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는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EP.01 ‘엄마라는 이름으로’ Jamie맘 이소담 씨의 별난 하루’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페이크 다큐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대치동 도치맘인 제이미 엄마 ‘이소담’으로 분한 코미디언 이수지다. 극 중에서 이수지는 교육열이 높은 강남 상류층 엄마 이소담을 연기한다. 이소담은 4살 제이미를 수학 학원에 보내는 이유로 “제이미한테 까까를 준 적 있는데 어느 날 그 까까를 받더니 숫자를 세고 ‘왜 이렇게 조금 줘요?’라고 물었다. 그걸 캐치해서 수를 이용하는 거다. 이건 영재 모멘트라고 생각했다. 요즘 제 삶은 제이미한테 맞춰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차에서 김밥을 먹은 뒤 주변 엄마의 추천을 받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제기차기를 트렌드이자 핵심 역량으로 보고 과외 선생님 면접을 봤다.
해당 콘텐츠는 업로드된 지 10일 만에 359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2월 15일 기준). 댓글만 9,298개로 대중의 반응은 그야말로 박장대소다. 누리꾼들은 “극사실주의”라는 평이다. 실제 강남맘들의 모습을 현실적이면서도 과장되게 표현해 “너무 현실 반영이라 웃프다”는 것. 이에 이수지가 연기한 강남맘들의 특징을 정리했다.
이수지가 연기하는 ‘극사실주의’ 강남맘
뜨거운 교육열로 사교육을 위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했다. “요즘 제 삶은 제이미한테 맞춰져 있어요”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주요 일과는 자녀의 사교육을 위해 라이딩하는 것. 판매가가 1억 3,980만원부터 시작해 부의 상징으로 통하는 고급 외제차 브랜드 P사의 차량에 탄 그녀는 차 안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다 제이미가 학원에서 배변에 성공했다는 전화를 받고 배변 훈련 과외를 취소한다. 또 제기차기 과외를 위해 직접 면접을 본다. 그녀는 교사의 안 좋은 습관이 아이에게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된다며 “다음 기회에 보자”고 인사하고 자리를 떠난다. 이 과정에서 교통비를 지급하는 모습이 냉소를 자아냈다.
실제 강남의 사교육열은 그 어느 곳보다 뜨겁다. 인구 감소로 학령인구도 매년 감소하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늘어나는 중.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27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원 시장에서 선행 학습 나이는 점점 내려가고, 유아 대상 영어 학원은 10년 사이 3배가 늘어 현재 847곳으로 한 달 원비는 약 200만원이다. 4년제 대학 등록금보다 2배 이상 높은데도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명품 패션… 입고 걸친 것만 1,209만원
대치동 도치맘 영상 속에 등장하는 패션 아이템들도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평이다. 특히 이수지가 입은 M사의 패딩 점퍼는 390만원이라는 고가에도 강남맘의 필수 아이템으로 통했다. 또 영상에서 이수지가 들고 나온 가방은 S사의 것으로 공식 홈페이지의 가격은 740만원이다. 여기에 79만원에 달하는 H사 목걸이를 매치했다.
유튜브 콘텐츠 공개 후 중고 거래 커뮤니티인 당근마켓에 M사의 패딩 점퍼 매물이 급증했다고. 많은 이들이 ‘제이미맘’ 콘텐츠의 영향으로 M사 패딩 점퍼를 입기 부담스러워 판매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강남의 한 맘카페에는 “남편이 선물한 패딩 점퍼와 같은 제품이다. 환불해야 할까요?”라는 글이 게시됐고, 댓글에는 “저라면 환불하겠습니다” 등의 의견이 달리고, “오늘 셔틀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머니 중 아무도 저 패딩을 안 입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기도. 이런 현상을 본 누리꾼들은 “유행을 시킨 게 아니라 유행을 지워버렸다”며 흥미로워하는 중이다.
그만큼 이수지의 대치맘 연기가 현실을 고증했다는 의미다. 비슷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천만 관객 영화 <범죄도시3>에서 배우 고규필이 연기한 중고차 딜러 ‘초롱이’는 몸에 완벽하게 붙은 명품 브랜드 G사의 티셔츠에 형광색 반바지, 클러치를 들고 금목걸이를 매치한 ‘건달 패션’을 선보여 영화에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는 건달이 선호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타격을 입었다고. 또 다른 명품 브랜드 B사도 비슷한 수난을 겪었다. 2000년대 촌스러운 패션을 즐기던 ‘차브족’이 해당 브랜드의 체크무늬 야구 모자를 유니폼처럼 쓰고 다니자 매출이 급감한 것. 당시 B사는 해당 야구 모자의 생산을 중단했다.
고상한 말투와 손짓으로 캐릭터화
이수지의 부캐릭터가 현실 고증을 제대로 했다고 평가받는 데는 우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 고상한 손짓 등 대치맘 특유의 행동을 캐릭터화한 부분의 기여가 크다. 고상한 느낌을 자아내는 목소리 톤으로 적절한 속도로 말하는 것, 은근히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쓰는 것, 대화 중간에 영어로 말하는 것까지 너무 현실적이라는 것. 그녀는 제이미를 수학 학원에 보낸 이유를 설명하며 “영재 Moment”를 발견했다고 기뻐하고, 제이미가 배변에 성공했다는 원어민 강사의 전화에 “Two thumbs up”이라며 기뻐하고, 눈물을 글썽인다.
또 적절한 타이밍에 손을 사용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강조하기도. 이수지는 한 인터뷰에서 “엄마를 보고 개그 소재의 영감을 얻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수지는 인플루언서 ‘슈블리맘’으로 분해 부기를 빼준다는 빼빼수 공구 콘텐츠도 제작했다. 해당 콘텐츠에서 이수지는 공구하는 인플루언서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 성대모사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