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법(如法)이란 종교적 의미 외에 ‘바른 도리에 들어맞음’을 뜻한다. 음식에 있어 여법이라 함은 바른 도리에 들어맞는 음식일 것이다. 자연 순리에 맞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니 당연히 몸에 이롭고 별다른 조리법도 필요 없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법한 사찰 음식이고, 법송 스님의 음식 또한 그러하다. 푸른 잎채소가 귀한 겨울, 잡곡과 묵나물, 뿌리채소, 바다 채소인 해조류로 차린 사찰 밥상을 소개한다.
현미고사리전
겨울 푸성귀로 치자면 시금치, 미나리, 배추 정도가 고작일 것입니다. 이맘때면 봄, 여름, 가을 내내 말린 묵나물로 밥상을 차립니다. 이 묵나물은 겨울철 절집의 중요한 식재료이자 건강도 챙겨줍니다. 음양오행으로 풀이하자면, 겨울에는 신장이 약해지는데 검은색 음식은 신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면역력도 증진해주지요. 봄에 말려둔 검은색 묵고사리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밥상에 올리기 시작합니다. 특별한 날이면 고사리를 불리고, 현미가루를 물에 개어 반죽해 철판에 노릇노릇 구우면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고사리는 양념장에 무쳐 수분이 완전히 날아가도록 볶은 뒤 구워야 군내가 풍기지 않습니다.
청각무침
부산 등지에선 김장할 때 청각을 꼭 넣지요. 바다 향 가득한 청각은 독특한 모양새와 꼬들꼬들한 식감 때문에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나뉘는 재료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식재료입니다. 생청각을 구하기 힘들 때는 마른 청각을 두었다가 반찬으로 내지요. 청각은 무엇보다 손질을 깨끗이 해야 합니다. 마른 청각은 끓는 물에 3분 정도 데쳤다가 바로 찬물에 헹굽니다. 그런 다음 굵은소금에 바락바락 문질러 씻어 헹궈야 돼요.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면 청아하고 맑은 바다 향이 풍기지요. 아삭거리는 배나 무를 곱게 채 썰어 초양념장에 무쳐 내면, 입맛 돋우는 반찬이 완성됩니다.
고들빼기무침
김장철이 다가오면 배추, 무뿐 아니라 고들빼기도 풍작을 이룹니다. 쌉싸래한 고들빼기를 소금물에 재워두었다가 양념장에 무쳐 먹으면, 김장 전 맛김치 대용으로 제격이죠. 흰죽 대신 현미죽을 쑤어 고들빼기를 무치면 아삭거림이 더 오래 갑니다. 오신채인 마늘은 넣지 않는 대신 제철 맞은 햇생강을 절구에 빻아 넣지요. 독특한 향을 지닌 고들빼기무침은 입맛을 돋워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잡곡죽
음식을 가르쳐주셨던 큰스님은 이맘때 되면 항상 11가지 잡곡으로 죽을 쑤어주셨습니다. 잡곡 하나하나가 지닌 특별한 영양 성분이 오롯이 담긴 잡곡죽은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먹어 두는 보양식인 셈입니다. 잡곡 중 빠지지 않고 넣는 것은 검은색 곡식과 검은콩 그리고 율무와 조입니다. 율무는 몸의 습을 빼줘 위를 돌봅니다. 조를 끓인 물은 수술한 뒤 회복식으로 먹을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지요. 불린 잡곡을 굵게 빻아 죽을 쑤어 꼭꼭 씹어 넘기면, 고소한 맛이 배가되지요.
옹심이된장미역국
된장 푼 미역국에 옹심이를 띄운 것으로, 국보다는 밥 한 끼가 되는 일품요리입니다. 찹쌀 옹심이를 띄운 팥죽은 액운을 없애는 상징적인 음식이기도 하면서 가을에 빠진 진을 채워주는 음식이기도 하지요. 찹쌀 옹심이를 띄운 된장미역국 또한 그런 음식입니다. 생미역이 나오는 요즘 미역국을 끓이는 날이 더러 있습니다. 자칫 잘못 끓이면 미역 비린 맛이 나는데, 된장을 풀어 푹 끓이면 비린 맛이 사그라지고 감칠맛이 돌지요.
우엉튀김무침
제철이라 은은한 흙내 풍기는 우엉으로는 그 맛이 오롯이 전해지는 겉절이를 해 먹거나 우엉부각, 우엉고추장구이, 우엉김무침 등 다양한 반찬을 만듭니다. 영선사를 찾아오는 손님들마다 극찬하는 우엉튀김무침을 소개합니다. 아주 얇게 썰어 파르르 튀긴 뒤 간장과 조청을 뿌려 고루 간하고 볶은 땅콩을 올려 냅니다. 파삭하면서 졸깃하게 씹히는 식감하며 짭조름한 맛이 일품입니다.
