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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판가름 날, 최태원의 이혼소송 전말

세기의 이혼 재판 불똥이 검찰까지 튀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2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에 건네졌다”는 주장을 꺼내 들어 재판에서는 승리했지만,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On January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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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민종 부장검사)는 2024년 12월 4일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 김근호 사무국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5일에는 또 다른 고발인인 이희규 대한민국헌정회 미래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2024년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관장을 범죄 수익 은닉과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지 약 두 달 만에 고발인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세기의 이혼소송은 2025년 상반기에는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은 대법관 4명이 모여 있는 소부(이혼 사건은 대법원 1부)에 먼저 사건을 배당하는데, 소부에서 대법관 4명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며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사건을 다루게 된다.

문제는 세기의 이혼인 만큼 ‘의견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재산 분할 비율 계산에 산술적인 착오가 있었지만 분할 액수가 달라지지 않았던 부분이나 ▽비자금 300억원의 SK그룹 유입을 어떻게 노소영 관장 몫으로 산정할 것인지 등을 놓고 대법관들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만일 사건이 2025년 상반기 중 전원합의체로 간다면 2심 결론을 놓고 대법관들끼리 뜻을 모으지 못했다는 게 되고, 그런 경우 표결로 판결한다.

재산 분할 비율 계산 실수?

3심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정말 SK그룹으로 건네졌는지, 그랬다면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이를 노소영 관장 몫의 지분으로 얼마나 산정해야 하는지다. 2심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해 두 사람의 재산 총액 약 4조 115억원 중 35%인 1조 3,808억 1,700만원을 노소영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소영 관장의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뿐 아니라 무형적 기여(정부 차원의 협조)가 SK그룹의 형성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비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는 SK그룹의 주장을 대법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부터가 시작이다. 2심 재판부가 판단한 근거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선경 300억원, 최 서방 32억원 기재)와 50억원짜리 선경(SK) 명의 약속어음 6장의 사진 일부 등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은돈’을 인정해야 하는지도 관건이라는 평이 나온다. 불법으로 증식한 자금이 SK그룹에 전달됐고 이를 통해 가치가 증대됐다면 이를 자녀인 노소영 관장에게 주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불법 자금 조성에 대해 처벌 및 환수 조치 없이 되레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자금을 세탁해 자녀에게 물려주는 데 성공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최 회장 몫의 재산 중 35%의 가치로 보는 것이 옳은지도 판단해야 한다. 1990년대 초반 전달된 300억원을 30여 년 후 1조 3,800억원으로 평가할 만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고 봐야 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또 2심 재판부가 SK그룹 모태가 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판결문에 적었다가 오류로 주당 1,000원으로 10배 넘게 손보면서 재산 분할 비율과 금액은 손보지 않았다는 점도 파기환송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소송 전 ‘재산 분할’ 꼼수도 통할까?

최태원 회장 측의 꼼수가 통할 것인지도 봐야 한다. 최 회장은 내연녀와 혼외자가 있다고 언론을 통해 고백한 후, 자신이 경영권을 승계한 데 따른 마음의 빚을 갚는 차원에서 2018년 11월 친척들에게 주식 9,200억원가량을 무상 증여했다. 최 회장은 가족들에 대한 감사의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노소영 관장 측은 이혼소송을 염두에 둔 ‘사전 재산 정리’라고 봤다. 이 조치에 노 관장 측이 ‘이혼 반대’ 입장을 접고 소송에 본격 참여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1심에서 패소했던 노소영 관장. 하지만 2심은 혼인 파탄 시점 이후 한쪽이 처분 등의 방법으로 감소시킨 재산도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시키는 이른바 ‘보유추정의 법리’에 따라 재산 분할 대상을 3조원이 아닌 약 4조 115억원으로 판단했다.

이를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이혼소송 이후 최씨 일가의 자산이 나뉠 수 있다고 우려한 친인척들에게 재산을 나눠줬지만 결국 2심에서 패하면서 최 회장뿐 아니라 친인척들도 모두 패소한 셈이 됐다”며 “SK그룹은 전부를 걸고 대법원 판단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됐고, 거꾸로 노소영 관장은 ‘비자금 카드’에서 비롯된 검찰 수사 등을 잘 대응해야 하는 리스크를 새롭게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부부는 끝났지만, 부모는 함께 계속. 1남 2녀 어떻게 지내나?

2024년 10월 13일 오후 1시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 비스타홀에서 두 사람의 둘째 딸 민정 씨가 화촉을 밝혔다. 민정 씨의 결혼 상대는 케빈 황(34세) 씨로, 두 사람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살면서 이웃 주민으로 처음 만났고, 군 복무 경험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통해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난 황 씨는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마쳤고, 미 해병대 예비군 장교로 캘리포니아에서 복무 중이라고 한다. 다시 현역으로 전환해 미 특수부대의 군수 분야 관련 보직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혼부부지만, 취재진의 관심은 혼주로 나란히 서게 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에게 쏠렸다. 두 사람은 사실상 남남인 상황에서 딸 결혼식을 알뜰히 챙기며 부모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혼식은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사촌인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그룹 일가 친인척들은 물론, 최태원 회장과 함께 재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그룹 총수들도 사실상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필두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등도 모두 참석했다.

큰딸 윤정 씨는 최근 SK그룹 인사에서 요직을 맡게 됐다.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인 윤정 씨는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에 신설된 ‘성장 지원’ 담당을 겸직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평도 나온다.

1989년생인 최윤정 본부장은 중국 베이징 국제고, 미국 시카고대 생물학과를 나온 후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 연구원,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로 일했다. 2017년 6월 SK바이오팜에 선임 매니저로 입사한 뒤, 2019년 휴직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과정을 밟았고, 2021년 복직해 전략투자팀장 등을 지냈다.

셋째인 아들 최인근(29) 씨는 SK E&S 매니저로 재직 중이다. 최 매니저는 2020년 SK E&S 전략기획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으며, 최근 아버지와 함께 회사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등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2025년 01월호
2025년 01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