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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암,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

난소암은 여성암 중 가장 무서운 암이다. 유방암이나 자궁암에 비해 발병 인원은 적지만 생존율이 가장 낮다. 난소암 치료 최전선에서 난소암과 싸우고 있는 ‘젊은 명의’ 김희승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났다.

On March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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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률이 80%나 됩니다. 그래서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현미경을 끼고 2~5mm의 아주 작은 암까지 일일이 찾아가면서 수술을 하는 겁니다.


치료 잘되지만 재발도 잘한다

항암제로 80% 완치되지만 80%는 재발

3~4기 난소암 수술은 수술 범위가 매우 넓다고 들었습니다.
아주 초기에는 암이 발생한 난소와 난관만 절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임신 등 난소를 보존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경우엔 양쪽 난소와 난관, 자궁, 대망(복강 내 지방막) 등을 모두 절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암이 복강내로 전이된 3기 이상에서는 수술이 매우 복잡하고 수술 범위가 커져 양쪽 난소, 자궁, 복막은 물론이고 대장, 소장, 방광, 요관, 비장, 횡격막을 잘라내기도 해요. 암세포가 남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난소암은 수술 치료를 특히 중요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종양을 가장 완전하게 절제할 수 있는 암이 난소암이에요. TV 드라마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배를 열었는데 암이 가득 번져 있으면 수술을 포기하고 다시 닫지만, 저희는 밤을 새우더라도 현미경을 보며 암을 다 떼어냅니다. 대장암이나 위암은 암이 복막 내로 전이될 경우 근육층까지 침범해 제거하기가 쉽지 않지만, 난소암은 복막 표피에 있기 때문에 걷어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열심히 암을 제거해 잔여 암을 최소화하면 이후 항암화학요법에 대한 치료 효과도 올라가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치료가 수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화학항암제 치료만으로도 난소암 환자의 80%는 완치된다고 한 유튜브 영상에서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난소암은 수술과 화학항암제 치료를 같이 하든 화학항암제 치료만 하든 치료 후에 CT 검사를 하면 80% 이상에서 암이 전혀 보이지 않아요. 환자들은 암이 모두 없어졌다고 좋아하지만 CT 검사에서 암이 안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암세포가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에요. 이런 이유로 재발률이 80%나 됩니다. 그래서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현미경을 끼고 2~5mm의 아주 작은 암까지 일일이 찾아가면서 수술을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난소암 수술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요?
전 세계 난소암 3~4기 5년 생존율은 25% 수준이지만, 국내 병원들은 수술을 치밀하게 하기 때문에 예후가 좋은 편이에요.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3~4기 5년 생존율이 45~50%에 이르는 병원도 있습니다. 저는 보통 6~12시간에 걸쳐 수술을 하는데, 최고 23시간까지 수술을 한 적도 있어요. 수술을 꼼꼼히 하면 확실히 환자의 예후가 좋아지 고, 생존율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힘들어 도 최선을 다해 수술을 합니다.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

암이 생겨도 증상이 없고 진행 속도 빨라

난소암 조기 진단은 왜 어려운가요?
암이 상당히 진행돼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초음파검사를 통해서도 진단이 잘 안 됩니다. “6개월 전에 초음파검사를 했을 때는 암이 없었다. 오진 아니냐”라는 환자도 있어요. 방송에서 난소암 조기 발견 방법을 강의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솔직히 초음파검사를 하면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은 진단이 가능하지만, 난소암 중 가장 많은 고등급 장액성 난소암을 진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진행 속도가 얼마나 빠른가요?
고등급 장액성 난소암은 유두돌기 형태인데, 나뭇가지 모양으로 마구 자랍니다. 대부분의 암은 특정 장기의 표면에서 발생한 후 조직을 뚫고 들어가 혈류나 림프관을 타고 다른 곳으로 전이됩니다. 그러나 고등급 장액성 난소암은 동시에 퍼져 복막 내 전체로 번지는 기간이 1~3개월이면 충분해요. 제가 복강 항암화학요법 연구를 위해 암컷 돼지의 자궁에 인간 난소암 세포주를 주사했더니 4~5주 만에 복강으로 암이 번지는 것이 확인돼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어요. 난소암으로 진단돼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그동안 내 몸의 건강에 관심이 없었다”, “이런 것도 모르고 살아온 내가 미련하고 멍청하다”라고 자책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파급 속도를 고려하면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 상태도 일찍 오신 것이다”라고 자주 말씀드립니다.

난소암의 진행이 빠른 이유는 무엇입니까?
암이 여성 생식기에서 발생하면 발생 부위에 혹이 생기는 동시에 배 속에 복수가 생겨요. 복수는 몸의 가장 낮은 부위인 횡격막이나 직장 주변에 고이는데, 암세포가 복수와 함께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암이 번집니다. 대장암이나 위암 등 다른 암은 1기부터 4기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지만 난소암은 난소는 물론이고 전이된 부위의 암이 동시에 성장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3~4기로 진행됩니다.
진행이 빠른 난소암 조기 진단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고등급 장액성이 아닌 난소암은 덩어리 형태로 커지기 때문에 초음파검사로도 조기 진단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음파검사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난소암 중 20%는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음파검사 외에 또 다른 조기 진단 방법도 있습니까?
종양표지자(암 진단의 지표가 되는 물질) 검사 중에 CA-125와 HE-4, 이 2가지 검사를 이용한 로마(ROMA) 점수가 있습니다. CA-125와 HE-4는 난소암에 특이적인 당단백질인데 고등급 장액성 난소암에서 특히 많이 분비돼 진단 정확도가 높습니다. 혈액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간편하다는 장점도 있죠. 그러나 이들 단백질 수치는 임신 중이거나 결핵, 자궁내막증, 골반염이 있을 때도 높게 나오기 때문에 단순히 검사 수치가 높다는 것만으로 암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항상 초음파검사나 MRI, CT 검사를 통해 해당하는 여성 생식기의 이상 여부를 함께 보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고등급 장액성 난소암은 진행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매월 종양표지자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효용성이 떨어집니다.  

김희승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산부인과학)를 받았다. 2010년 산부인과 진료교수가 된 후 난소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종양 등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15년간 연 200~300차례의 난소암·자궁경부암 수술을 통해 난도 높은 수술 경험을 쌓았다. 신약 임상 연구에 참여하고, 최신 약물 치료를 환자에게 적용하는 데도 힘쓴다.

CREDIT INFO
에디터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김정선
2025년 03월호
2025년 03월호
에디터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김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