대전에 위치한 영선사에서 수행 중인 법송 스님은 16년 전부터 모시던 고 성관 큰스님에게 음식을 배웠다. 전통 사찰 음식에 조예가 깊은 성관 큰스님은 제대로 손맛이 나지 않으면 그 맛이 날 때까지 다시금 시켜 호된 수련 과정을 겪게 했다. 법송 스님은 현재 동국대, 영선사,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운영하는 사찰음식교육관 향적세계에서 강의를 통해 숨겨진 사찰 음식과 그 의미를 알리고 있다.
우엉튀김무침
에쎈 |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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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우엉 200g, 구운 땅콩 30g, 식용유 적당량, 간장·조청 1큰술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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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을 깨끗이 씻어 반으로 가른다. 우엉을 눕혀 얄팍하게 어슷 썬다.
- 2
어슷하게 썬 우엉은 2번 정도 물에 헹군 뒤 물기를 없앤다.
- 3
땅콩은 마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 굵게 빻는다.
- 4
간장과 조청을 섞는다.
- 5
170℃ 식용유에 우엉을 튀긴 뒤 한번 더 노릇하게 튀긴다.
- 6
튀긴 우엉이 뜨거울 때 간장양념을 부어 고루 섞고 땅콩을 올려 낸다.
옹심이된장미역국
에쎈 |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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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미역 50g, 된장 1큰술, 쌀뜨물 7컵, 들기름 1큰술, 국간장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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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심이
반죽 찹쌀가루 2컵, 뜨거운 물 ½컵
- 1
미역을 깨끗이 씻어 적당한 길이로 썬다.
- 2
냄비에 미역을 넣고 들기름을 뿌려 달달 볶다가 쌀뜨물을 붓고 끓인다. 된장을 풀어 넣고 미역이 푹 퍼질 때까지 중간 불에 40분 이상 끓인다.
- 3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익반죽한 뒤 작고 동그란 새알 모양으로 빚는다.
- 4
미역이 푹 퍼지면 옹심이를 넣고 끓인다. 옹심이가 동동 떠오르면 불에서 내려 그릇에 담는다. 싱거우면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잡곡죽
에쎈 |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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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현미 40g, 검은콩·흰콩·팥·흑미·검정깨·찹쌀 현미·조·수수·기장·율무·보리·땅콩·잣 30g씩, 소금 약간, 물 3.5L
- 1
검정깨와 잣을 제외하고 현미와 모든 잡곡을 문질러 깨끗이 씻은 다음 물에 5시간 정도 불린다.
- 2
불린 잡곡과 검정깨, 잣은 함께 섞어 믹서에 살짝 갈거나 절구에 넣고 몇 번만 쳐서 작은 알갱이로 만든다.
- 3
잡곡과 물 절반의 양을 냄비에 담고 중간 불에 은근하게 30분 정도 끓인다. 이때 물이 졸아들면 나머지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가끔씩 젓는다.
- 4
잡곡 알갱이가 퍼지면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5분 정도 뜸을 들인 뒤 소금으로 간한다.
고들빼기무침
에쎈 |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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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고들빼기 1단, 물 4L, 굵은소금 ½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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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죽
현미 1컵, 물 3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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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갓 30g, 고춧가루 6큰술, 깨소금 2큰술, 생강 간 것 1큰술, 배즙·무즙 ½컵씩
- 1
물 4L에 굵은소금을 섞어 소금물을 만든다.
- 2
고들빼기는 소금물에 하루 정도 담가둔다.
- 3
고들빼기를 소금물에서 건져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뺀다.
- 4
현미는 물에 6시간 이상 불린 뒤 믹서에 곱게 갈아 죽을 쑨다.
- 5
갓은 3cm 길이로 썬다.
- 6
양념 재료를 모두 식힌 현미죽에 넣고 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 7
양념장에 고들빼기를 무친다.
청각무침
에쎈 |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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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마른 청각 80g, 배 1개, 식초 6큰술, 매실청 5큰술, 설탕 1큰술, 깨소금 1작은술, 굵은소금 2작은술, 볶은소금 ⅓작은술
- 1
배 절반은 즙을 짜서 배즙 ½컵에 볶은소금을 넣고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 2
마른 청각은 끓는 물에 3분 정도 데쳐 바로 찬물에 깨끗이 씻는다. 물기를 짜서 다시 볼에 담아 굵은소금에 바락바락 문질러 씻고 물에 헹궈 꼭 짜서 2~3등분으로 자른다.
- 3
남은 배는 채 썬다.
- 4
삭힌 배물, 식초, 매실청, 설탕, 깨소금을 섞은 뒤 청각과 채 썬 배를 조물조물 무친다.
여법(如法)이란 종교적 의미 외에 ‘바른 도리에 들어맞음’을 뜻한다. 음식에 있어 여법이라 함은 바른 도리에 들어맞는 음식일 것이다. 자연 순리에 맞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니 당연히 몸에 이롭고 별다른 조리법도 필요 없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법한 사찰 음식이고, 법송 스님의 음식 또한 그러하다. 푸른 잎채소가 귀한 겨울, 잡곡과 묵나물, 뿌리채소, 바다 채소인 해조류로 차린 사찰 밥상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