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이마트 계열분리는 어떻게?
신세계그룹은 자산 규모가 62조원에 달하는데 자산 43조원의 이마트와 자산 19조원의 신세계로 양분돼 있다. 계열분리를 마치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이마트는 재계 순위 13위, 정유경 회장이 맡은 신세계는 재계 순위 27위에 해당한다.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 간 지분 정리는 어느 정도 끝낸 상태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신세계에서 대형 마트 부문을 이마트로 인적 분할했고, 2016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각자 소유하던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독자 경영을 본격화했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을 신설하며 ㈜이마트와 ㈜신세계에 지주사 역할을 부여했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선언만 하지 않았지 사실상 ‘이마트는 정용진, 신세계는 정유경’으로 승계 방향이 정해졌던 셈이다. 2020년 9월에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을, 정유경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을 각각 8.2%씩 증여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18.56%,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지분 18.6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아직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씩 들고 있다. 법적으로 계열분리를 마치기 위해서는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을 상장사는 3%, 비상장사는 10% 이하로 모두 낮춰야 한다.
계열분리 과정에서 최대 변수는 SSG닷컴이다. SSG닷컴은 2019년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부를 각각 물적 분할한 뒤 통합 출범한 신설 법인으로 그룹 내 온라인 사업을 통합 운영한다. SSG닷컴은 이마트가 지분 45.6%를 가진 최대 주주지만 신세계도 지분 24.4%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투자 유치 과정에서 끌어들였던 어피니티 보유 지분 30%가 골칫거리였는데 지난해 말 은행권 6곳과 증권사 4곳이 참여해 만든 올림푸스제일차가 1조 1,500억원에 어피니티 지분을 인수하면서 일단 한숨을 돌린 상태다. 향후 SSG닷컴을 인수하는 쪽에서 이들 지분도 함께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보유 지분 승계 작업, SSG닷컴 등 계열사 공동 보유 지분 정리 등의 선행 요건, 당국의 승인 절차 등을 감안할 때 계열분리에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중국 알리바바와 손 잡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승진 11개월’ 오빠 정용진 회장의 경영 성적표는?
이마트는 202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단위 적자를 냈다. 매출은 29조 4,722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1,375억에서 46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3월 정용진이 신세계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3월 사상 처음으로 전사적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당시 근속 15년 이상인 과장급 이상이 대상이었다. 이마트는 각종 비용 절감 효과로 올해 매출 감소에도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이마트의 2024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조 5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779억원에서 1,117억원으로 43.4% 증가했다. 이는 2021년 1분기 이후 3년 만의 분기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정용진 회장에게는 ‘이베이코리아(G마켓) 인수’라는 아픈 전적이 남아있다. 이마트는 지난 2021년 이커머스 사업 진출을 위해 3조 4440억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G마켓)을 인수했다. G마켓은 적자 늪에서 나오지 못하면서 2023년 9월에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경질되기도 했다.
이마트는 일단 G마켓을 살리기 위해 중국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그룹과 손잡고 출자 비율 5대 5의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쿠팡과 네이버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굳어진 상황에서 알리바바와 연합군으로 3강 체제를 만들어보겠다는 시도다. 오프라인에서는 대형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를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경기도 화성에 들어설 스타베이 시티로 명명한 화성국제테마파크는 정용진 회장이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야심작이다. 2029년 개장을 목표로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내 약 420만㎡(127만 평) 부지에 테마파크, 워터파크 등 약 119만㎡(36만 평)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스타필드, 골프장, 호텔, 리조트, 공동주택 등을 집약한 복합 단지를 건립하겠다는 프로젝트다.
‘수익성 악화’ 백화점은 리뉴얼 승부수
정유경 회장은 수익성이 악화된 백화점 사업에서도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업계는 경기 침체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업황이 좋지 않다. 여기에 기후마저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패션 부문에서 고마진을 남길 수 있는 겨울 의류 판매가 부진했다.
