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대표를 떠올리면 무한한 에너자이저가 연상된다. 30년간 강연과 TV, 유튜브를 종횡무진하며 사람들에게 꿈과 도전, 열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경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가 되고, 자기 계발의 자극과 용기를 주는 멘토가 됐다.
그런 그녀가 최근 인생의 본질과 새로운 해답을 제시했다. 성공과 목표에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 내가 중심이 돼 단단한 인생을 만드는 법이다. <김미경의 딥마인드>를 출간한 그녀와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1년 만에 다시 뵙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강사 김미경으로, MK CREATIVE 대표로 똑같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열심히’에 대한 방향과 내용이 전과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앞만 보고 달렸다면, 지금은 내가 원하는 것에 충분한 시간을 쓰면서 살아요. 안정감이 생기고 행복해졌죠.
예전엔 덜 행복했나요?
나 스스로 행복한 게 맞다고 우겼었던 것 같아요. 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도전, 열정을 나누는 사람이니 행복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어요. 저를 보는 시선이 있으니까 그럴수록 더 열심히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죠.
이번에 출간한 <김미경의 딥마인드>는 이전과는 좀 다른 내용이에요.
지금까지 열심히 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은 열심히 살았지만 지친 사람들을 위한 책이에요. 제 안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열심히 살면 모든 것이 좋아질 줄 알았다”는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여기는 성공의 조건이 아닐까요?
돈과 집, 명예, 회사, 인맥 등은 이 세상에서 안전하게 생존하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죠. 사람들은 힘들수록 더 열심히, 더 맹렬하게 살아요. 열심히 살면 삶의 많은 것이 해결되고 좋아질 거라 굳게 믿으면서요. 근데 그 명제가 반드시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몇 년 전 스타트업에 도전하면서 제가 ‘열심히’의 끝까지 가봤거든요. 몸이 부서져라 일했지만 열심히 살수록 점점 더 불행해졌고, 내가 세운 꿈과 목표가 나를 번아웃과 우울증으로 몰아갔어요.
왜 생각과 달리 점점 불행해진 건가요?
목표만 좇아 다 쏟아부었기 때문이죠. 엄청 노력하면서 열심히 살았지만 그건 열심히 ‘막산’ 거예요. 1년 반 만에 스타트업을 직원 100명 규모로 키우며 매일 혼돈의 가운데서 헤매는 느낌이었어요. 거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회사가 어려워졌고, 그럴수록 제가 할 수 있는 건 더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그런데 열심히 살아도 정리되거나 나아지는 게 거의 없고 오히려 두려움과 조급함 속에 내린 결정들이 혼란을 낳기만 했어요. 가족과의 관계도 삐거덕거리고 건강, 인간관계 등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망가져버린 거죠.
대표님이 마주한 ‘열심히’의 끝은 무엇이었나요?
내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온통 일에 끌어다 쓰는 동안 다른 한쪽에는 내가 예상치 못한 결핍들이 쌓였어요. 육체와 시간이 한정돼 있으니 당연한 거죠. 나를 끝까지 몰고 가니 거대한 결핍의 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정체불명의 후회와 공허와 함께요. 내 인생의 귀중한 것들을 제쳐두고 과연 무엇을 위해 미친 듯이 달린 건지 억울한 자괴감이 들었어요.
마음속 깊은 곳의 스위치를 켜다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어 발견하기 어려운 엔진, 나를 뛰어넘는 깊은 통찰과 지혜를 가진 엔진, 바로 딥마인드다”
그래도 하루아침에 ‘열심히’를 내려놓긴 어려웠을 거 같아요.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었나요?
어느 날 내면에서 ‘죽어도 되겠다’라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 퍼뜩 정신이 들더라고요. 내가 나를 절벽으로 미는 이 소리를 더 이상 들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노트를 펴고 그동안의 불안감, 무력감, 좌절, 억울함 등을 모조리 토해냈어요. ‘이렇게 매일 끝도 없이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면 왜 계속 살아야지?’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어요. 매일 회사에 혼자 남아 새벽까지 일했지만 그 길로 바로 집에 갔어요.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었던 거 같아요.
무엇이 원인이었을까요?
