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이 심장병, 당뇨병 만든다
우울증, 치매,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당뇨병 유병률 높여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같은 질환 외에 대표적인 불면증 원인은 무엇인가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보면 “행복한 집안은 다 고만고만한데 불행한 집안은 다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불면증 이유는 이처럼 다양합니다. 살면서 닥치는 다양한 문제나 개인의 행동 요인 등 많은 것이 불면증을 일으킬 수 있어요.
불면증이 특히 어떤 정신 질환에 큰 영향을 주나요?
불면증이 만드는 대표적인 정신 질환이 우울증이에요. 우울증은 뇌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잠을 못 자서 뇌 에너지가 고갈되면 우울증이 흔히 생기고, 거꾸로 우울해져도 수면 문제가 잘 생겨요. 이 둘은 굉장히 가까운 안 좋은 친구들입니다. 그래서 하나를 좋아지게 하면 다른 하나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아요.
잠을 적게 자는 사람은 우울증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더군요.
2009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연구한 결과 7~8시간 동안 수면을 취한 사람의 우울증 유병률이 가장 낮았어요.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인 사람은 적정 수면을 취한 사람보다 우울증 유병률이 3~4배 더 높았죠. 또 수면 시간이 9시간 이상인 사람도 우울증 유병률이 2배가량 높아 지나친 수면 역시 우울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불면증이 신체 질환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면이 갖고 있는 고유의 기능을 못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잠자는 동안에는 맥박 수가 줄어들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심장과 뇌가 휴식하고 재충전합니다. 그러나 잠을 못 자면 과다 각성 상태가 되기 때문에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도 많아지면서 심장과 뇌가 쉬지 못해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거죠. 알츠하이머 치매나 대사 질환 위험도 높아집니다.
당뇨 등 대사 질환에까지 영향을 주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잠을 못 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우리 몸은 항상 긴장하고 뭔가에 대비하게 됩니다. 이 경우 우리 몸이 활동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원인 혈당이 올라간 상태가 지속됩니다. 결국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겨 전(前)당뇨나 당뇨로 발전하는 거죠.
젊게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살라
나이보다 젊다고 생각하거나 열정적인 사람은 불면증에 강해
2023년 ‘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면증에 덜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죠? 연구 결과가 흥미로웠습니다.
2가지 연구 모두 2,500여 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자신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29%는 수면의 질이 낮았어요. 이와 달리 실제 나이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수면의 질이 낮은 사람은 13.5%에 그쳤죠. 또 열정이 가장 낮은 그룹에서는 불면증 비율이 75%로, 중간 그룹의 15%에 비해 매우 높았어요. 이 연구를 통해 삶에 활력을 느끼고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 수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불면증은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요?
자신의 생각과 생활을 바꾸는 게 기본이에요. 가장 먼저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서 실천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당히 운동하라, 술과 담배를 하지 마라, 카페인 섭취는 되도록 줄여라, 졸릴 때만 잠자리에 가라 등의 알려진 수칙을 실천해봅니다. 그럼에도 교정되지 않으면 병원에 가서 인지행동치료를 꼭 받아보길 권합니다.
수면제는 습관성이나 부작용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요?
불면증 치료 약은 신경안정제 계열과 항우울제 계열이 있는데 둘 다 작용 기전은 비슷해요. 불면증을 일으키는 요인인 신경 각성도를 낮춰 잠이 들게 하는 효과가 있어요. 그러나 불면증 치료 약을 일시적으로 먹고 좋아지는 경우는 상관없지만 장기화되면 수면 능력을 점점 약화시켜 약의 효과가 떨어지거나 약 없이는 잠을 못 자는 의존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어떻게 진행합니까?
인지행동치료는 2~3개월 동안 전문가와 환자가 꾸준히 만나 불면증이 왜 생겼는지, 불면증이 지속되는 원인은 무엇인지를 확인한 다음, 환자와 치료자가 함께 불면증을 극복하는 방법입니다. 보통은 1주 단위로 8~9회, 회당 30분씩 치료합니다. 그러나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지불하는 보험료가 너무 적어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하는 전문가가 많지 않기 때문이에요. 더구나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총 6차례 대면 진료에 대해서만 급여를 인정합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얼마나 효과적인가요?
70% 정도는 성공적인 효과를 봅니다. 스스로 잘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지속됩니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PT를 받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돼요. 처음엔 근력이 약하지만 근력 운동을 하면 PT가 끝나도 스스로 운동하면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듯이 잊어버린 잠자는 힘과 방법을 되찾기 때문입니다. 향후 비슷한 상황이 생겨도 이미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어요.
윤창호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수면 장애와 뇌전증 환자를 주로 진료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이수했으며 대한수면학회와 대한수면연구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하고 많은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등 학술 활동과 학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2023년 4월 E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명의> 출연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면 장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