실제로 백화점 3사의 2024년 실적을 살펴보면 모두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3분기 매출은 7,5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07억원으로 같은 기간 8%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3분기 매출이 1조 3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12.7% 감소한 646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3분기 매출이 1조 6,8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4.8% 감소했다. 이에 국내 백화점들은 리뉴얼을 통해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리뉴얼을 통한 고급화와 차별화에 성공해야 VIP 고객들을 빼앗기지 않기 때문이다.신세계 역시 올해부터 백화점마다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 중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올해 3월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을 리뉴얼해 문을 연다. 차별화된 고가 브랜드 특화 매장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점은 올해 국내 최대 식품관인 신세계 마켓을 개장하고 고객을 모을 예정이다. 골칫덩이가 된 면세점 사업에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점의 리뉴얼도 마칠 예정이고, 2026년 상반기에는 시내 면세점인 명동점이 럭셔리 브랜드를 강화해 재오픈한다. 면세 사업을 이끄는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비용 절감에도 나섰다.
정유경 회장은 미래 사업으로 콘텐츠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콘텐츠 사업 역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신세계는 콘텐츠 자회사 마인드 마크에 유상증자를 통해 100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마인드마크는 신세계가 영화와 방송, 디지털 콘텐츠 유통업에 뛰어들기 위해 2020년 4월 설립한 콘텐츠 자회사다. 이전까지 신세계가 마인드마크에 출자한 금액은 760억원이었는데 투자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마인드마크는 콘텐츠 제작 사업은 물론, 출판업과 문화 공연으로도 보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외모도 은둔형 스타일도 엄마 이명희를 쏙 빼닮아’ 정유경 회장 히스토리
정유경은 회장 승진으로 사촌 언니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가의 대표적인 여성 경영인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1972년생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국내 재계에서 1970년 이후 출생한 여성 중에서는 최초의 회장이다. 정유경 회장은 늘 “어머니가 롤 모델”이라고 말해왔다.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과 같은 길을 걷기 위해 대학 전공을 미술로 선택했다.
정유경 회장은 예원학교 미술과와 서울예술고등학교 미술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명문 미술대학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실제로 정유경 회장은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을 쏙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모도 은둔형 스타일도 닮았다. 정유경 회장이 1996년 입사 이후 대외적으로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6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개점 행사가 최초였다. 이후 2023년 9월 ‘신세계×프리즈 서울 VIP 파티’에서 포착된 것을 제외하고는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유경 회장의 배우자는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으로 초등학교 동창이다. 2001년 3월 결혼한 뒤 슬하에 문서윤·서진 두 딸을 뒀다. 문성욱 부사장은 1972년 9월 13일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투자 전문가다. SK텔레콤 전략기획실과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등에서 일하다 2004년 신세계그룹에 합류했다. 2020년부터 신세계그룹의 기업 주도형 벤처 캐피털(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도 맡고 있다. 운용자산(AUM)은 2,000억원 규모다. 장녀 문서윤은 2002년생이고, 차녀 문서진은 2004년생이다. 영문 이름은 문서윤이 애니(Annie), 문서진이 테일러(Taylor)다. 문서윤은 경기초등학교와 뉴욕 차핀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 진학했다. 문서진은 서울용산국제학교를 거쳐 언니처럼 뉴욕 차핀스쿨을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 입학했다. 문서윤은 경영학, 문서진은 심리학 전공이다.
문서윤은 YG 출신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의 걸 그룹 멤버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해 초 ‘테디 걸 그룹 연습생들’이라는 사진이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서윤은 최종 데뷔 명단에서 제외됐고 연예계 데뷔는 무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정유경 회장은 문서윤과 백화점 매장에도 종종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문서윤이 패션·뷰티 브랜드를 론칭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문서윤은 자신의 영어 이름 애니와 동생의 영문 이름 테일러를 활용한 상표권을 여러 개 등록한 상태다. 문서윤은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0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사생활 노출을 전혀 하지 않는 어머니 정유경 회장과 반대되는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