제가 강의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남에게 묻지 말고 나에게 물어라.” 인생이 참 아이러니한 게 정작 내 삶의 기로에서 저는 제가 한 말을 지키지 않았어요. 사업을 하면서 나 대신 낯선 이들과 대화하며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냈어요. 무조건 성공해야겠다는 마음 한쪽에 두려움과 불안을 안고 목표한 숫자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했어요. 매출 그래프가 올라가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래프가 떨어지면 기분이 나빠졌어요. 내가 필요로 하는 성공, 커리어, 자산을 쌓기 위한 수단인 잇(it)의 노예가 되면서 주객이 전도된 거예요. 내 생각과 감정까지 지배당해 나는 없어지고, 완전히 잇을 위한 수단이 돼버린 거죠.
잇의 영향력이 매우 크네요.
잇은 본능이에요.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수단으로 태어나자마자 어떻게 하면 필요한 잇을 가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갖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 학습하기 시작해요. 시골에서 혼자 벌어 다섯 남매를 키운 엄마의 억척스러움과 강철 체력을 물려받은 데다 타고난 성향도 목표 지향적인 저는 잇마인드에 최적화된 인간이에요. 무언가를 계속 성취하려는 엔진인 잇마인드를 장착하고 잠을 줄여가며 앞만 보고 뛰었어요. 잇마인드가 나에게 매일 10개의 투두리스트를 내밀면 그걸 해내고, 다음 날 또 다른 10개의 일을 해냈죠. 저의 성공의 원동력이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을 모르고 2년 동안 잇마인드가 시키는 대로 살면서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나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게 중요한데 간과하기 쉽잖아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마음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어요. 그리고 의심 없이 그 목소리가 내가 원하는 것이라 믿어요. 그게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내가 하는 말이니 시키는 대로 해요. 내가 행복하고 지혜롭고 건강하게 잘 살려면 나를 망치지 않는 세팅이 필요해요. 무엇이 진짜 내가 하는 말이고, 무엇이 잇마인드가 하는 말인지 의심하고 가려내야 해요. 그래야 잇이 아닌 아이엠,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 수 있어요.
마음속 깊은 곳의 나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
저는 어쩌면 내 마음이 끝도 없는 바닥으로 떨어졌기에 가장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마음을 발견했는지도 몰라요. 살기 위해 내 엔진의 스위치를 켰고, 딥마인드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그리고 딥마인드와 대화하기 위해 노트에 내 상황과 마음을 고백하듯 써 내려갔어요. 내 감정 속에 가려져 있던 진짜 문제를 발견하고 이면의 진실을 볼 수 있게요.
“당신 안에는 당신을 가장 사랑하고, 지혜로우며 강력한 치유력을 지닌 딥 마인드가 있을 거예요.이 슈퍼 엔진의 존재를 느끼고 스위치를 켠 순간 당신의 인생은 분명히 달라집니다.”
나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
“내 마음속 엔진을 잇마인드에서 딥마인드로 갈아 끼우면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바뀌고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바뀐다”
나와의 대화가 처음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딥마인드 엔진의 스위치는 믿음이에요. 내 안에 딥마인드라는 존재가 있다고 믿고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 해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 대화하는 게 쉽지 않죠. 그래서 저는 노트에 글로 적었어요. 걱정과 불안을 붙잡아 꾹꾹 눌러썼어요. 쓰다 보면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나와 대화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내 진짜 고민과 문제를 깨닫는 학습 과정인 셈이죠.
어떤 내용을 써야 할까요?
챗GPT도 어떤 프롬프트를 쓰느냐에 따라 답변의 수준이 달라지듯이 딥마인드도 어떻게 질문하느냐가 매우 중요해요. 감사, 칭찬, 반성이 기본인데 제게 가장 도움이 된 건 감사 일기예요. 처음에는 감사한 일을 찾고, 익숙해지면 불행한 일을 감사로 ‘반전’시켜보세요. 우리 인생은 단면이 아니고 입체적이잖아요. 불행을 감사로 뒤집는 일이야말로 인생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키우는 연습이에요.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관심을 갖고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합니다.
플래너 쓰는 것을 추천하셨어요.
