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햇살 담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전하는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가 들려주는 허브 이야기. 허브의 계절이 지나고 허브의 씨앗을 받아야 하는 이맘때, 허브 씨앗으로 맛을 낸 요리를 소개한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고수 씨, 펜넬 씨, 각종 향신료 등을 늘 갖추어두고 있다. 이 씨앗들의 가루도 있다. 소매 걷어붙이고 인도 커리를 제대로 만들 때나 지중해 요리 중 모로코와 튀니지 등지의 에스닉 음식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스닉 음식을 자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만들 때 이들 향신료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동내 슈퍼마켓에서는 팔지 않는 성가신 물건이라 우리 집 냉장고에 상비하고 있다. 우리 집 냉장고에 상비하고 있는 허브 씨는 ‘향신료’로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
향신료는 멀리 열대 아시아에서 육로, 해로를 거쳐서 유럽에 반입된 후추, 정향, 너트메그, 카다몸, 계피처럼 유럽에서는 자가 재배할 수 없는 식물의 뿌리나 줄기, 나무껍질, 열매로 맛과 향을 더하는 재료를 말한다. 반면 허브는 예로부터 유럽 지역에서 인근 산야에 자생하던 오레가노, 바질, 타임, 파슬리, 월계수, 로즈메리, 세이지 등 잎이나 꽃을 식용하거나 약초로 생활 속에 도입한 것으로, 자가 재배도 하게 됐다. 지금 허브 키우기에는 쌀쌀한 날씨로 어떤 허브를 소개할지 마땅치 않아 고민이었는데, 일산에서 작은 허브 농원을 운영하는 ‘모리스 팜’의 김현명 씨가 늦여름에 채집한 이탤리언 파슬리, 바질, 펜넬, 고수 등의 가공되지 않은 씨앗을 보내주었다. 사실 향신료의 정의에서 보면 지중해가 원산지인 고수와 펜넬 씨앗은 향신료가 아니지만, 잎이나 줄기 부분에서 전해지지 않는 이국적인 향이 허브 씨앗에서 전해진다.
특히 펜넬(회향) 씨는 포도주, 피클, 빵, 소스, 커리 등의 부향제로 인기가 있으며, 생선의 비린내 및 육류의 느끼함과 누린내를 없애고 맛을 돋운다. 이탤리언 파슬리와 바질은 씨앗보다 잎이나 줄기 부분을 요리에 사용하므로, 고수 씨와 펜넬 씨를 이용한 모로코 스타일 올리브절임을 만들어보았다. 고수 씨와 펜넬 씨를 절구에 넣고 버걱버걱 빻으면 산뜻하고 이국적 향기가 감돈다. 그리고 무쇠 프라이팬으로 볶는다. 볶은 허브 씨와 오렌지 껍질, 데운 올리브유, 타임 잎 등을 올리브에 고루 섞어 3일 정도 두었다가 꺼내 먹으면 비록 통조림 올리브일지라도 모로코 타베르나에서 먹은 올리브 향기가 전해진다.
모로코풍 마리네이드 올리브
- 나카가와 히데코는…
대사관 셰프의 딸로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 등 지중해 등지에서 살며 다양한 ‘맛’을 체득했다. 일본인이지만 한국의 매력에 빠져 귀화하고 지중해의 건강 요리를 기본으로 한 일본 가정식 등을 가르치는 쿠킹 클래스 ‘구르메 레브쿠헨’을 운영 중이다. 저서로는 <셰프의 딸>, <지중해 요리> 등이 있다.
마리네이드 올리브
에쎈|2015년 10월호
마리네이드 올리브
주재료
블랙올리브 통조림·그린올리브 통조림 1캔씩, 오렌지 껍질 ½개분, 고수 씨·펜넬 씨 2큰술씩, 말린 타임 잎 1큰술, 마른 고추 1개, 올리브유 2컵, 오렌지즙 2큰술
- 1
통조림이나 병에 든 올리브를 체에 담아 물기를 없앤 뒤 흐르는 물에 씻는다. 종이타월로 물기를 제거한다.
- 2
고수 씨와 펜넬 씨를 절구에 넣고 잘게 빻는다.
- 3
마른 고추는 반으로 갈라 씨를 제거하고 칼로 잘게 다진다.
- 4
팬에 고수 씨, 펜넬 씨, 마른 고추를 넣고 향이 날 때까지 기름 없이 볶는다.
- 5
다른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40초 정도 달군다. 그리고 불을 끄고 식힌다.
- 6
볼에 올리브, 볶은 향신료, 말린 타임, 오렌지 껍질, 오렌지 과즙을 넣고 고루 섞으면서 따뜻한 올리브유를 넣는다.
- 7
올리브를 담은 볼의 뚜껑을 덮고 3일 정도 두었다가 먹는다. 그릇에 담아 취향에 따라 다진 양파나 다진 마늘을 약간씩 더해도 맛있다.
지중해의 햇살 담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전하는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가 들려주는 허브 이야기. 허브의 계절이 지나고 허브의 씨앗을 받아야 하는 이맘때, 허브 씨앗으로 맛을 낸 요리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