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보서 @bbo.u29
변호사
민형사 사건을 시작으로 이후 이혼 관련 가사 소송 전문으로 활동해온 12년 차 변호사석보서. 그녀는 현재 변호사라는 직함을 잠시 내려놓고 가정주부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휴직은 어떤 계기로 결정하게 됐나요?
첫째 아이와 비교했을 때 둘째 아이가 좀 더 예민한 편이었어요. 두 돌이 넘도록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우는 아이를 돌보며 일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죠. 변호사라는 직업은 체력이 매우 중요한데,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휴직을 결정하게 됐어요.
달라진 일상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워킹맘 시기에는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심적 부담감으로 집에서도 항상 쫓겼어요. 하지만 현재는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귀중한 순간들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게 됐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감사해요. 개인 시간이 날 때는 운동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훨씬 활기차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어요.
생활 루틴을 알 수 있을까요?
오전엔 주로 아이들을 챙겨요. 그 후 운동과 집안일을 하죠. 최근 소셜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데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저만의 새로운 역량 또한 키워가고 있어요. 틈틈이 협업 중인 소송 업무나 상담 업무, 국선 변호 활동도 꾸준히 병행해요.
“모두에겐 각자의 속도가 있다”
마음이 힘든 시기도 있었을 것 같아요.
주위에서 아이를 잘 키우는 동시에 자신의 커리어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들을 볼 때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어요. 또 육아가 내맘 같지 않을 때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도 같아 죄책감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의 체력적·정신적·환경적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충분히 잘해내고 있다며 스스로를 칭찬해주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됐죠.
마음이 지치거나 힘들 때 마음속에 새기는 문장이 있을까요?
“나만의 속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먼저 달린다고 해서 행복한 건아니라고 생각해요. 급히 가는 동안 주변 풍경을 놓치거나 앞서간 만큼 일찍 되돌아와야 할 수도 있거든요. 천천히 가더라도 삶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하고 인생의 동승자도 챙기며 사랑을 주고받는 게 행복한 인생 아닐까요? 잠시 멈추더라도 쉼 속에서 더 좋은 길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목적지를 모색해볼 수도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변호사로 일하면서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는 바람에 개인은 물론 가정의 행복까지 놓치는 사례를 많이 봤어요. 완벽한 커리어를 쌓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의외의 결핍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것도 종종 목격했고요. 모든 걸 다 잘하면 물론 좋겠지만, 나만의 속도를 받아들이고 때론 멈추기도 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다양한 선택을 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수 많은 선택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 선택에 대한 후회보다는 그 선택이 결국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게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