저는 매일 아침 두 권의 노트를 펼쳐요. 하나는 딥마인드와 대화하는 비잉 노트고, 또 하나는 이를 오거나이징하기 위한 플래너예요. 나 자신과 대화(being)하고 여기서 나온 미션을 스케줄에 오거나이징(organizing)하고 몸으로 실행(doing)하는 ‘bod 루틴’을 만들어요. 은행 가기, 주민센터 가기 같은 해야 할 일을 적는 게 아니라, 변화된 내가 되고 싶은 걸 적으세요. 그걸 지키는 충실한 하루를 살고, 다음 날 피드백을 토대로 다시 딥마인드 토크를 해요. 내 인생에 관심을 갖고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날 상상할 수 없던 일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걸요?
bod 루틴이 대표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 인생의 숙제가 있어요. 딥마인드는 그 숙제를 함께 풀고 반드시 해답을 줘요. 심지어 포기하거나 몰랐던 문제까지 찾아서요. 내가 변하면 내 주위의 가족이 바뀌어요. 나 스스로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힘이 생깁니다. 바쁘게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 인생의 주인으로서 중심과 기준을 스스로 만들고 조율할 수 있게 도와줘요. 그 결과가 바로 여유와 단단한 자신감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그래도 대표님은 앞으로도 열심히 사실 거죠?(웃음)
그럼요.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열심히 살죠. 내 마음의 엔진을 바꾸고 나와 가족, 건강을 위해 시간과 마음을 써요. 내 삶의 중심과 기준이 생겼어요. 밸런스를 맞춰 내 하루를 디자인해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그림을 그리며 차곡차곡 쌓고 있어요.
내 인생 밸런스 찾기
“행복은 비교값이 아니라 절댓값이다. 남보다 앞서가는 우월감은 잠깐의 안정을 줄 뿐 더 큰 불안감을 안긴다. 비교값의 결과는 세상에서 이길지 몰라도 자신의 인생에서는 진다”
요즘 가장 애정을 쏟는 일은 무엇인가요?
행복의 절댓값을 정의하고 있어요.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얼마큼인지, 일에 어느 정도 시간을 쓸 것인지 절댓값을 정하고 한정된 시간 내에서 매일 조율하며 최적의 균형점을 찾습니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리고 책도 많이 읽고요. 공부를 안 하면 인생의 방향이 안 바뀌거든요.
대표님 어느덧 환갑이 되셨어요. 나이 듦이 뭘까요?
60이 되니 100이 보여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내용이 달라져요. 완성을 향해가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가 있어야 되는 거죠. 요즘 흔히 인생을 2층 구조라고 해요. 20살에서 60살이 1층, 60살에서 100살이 2층인데, 중요한 건 2층이 원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증축해야 해요. 나는 100살까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야 해요. 저는 공부를 통해 깨닫고 나아가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똑똑해지고 싶다가 아니라 배움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그동안 내 인생에게 미안하더라고요.(웃음)
밸런스를 찾으려면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 자신만의 세상을 갖고 태어나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먼저예요. 그것들을 차근차근 키워나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야 해요.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책하지 말아야 하고요. 밸런스가 인생의 가치와 품격을 만들어줄 거예요.
사회적 성공과 인간의 품격이 꼭 정비례하진 않을 것 같아요.
돈은 아주 많은데 마음이 빈곤하고, 크게 성공했는데 인격이 비천한 사람이 있죠. 경쟁 사회에서는 시간과 관심, 돈, 에너지를 한곳에 넣어야 다른 사람과 격차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뛸 땐 뛰어야죠. 성공과 부를 쟁취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기회도 아무 때나 오지 않잖아요. 대신 인생에서 중요한 다른 면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존재감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태도가 중요해요. 외적 성공만 쳐다보며 살면 그것이 사라질 때 허무해지고 마음의 원망과 핑계가 가득 찰 수 있어요.
끝으로 새해를 맞아 <우먼센스> 독자들에게 힘이 되는 한마디 부탁드려요.
어떤 인생도 좋기만 하진 않아요. 새해를 맞아 어떤 결심을 세우셨나요? 나를 힘들게 하는 외부 요인들은 바꿀 수 없어도 내 마음은 바꿀 수 있잖아요. 나의 오늘이 바뀌면 내 인생이 바뀌어요. 저절로 되는 건 없습니다. 내가 주도권을 갖고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질문을 하고 나만의 세상을 만드세요.
김미경 대표가 그렇게 바쁘게 살았던 가장 큰 이유는 기준이 없어서였다. 막연한 기대로 시작한 일은 언제나 막연한 결과로 끝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 자신에게 묻고 깨닫는 과정이 중요하다. 단단한 인생 만들기의 시작은 마음챙김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