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햇살 담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전하는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가 들려주는 허브 이야기. 매달 <에쎈> 독자들을 위해 허브 향 가득한 테이블을 차린다.
내가 모히토를 처음 마신 것은 18년 전 싱가포르에서였다. ‘싱가포르 슬링’이라는 칵테일로 유명한 ‘래플스(Raffles)’ 호텔 바에서 스피어민트와 라임, 화이트 럼의 조화가 절묘한 모히토를 마시고 그 맛에 완전히 매료되어 몇 잔을 내리 주문했는지 모르겠다. 서울에 돌아와 ‘래플스 호텔의 모히토’를 재현하기 위해 공항 면세점에서 럼을 구입하고 라임도 구할 수는 있었지만 가장 문제가 스피어민트 구하기였다. 제대로 된 모히토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피어민트 두 컵은 족히 필요한데 당시만 해도 판매하는 곳이 없거나 가격이 비쌌다.
아파트에서 연희동의 주택으로 이사 와서 제일 먼저 한 것도 정원에 스피어민트 모종 심기. 벌써 8년 전 이야기지만 그 민트가 얼마나 증식력이 좋은지 3년 만에 화단 전체가 스피어민트에 잠식당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엔 다른 허브들을 위해 아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적정량만 남겨놓고 뽑아내는 작업을 해마다 하고 있다. 옛날 코키토스 강에는 민터라는 아름다운 요정이 살았다. 명부의 왕 하데스는 이 아름다운 요정과 사랑에 빠졌고 그것을 알고 질투한 왕비 페르세포네가 ‘너는 쓸모없는 잡초가 되어라’라며 민터를 짓밟고저주를 내려 요정은 잡초가 되어버렸다. 하데스 왕은 이에 가슴이 아파 잡초를 귀여운 향을 풍기는 약초로 바꾸었고 이것이 바로 민트라는 것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
다년초인 민트의 원산지는 유라시아 대륙과 지중해로, 국내의 남부 지방과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자생한 박하도 민트의 일종이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잎 끝이 뾰족하고 청량하며 달콤한 향을 내는 스피어민트계, 워터민트와 스피어민트의 교잡종으로 향이 강하고 멘톨 함량이 높아 껌이나 치약의 원료로 사용되는 페퍼민트계 두 부류를 즐겨 사용했다.
교배가 쉽고 튼튼한 민트는 그 종류만 60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에도 스피어민트(일반적으로 그냥 민트라 부른다), 애플민트, 레몬민트, 초코민트, 페퍼민트 등 다양한 민트가 소개되어 있다. 국내에서 요리에 사용하기 좋은 민트로는 스피어민트와 애플민트가 있는데 애플민트는 특히 모히토를 비롯한 레모네이드나 아이스티, 셔벗, 아이스크림 등 차가운 음료수와 디저트에 두루 사용된다.
스피어민트는 음식에 즐겨 사용되는데 베트남 등 동남아 요리에도 꼭 필요한 재료로 고수와 같이 월남쌈에 싸 먹으면 향긋하게 입맛을 돋운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지만 베트남민트를 쌀국수에 곁들여도 좋다. 영국에서는 양고기에 스피어민트소스를 곁들이고 지중해 요리에도 즐겨 사용되며 특히 참외, 오이, 애호박과의 궁합이 뛰어나다. 여름이 제철인 오이와 애호박을 소금, 후춧가루, 간장에 살짝 볶고 마지막에 스피어민트를 뜯어 버무려도 훌륭하다. 민트에는 식욕을 돋우고 소화흡수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더위 먹는 계절에 입맛을 돋우기에도 훌륭하다. 졸음을 깨우거나 머리를 맑게 하고 기분을 전환하는 효과도 있으니 더운 여름에 민트는 빠질 수 없는 허브다.
뽑아도 뽑아도 번식하는 튼튼한 민트는 집에서 키우기 가장 쉽고 편한 허브이기도 하다. 집 앞 정원에 스피어민트와 애플민트, 레몬민트 등 매년 여러 민트를 심어왔더니 이제는 여러 민트가 섞인 ‘연희동 민트’가 집 앞 마당을 제패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민트 옆에 심은 오레가노에서도 민트 향이 난다. 어쨌거나 그리스 신화의 민터 요정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올여름은 다양한 민트 레서피를 개발할 생각이다.
나카가와 히데코는…
대사관 셰프의 딸로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 등 지중해 등지에서 살며 다양한 ‘맛’을 체득했다. 일본인이지만 한국의 매력에 빠져 귀화하고 지중해의 건강 요리를 기본으로 한 일본 가정식 등을 전하는 쿠킹 클래스 ‘구르메 레브쿠헨’을 운영 중이다. 저서로는 <셰프의 딸>, <지중해 요리> 등이 있다.
트리플민트프루트티
에쎈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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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다양한 민트(스피어민트, 레몬민트, 애플민트) 2컵, 사과 ½개, 파인애플 슬라이스 2조각, 키위 1개, 블루베리 1컵, 라임(레몬으로 대체 가능) ⅓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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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파인애플 등은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키위는 껍질을 벗겨 도톰하게 슬라이스한다. 라임은 껍질째 깨끗이 씻어 얇게 슬라이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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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이나 주전자 등에 과일과 민트 잎을 모두 담고 끓는 물을 부은 뒤 뚜껑을 덮고 5분간 그대로 두어 우린다. 그대로 마시거나 한 김 식혀 얼음을 넣어 마신다.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꿀 등 단맛을 더해도 된다.
민트페스토 토마토파스타
에쎈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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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파스타 180g, 생민트 잎 3컵, 완숙토마토 1개, 아몬드가루 ½컵, 마늘 2쪽, 올리브유 ¼컵, 소금 적당량, 토핑용 올리브유·민트 잎 약간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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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는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삶은 뒤 체에 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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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와 마늘은 잘게 다지고 토마토는 사방 0.5~1cm로 깍둑썰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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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에 민트와 마늘을 넣어 으깨다가 아몬드가루를 넣어 고루 섞어가며 으깬다. 다진 토마토와 올리브유를 넣어 한 번 더 살짝 으깨가며 섞은 뒤 소금으로 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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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면을 넣어 버무리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올리브유를 살짝 뿌린 뒤 민트 잎을 올려 낸다.
지중해의 햇살 담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전하는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가 들려주는 허브 이야기. 매달 <에쎈> 독자들을 위해 허브 향 가득한 테이블을 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