는 20년 넘게 노화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다. 1999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생쥐를 대상으로 한 ‘칼로리 제한 실험 논문’으로 미국 노화생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노화생물학은 노화의 기전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보면 돼요. 노화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면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찾을 수 있죠. 보통 노화와 질병을 하나로 혼동하는 사람이 있는데, 둘은 밀접한 관련은 있지만 똑같은 연구 분야는 아니에요. 한쪽의 연구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면 다른 한쪽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는 있죠. 이 때문에 노화생물학과 의학도 엄연히 차이가 있어요. 가장 큰 차이는 인체 실험, 즉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죠. 의학은 사람의 신체를 다루지만 저희는 관찰하는 것 외에는 없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노화의 원인을 찾기 위해 많은 노화생물학자들이 연구 중이에요.”
세계적으로 노화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50년 남짓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나이가 들고 늙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젊어지는 방법’이라고 하면 물불 안 가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채식, 운동, 소식, 각종 음식과 건강보조식품, 시술법 등 ‘좀 더 젊게 사는 방법’은 이미 숱하게 나와 있다. 그런데 이것들은 노화 예방과 방지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수많은 노화 원인 중에 1%도 정확히 알아낸 것이 없어요. 그러니 흔히 ‘젊어지는 법’이라고 알려진 것 중에 어느 하나가 특별히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죠. 저희가 몸에 좋다는 물질은 거의 대부분 연구해봤어요. 자가 면역 기능이 있다는 홍삼의 진세노사이드 등 안 해본 것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 노화 방지, 혹은 생명 연장에 특별히 효과를 보인 것은 아직까지 없어요.”
단순히 ‘주름을 없애는 법’이 노화 연구는 아니라는 의미다. 사람의 몸은 1조 개 이상의 세포로 구성돼 있는데, 이 세포 하나하나는 매일 변형되고 노화한다. 똑같은 유전물질을 나눠 가진 일란성 쌍생아도 세포분열을 하고 사람이 되기까지 변이가 생긴다. 이 세포분열 과정 중에 우리가 흔히 ‘늙는다’고 말하는 신체 변화가 발생한다. 또 흔한 질병인 암과 정신질환(치매), 파킨슨병 등 수많은 병이 노화 과정에서 발생한다.

“어떤 질병은 어느 정도까지 부수적으로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는 있어요. 초기 암 진단을 통해 암세포 부위를 신체에서 제거하는 수술이 대표적인 예죠. 하지만 항암 치료로 암을 완벽히 치료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잖아요.”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이미 40년 전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막대한 재원을 암 연구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암세포를 절제한 것 외에 ‘암을 완치했다’는 결과를 얻기까지는 아직 요원한 일이다.

“암도 일종의 세포 변형이라고 한다면, 노화 예방과 수명 연장은 건강한 삶을 위한 모든 요소와 얽혀 있는 문제예요. 노화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요소를 보면, 우선 DNA 손상이 있어요. 살면서 유전물질을 사용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손상이 오고, 이 손상이 축적되면 기능이 떨어져요. 그럼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거죠. 또 활성산소도 DNA를 손상하는 요인입니다. 활성산소는 독을 먹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에요. 체내에서 본질적으로 생기는 거예요. 체내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 중에서 부수적으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거죠. 이게 손상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거예요. 근본적으로 노화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음식의 퀄리티보다 양이 중요
‘노화의 역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TA-65’라는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회사의 법정 소송 사례가 실렸다. ‘TA’는 ‘텔로머레이스 활성화(Telomerase Activation)’의 약자로, 염색체에 있는 텔로미어를 복구하는 효소다. 보통 염색체의 텔로미어가 짧아질수록 세포는 노화하고, 텔로미어가 사라지면 세포도 사멸한다. 따라서 텔로머레이스를 복용하면 끊임없이 텔로미어를 복구함으로써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으므로 세포 노화를 막을 수 있다는 원리다. 하지만 신체 조직이나 장기의 세포를 계속 살게 한다면 결국 이 세포는 ‘암세포’가 될 확률이 높다. 종양세포나 암세포는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결코 스스로 죽지 않는다. 이런 논리로 따지면 사람은 늙어서 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어찌 됐든 ‘죽는다’는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세포 노화를 일으키는 요소는 무수히 많이 밝혀졌다. 이 교수도 “수명을 짧게 하는 것은 너무 쉽다. 열을 가하거나 세포를 망가뜨리는 유해 성분을 주는 등 방법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노화 연구의 가장 큰 포인트는 ‘(세포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세포가 받는 데미지는 개개인이 어떤 과정으로 살아왔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무엇을 먹고, 어떤 환경에 노출되었는지, 어떤 생활 습관을 가졌는지 등이 여기에 포함되죠. 일란성 쌍둥이는 DNA가 99% 일치하지만, 나머지 1%는 이런 환경적 요인에서 차이가 나는 겁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물질이 수명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어요. 소위 ‘장수 유전자’라고 하죠. 아직 뚜렷한 결과가 나온 것은 없지만요.(웃음)”

