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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강화제, 누트로픽의 효과는 진짜 있을까?

해야 할 일은 많다. 하지만 피곤하다. 쉽게 지치고 졸린데 자고 일어나도 숙면을 취한 것 같지 않다. 집중이 어렵고, 일을 하긴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미루게 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누트로픽이 계속 인기를 끄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On December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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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강화제, 누트로픽이란

누트로픽은 뇌 기능을 향상시켜준다는 다양한 보충제, 쉽게 말해 천연 뇌 강화제를 말한다. 누트로픽의 효과에 대한 주장은 다양하다. 뇌 건강과 인지 기능을 개선한다든지,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든지, 피로를 줄이고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등지 등등. 여기에 노화로 인한 신경 퇴화를 늦출 수 있을지 모른다는 주장도 더해지고 있다. 이런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약,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음료를 누트로픽이라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초 누트로픽이란 용어가 처음 만들어 졌을 때는 주로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약물이란 뜻으로 약의 영역에 머물렀지만, 점차 식품으로 범위가 확장됐다. 매년 수능의 계절이 오면 일명 공부 잘하는 약 또는 스마트 드러그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ADHD 치료제 처방이 최근 5년 사이 3.3배 증가했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노원구에서 제일 많이 처방됐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래도 약이라고 하면 부작용이 걱정되기 마련이다. 식품 성분으로 뇌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약에서 식품으로 발전

추정에 따르면 현재 누트로픽 시장 규모는 약 2조 9,000억원(약 21억 달러)이며, 2032년에는 그 두 배인 5조 8,000억원(42억 달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트로픽 열풍이 약에서 식품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초창기 누트로픽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실리콘 밸리에서다. 2015년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누트로픽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호로위츠는 최근 몇년 동안은 암호화폐 투자자로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이지만, 본래 페이스북, 스카이프, 에어비앤비와 같은 글로벌 IT 공룡 기업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하기도 전에 거금을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누트로픽은 실리콘밸리 관점에서 본 뇌 기능 향상 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 커피와 카페인 음료처럼 뇌 기능을 향상시켜주는 음식이나 식품 성분은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누트로픽은 인체를 마치 컴퓨터나 로봇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식품 트렌드다. 소프트웨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면 원래보다 기능이 향상되는 것처럼 인체도 누트로픽을 잘 사용하면 뇌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바이오 해커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나 이런 식이 보충제를 찾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꽤 많은 사람이 누트로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자신이 사용 중인 누트로픽 보충제에 대해 다른 사용자의 의견을 구하는 게시물이 제법 눈에 띈다. 카페인, 은행잎 추출물, 비타민 B 복합제, 인삼처럼 친숙한 것부터 로디올라(홍경천), L-테아닌, 티로신, 콜린, 아슈와간다 같은 비교적 생소한 것까지 누트로픽으로 사용되는 두뇌 강화 성분은 다양하다. 아직 국내에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되지 않은 성분의 제품을 해외 직구로 구입해 섭취해보려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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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트로픽의 효과

트로픽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지만, 일부 효과 있는 성분도 분명히 있다. 대표적으로 카페인과 L-테아닌이 있다. 카페인은 주의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인류가 커피, 차, 과라나 추출물을 함유한 음료를 마시게 된 것은 카페인의 각성 효과를 빼놓고선 설명할 수 없다.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각성시키는 물질이므로 엄밀히 말해 누트로픽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뇌 기능을 향상시키면서 피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줄 수 있어야 천연 뇌 강화제라고 볼 수 있는데 카페인은 반짝효과를 낸 뒤에 피로감을 주니까 누트로픽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기준에 맞춰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충분히 만족하는 물질은 거의 없다. 논란이 어떻든 현실에서 카페인을 빼놓고 누트로픽을 말하긴 어렵다.

2000년대 에너지 드링크가 인기를 끌 때도 누트로픽이란 말이 사용됐다. 에너지 드링크에서 당류를 제거한 제로 버전은 있지만 카페인을 뺀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도 카페인이 얼마나 강력한 누트로픽인지 방증한다. 또 하나의 대표적 누트로픽 성분 L-테아닌은 녹차에 함유된 아미노산이다. 녹차를 마신 뒤 뇌의 반응은 커피를 마실 때와는 다르다. 녹차에 카페인이 들어 있긴 하지만 커피보다 함량이 낮고 L-테아닌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L-테아닌은 주의력,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정신을 덜 산만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효과는 L-테아닌 성분이 뇌에서 알파파가 더 많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과 관련된다. L-테아닌은 카페인이 심박수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카페인의 중추신경 자극 효과는 줄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녹차를 마시고 나서 정신이 각성되는 느낌이 들면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은 이런 효과 때문이다.

그 밖의 성분은 어떨까? 효과가 없거나 관련 연구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비타민 B12를 하루 필요량의 40배나 되는 고용량으로 먹는다고 해서 뇌 기능이 더 좋아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도파민, 세로토닌, 가바 같은 뇌 신경전달물질의 원료가 되는 물질을 보충제로 더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기분이 나아지거나 학습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누트로픽을 먹고 효과를 봤다는 경험담이 들리는 것은 플라세보효과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플라세보효과에 취약하다. 값이 비싼 약이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 파킨슨병 치료제의 약효가 28%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나 음식이라고 말해주면 먹고 나서 일단 기분이 좋다. 뇌 기능이 향상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대개 느낌에 불과하다. 원고 마감을 앞둔 작가가 커피를 마시는 건 일상다반사이지만 커피를 마신다고 반드시 책상에 앉아 일하는 건 아니라는 점도기억할 필요가 있다. 누트로픽에 동기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진 않다.

시간이 지나 카페인, L-테아닌을 뛰어넘는 누트로픽이 나오길 기대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뇌 기능 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건강에 유익한 식단이 뇌 기능에도 유익하다. 독서는 집중력,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불안을 완화한다. 노화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도 독서가 도움이 된다. 운동은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우리의 뇌는 복잡하지만, 뇌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은 이렇게 단순하며 쉽다.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출신의 약사이며 푸드라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 <매불쇼>와 여러 TV,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약, 음식, 건강에 대한 과학적 지식 전파에 앞장서왔다. 신문·잡지 칼럼을 통해 약과 음식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하고 있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등을 출간했다.

CREDIT INFO
에디터
송정은
정재훈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12월호
2024년 12월호
에디터
송정은
정재훈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