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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지만 아직 여름의 열기가 남아 있어 낮 동안은 여전히 후끈거린다. 봄과 가을의 기후는 비슷하지만 습도는 다소 차이가 있다. 초가을은 여름에 남은 열기와 가을의 찬 공기가 만나 피부를 더욱 마르게 한다.
한의학에서는 공기가 건조하면 폐를 상하게 하고, 폐와 표리(表裏) 관계인 피부 또한 건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가볍게는 가려움증이 생기지만 심한 경우에는 염증도 일으킨다. 호흡기는 물론 안구 점막, 콧속, 목구멍 그리고 수분이 부족하면 소화흡수를 주관하는 위장과 대장도 영향을 받는다.
건조함은 수분을 보충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열이 많은 경우에는 단순히 수분만 공급한다고 해서 촉촉해지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이 쓰는 크림을 보아도 수분 크림이 필요할 때가 있고 유분 함량이 높은 영양 크림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수분 크림에 해당하는 가을 식재료로는 배, 더덕, 도라지, 마가 있는데 이것들의 공통점은 몸의 열을 내려주고 수분 공급과 진액 자양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호흡기와 폐의 기능을 높여 전신의 수분 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반면 영양 크림에 해당하는 식재료는 견과류와 씨앗류, 말린 과일 등이다. 대표적으로 호두, 아몬드, 복숭아씨(도인), 곶감 그리고 잣이 있다. 이것들은 모두 보혈하는 효능이 있어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는 것은 장의 활동을 매끄럽게 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이달에 추천하는 잣은 한의학에서 해송자(海松子)라 하는데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먹을거리 혹은 신선의 식품으로 알려졌으며, 입맛이 떨어져 기운이 없고 여윈 사람에게 좋은 영양식으로 널리 사용돼왔다. 잣은 그 어느 견과류보다 지방 함량이 높고 칼로리 또한 높다. 하지만 잣에 함유된 감마리놀렌산은 비만을 예방하고 심신을 강화하는 효과를 지닌다. 다양한 비타민과 철분, 칼슘, 마그네슘, 탄수화물 등은 체력을 보강하고 마음을 안정시켜 현대인의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효과는 우리 몸속과 피부를 매끄럽게 해준다는 것이다. 잣의 지방을 적당히 섭취할 경우 혈관의 묵은 때를 씻겨 내고 나쁜 지방이 쌓이는 것을 예방한다. 또한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노화를 예방해준다. 단, 비만이거나 자주 묽은 변을 보는 사람은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잣의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음식 궁합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잣은 칼슘이 다소 부족하므로 우유와 같이 먹으면 철분도 보충하고 불면증 개선에 좋다. 가을철 면역 기능을 강화하고 호흡기와 피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더덕을 채 썰고 잣을 으깨 레몬즙과 함께 드레싱을 만들어 더덕생채샐러드를 해 먹어도 좋다. 잣과 밤, 라즈베리나 건포도를 이용해 영양밥을 지으면 성장기 어린이나 임산부에게 더없이 좋은 식단이 될 것이다.
한의사 왕혜문 씨는
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희대학교 약선 과정을 이수했다. 요리하는 한의사로 잘 알려진 그녀는 <참 쉬운 약선 요리> 책을 집필했으며, 올리브TV의 프로그램 ‘홈메이드쿡 : 밥상닥터’를 통해 전문적인 한방 지식과 뛰어난 요리 솜씨를 바탕으로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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