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활동 종지부 … 여한 없다”
이미자가 지난 3월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서울에서 콘서트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이미자는 “은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드릴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데뷔 66년 만에 은퇴를 언급했다.
공연을 개최하는 소감부터 듣고 싶다.
노래한 지 66년째가 되는 해인데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다. 내가 고집하는 전통가요의 맥을 물려주고 이어줄 수 있는 후배들과 함께 공연한다는 것을 발표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기쁘다.
전통가요라는 외길을 걸어왔다.
‘동백아가씨’가 33주 연속 1위를 했음에도 질 낮은 노래라며 소외받은 기억도 있다. 서구풍의 노래를 부르면 상류층이고, 전통가요는 하류층이라는 말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전통가요를 부르는 사람은 충분히 다른 장르도 소화할 수 있다. 우리 전통가요는 자식들을 배우게 하기 위해 부모들이 베트남으로, 독일로 다니며 애쓰던 시절에 울고 웃고 위로받으며 부르던 노래다. 시대의 흐름을 대변해주는 노래라고 자부한다. 그래서 나 역시 그 자부심으로 지금까지 가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통가요의 역사는 곧 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와 6·25라는 고난 등을 겪으면서 우리 가요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변화를 충분히 알려주고 퍼지게 했다. 대중가요의 역할은 음악을 통해 위로하고 위로받으면서 애환을 같이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 노래들이 영원히 잊히지 않고, 위로해줬던 것들, 그것이 알맹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단을 내리는 것’(은퇴 선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은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지막이라는 말을 확실히 할 수 있는 때다. 그동안 ‘노래할 수 없을 때 조용히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은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은퇴라는 말 대신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말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가수로서 마지막 공연인 셈인가?
이번 공연이 마지막 공연이다. 앞으로 레코드 취입을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을 내리지 않는 이유는 전통가요의 맥을 잇기 위해 조언이라도 해줄 수 있는 자리나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노래로서는 이번 공연이 정말 마지막이다.
마지막으로 후배 가수나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기뻤을 때나 슬펐을 때 기억에 남는 곡이 가요라고 생각한다. 후배들한테 박자를 바꿔 부르지 말고 정석대로 부르라고 말해주고 싶다. 또 가사 전달이 정확해야 한다. 가사에 슬픔과 기쁨이 있기 때문에 표현이 정확해야 가슴에 와닿는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전통가요의 맥이다. 이걸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기고, 물려줄 기회와 무대가 마련돼 난 66년 활동에 아무 여한이 없는 행복한 가수다. 많은 분이 ‘한국의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간 가수’라고 생각해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이미자에게 특별한 ‘세종문화회관’
이미자의 마지막 공연 장소는 의미가 깊은 세종문화회관이다. 1989년 데뷔 30주년을 맞아 대중가수 최초로 이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당시 이미자가 세종문화회관을 대관한 것은 신문 문화면이 아닌 사회면에 다뤄졌을 만큼 화제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중가요에 대한 평가절하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자는 포기하지 않고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고건 전 총리를 찾아가 설득했고, 결국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성사됐다. 당시 이미자의 공연에는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4당 총재가 모두 부부 동반으로 참석할 정도로 화제였다. 이후 40주년, 50주년, 60주년까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이미자는 “세종문화회관 자체가 애착이 간다. 영원히 기념으로 남을 무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미자는 ‘동백아가씨’, ‘여자의 일생’, ‘섬마을 선생님’, ‘흑산도 아가씨’, ‘아씨’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음반 500여 장을 발매하며 66년간 전통가요의 뿌리를 지켜왔다. 애절하고 깊은 목소리로 6·25전쟁 이후 우리 국민의 애환을 달래온 대표적인 국민 가수다. 2023년 대중음악인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이미자는 4월 26·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을 개최한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는 마지막 무대다. 이미 전석 매진이 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