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정우성의 스캔들과 함께 혼외자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는 그저 단순한 연예인의 사생활이 아닌 혼외자와 관련된 법적 쟁점, 그리고 이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과 태도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과연 혼외자는 법적으로 어떤 지위에 있을까? 양육권과 친권은 어떻게 정리될까? 이제 혼외자 문제는 사적 영역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 법적·사회적 관점에서 균형 잡힌 논의가 필요하다.
혼외자와 관련된 주요 법적 쟁점 4가지
1 혼외자의 법적 지위와 인지
혼외자란 법률상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뜻한다. 이 자녀가 부모 중 한쪽(주로 생부)으로부터 인지를 받으면 법률상 친자 관계가 성립한다(민법 제855조). 생모와는 자동으로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만, 생부와의 법적 관계는 반드시 인지를 통해야만 가능하다. 이는 자녀가 상속권, 양육비 등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기 위해 중요한 절차다.
2 양육권과 친권
혼외자도 부모의 책임 아래 양육될 권리가 있다. 생부가 인지를 거부하면 아이는 생모의 성으로 출생신고가 이뤄지며, 이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버지는 기재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생부가 양육비 책임을 회피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모는 법적 소송을 통해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고 판결이 나면 이를 강제집행할 수 있다.
3 상속권
혼외자도 법률상 인지된 경우 혼인 중 자녀와 동일한 상속권을 갖는다. 하지만 인지되지 않은 혼외자는 생부의 상속권을 주장할 수 없다. 이는 자녀의 권리 보호를 위해 부모의 법적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4 성(姓)의 문제
혼외자가 인지된 경우 부모의 협의에 따라 기존의 성을 유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기존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자녀의 정체성과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다.
혼외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 3가지
혼외자 문제는 법적 쟁점을 넘어 사회적 편견과도 맞닿아 있다. 혼외자로 태어난 아이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부모의 결정에 의해 세상의 불합리한 차별과 불이익에 직면하기도 한다.
1 부모의 책임과 사회적 역할
자녀는 부모의 결정에 따라 태어났을 뿐 그 과정에서 어떠한 책임도 없다. 따라서 아이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 혼외자라는 이유만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면 다양성을 존중하는 현대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2 사회적 인식 변화
미국 할리우드에서 배우 주드 로가 혼외자로 태어난 자녀들에게 법적·금전적 책임을 다한다는 뉴스가 공론화된 바 있다. 그는 ‘아이의 출생은 축복’이라며 차별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사례는 공인이 개인의 문제를 책임감 있게 대처하는 태도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편견 해소와 공감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더 이상 전통적 가족 구조만을 이상적으로 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성장할 환경의 질이다. 사회는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고 혼외자와 가족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혼외자 논란이 주는 교훈
혼외자 문제는 이제 단순한 사적 영역으로 국한할 수 없다. 또한 이런 이슈를 접한 모두는 우리 사회의 법적 체계, 도덕적 가치관, 사회적 포용성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혼외자 문제를 그저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대신 법적 제도와 사회적 태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입법자들은 혼외자와 그 가족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대중은 이 문제를 지나치게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기보다 법과 윤리의 균형 속에서 공감과 책임감을 갖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혼외자는 선택된 존재가 아니라 축복받아야 할 존재다. 국가는 법적·사회적 지원을 통해 모든 아이가 공평하게 성장할 권리를 보장하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루리 변호사
@rl.lawfirm119
이루리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전 법무법인(유) 광장 파트너 변호사. 다수의 기업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