노화를 피하는 방법으로 무수한 ‘설’이 난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화장품이나 각종 의약품과 식품에 포함된 몸에 좋다는 성분들, 한때 유행처럼 번진 마늘 주사, 태반 주사, 심지어 정력을 개선한다는 회춘 주사까지, 노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 중 어느 하나도 뚜렷한 효과를 보인 것은 없다. 실제로 ‘장수 유전자’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난쟁이 생쥐’ 연구이다. 다른 생쥐에 비해 성장호르몬이 적게 분비돼 크기가 작은 생쥐가 일반적으로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 하지만 이것도 일부 연구에서는 ‘근거 없음’으로 결론이 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노화’를 더디게 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로 봤을 때, ‘노화’에 가장 뚜렷한 효과를 보인 방법은 ‘소식’밖에 없어요. 세포가 손상되는 가장 큰 외부적인 요인 두 가지가 식습관과 스트레스입니다. 식습관에 대한 연구는 크게 섭취하는 칼로리 자체를 낮추는 ‘칼로리 제한(CR: Caloric-Restriction)’ 실험과 음식의 종류도 제한하는 ‘다이어터리(Dietary)’ 연구로 나눌 수 있어요. 이 중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수명 연장의 방법은 ‘칼로리 제한’이에요. 거의 대부분의 모델에서 일관성 있게 효과를 보인 연구가 아직까지는 소식 말고는 없어요.” ‘다이어터리’는 에너지의 절대량을 포함해서 음식의 퀄리티를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알려진 것처럼 육식보다 채식이 좋다고 하더라도 채식 자체가 수명 연장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절대적인 양을 줄이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제가 진행한 ‘칼로리 제한 실험’은 생쥐를 표본으로 했는데, 두 마리는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먹이고, 두 마리는 칼로리를 제한해서 먹였어요. 보통 생쥐의 수명이 3년 정도인데, 마음껏 먹은 생쥐 두 마리는 3년 뒤 털도 고르지 않고, 외형상으로도 늙은 것이 확연히 드러나지만 칼로리를 제한한 생쥐 두 마리는 털의 윤기나 몸의 형태 자체가 건강해 보이죠. 이 두 마리는 1년 정도 더 살았어요. 이 외에도 ‘소식’이 수명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습니다. 이런 결과가 인체에도 완벽히 적용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죠. 음식의 종류보다는 칼로리 섭취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소식은 노화 과정을 더디게 해요.”

식습관과 스트레스 관리가 건강 좌우
물론 ‘우리 몸에 필수적인 영양소는 섭취한다’는 기본적인 전제는 필요하다.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으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 있기 때문이다. ‘소식’으로 노화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는 현재 질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이다. 이 교수는 “현재 건강하고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먹는 양 중 일정량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소식은 암이나 정신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무엇이든 100%는 없습니다. 발생 시기나 빈도를 봤을 때 소식이 낫다는 것이죠. 보통 건강한 삶을 얘기할 때 식이요법과 운동을 권하는데, 운동은 좋은 측면이 분명 있지요. 하지만 운동이 수명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이 없습니다. 여성들이 좋은 피부를 갖기 위해 주사를 맞거나 마사지를 받아도 그건 순간적인 착시일 뿐, 세포 자체의 노화를 막는 방법은 아니에요.”

소식 외에 그가 꼽는 가장 중요한 건강법은 다름 아닌 ‘규칙적인 생활’이다. 생활 자체에 규칙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한 양의 수면과 일어나는 시간, 잠드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맞추는 것이다. 또 먹는 시간도 되도록 일정하게 유지한다.
“쉽지 않지만, 노력 여하에 달렸죠. 돈 드는 일이 아니잖아요. 처음 자리 잡힐 때까지 조금 힘들더라도 가능한 한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려는 노력을 하고 밖에서 일하더라도 식사 시간을 맞추려고 노력해보세요. 동시에 평소 먹는 양에서 일정 부분을 덜어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웬만한 ‘회춘 주사’보다 훨씬 효능이 좋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웃음)”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화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다. 사람들이 늙는 것을 그토록 거부하는 이유도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늙는 것을 ‘안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노화를 막으려고 한다는 것. 이런 면에서 보면 노화생물학은 어쩌면 ‘죽음의 철학’과도 깊게 닿아 있다.
“많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 삶 자체가 시작과 끝이 있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여야 돼요. 그리고 매 과정마다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죠. 단계를 거쳐가는 거죠. 아주 먼 미래에는 노화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 나올까요? 저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다 하더라도 아주아주 먼 미래겠죠. 생명공학 분야는 과학이면서도 어떤 학자들은 ‘신의 영역’이라고도 말해요. 인체의 복잡 미묘한 기전 중에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거든요.”

수명 연장의 꿈은 인간의 본능이다.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 ‘영원한 삶’을 바라는 존재 또한 인간이 유일하다. “인간은 자신의 수명이 유한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을 현명하게 쓰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젊게 살되, 노화는 부정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많지는 않지만 드물게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분들을 봅니다. 오랫동안 노화생물학을 연구하다 보니, ‘더 젊어지는 방법’을 찾기보다 ‘노년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겸허함을 배운 것 같아요. 지금은 알 수 없는, 또 다른 행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할아버지가 됐을 때 나는 세상에서 어떤 즐거움을 찾을까, 고민해보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웃음)”

CREDIT INFO
취재
김은향
사진
안호성
2013년 01월호
2013년 01월호
취재
김은향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