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은 김치 브랜드 종가, 청정원 등으로 유명한 식품 대기업이다. 임대홍 창업주가 1956년 설립한 동아화 성공업이 시초로 과거 조미료 미원으로 유명했다. 특히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제일제당에서 내놓은 미풍과 국내 조미료 시장을 놓고 펼쳤던 경쟁이 유명하다.
미원의 인기가 압도적이어서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자서전인 <호암자전>에서 본인 인생에서 뜻대로 안 되는 것 3가지는 자식, 골프, 미원이라고 할 정도였다. 미원이 유명해지자 1960년대 사명도 미원으로 바꿨는데, 1968년 미국에서 시작된 “MSG가 유해하다”는 논란이 1990년대 우리나라로 전파되면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되자 1997년 사명을 대상으로 바꿨다.
임대홍 창업주는 1987년 그룹 회장직을 장남인 임창욱에게 물려주면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됐고, 10년 후인 1997년 임창욱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뀌었다. 임창욱 명예회장의 동생인 임성욱은 2000년 대 들어 세원그룹으로 분가해 나갔다. 싱어송라이터 임금 비(활동명 차울)가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의 셋째 딸이다. 대상그룹은 2005년 대상홀딩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꾸준히 사세 확장에 힘썼고 매출 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대상홀딩스의 연결기준 매출은 5조 2,594억원, 영업이익은 1,146억원이다.
임세령이 ‘끌고’ 임상민이 ‘밀고’
현재 대상그룹 주력 사업은 김치다. 2022년 미국 LA에 9,900㎡(3,000평) 규모의 대규모 김치 공장을 가동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가고 있으며, 지난해 김치 수출액만 8,300만 달러로 국내 1위다. 김치에 이어 성장 동력으로 육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육류 사업 확대에는 임세령 부회장의 의지가 상당히 반영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2021년 혜성프로비젼과 크리스탈팜스 등 축산물업체를 인수했고, 혜성프로비젼은 지난 9월 한우 유통업체 홍우를 인수했다.
대상그룹 후계 구도는 아직 불분명하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과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은 임세령과 임상민, 두 딸을 뒀다. 장녀 임세령이 삼성가 며느리가 된 후 그룹을 물려받는 경영 수업은 차녀 임상민이 받았다. 하지만 임세령의 본가 복귀 이후 자매 모두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임상민은 1980년생으로 이화여대 사학과와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MBA 과정을 졸업했다. 유티씨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부를 거쳐 2009년 8월 대상그룹 전략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했다. 2012년 전략기획본부 본부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14년 1월 상무, 2016년 12월 전무를 거쳐 2023년 3월 부사장에 올랐다. 임세령은 2021년 부회장에 올랐고, 임상민은 2023년에 부사장을 달았다. 하지만 임상민 부사장이 그동안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실무 경험을 쌓으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기에 실질적 경영권은 향후 임상민이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지분으로 봐도 임상민이 압도적이다. 임세령이 삼성가로 시집가면서 임상민은 그룹 후계자로서 부모의 지분을 대부분 물려받았다. 현재 임세령은 대상홀딩스 지분 738만 9,242주(20.41%)를 보유하고 있고, 임상민은 1,329만 2,630주(36.71%)를 보유하고 있다. 임세령 지분과 아버지 임창욱 명예회장 지분 4.09%(우선주 3.14% 제외), 어머니 박현주 부회장 지분 3.87%를 합쳐도 임상민 지분보다 작다. 서로를 예우해주는 자매 경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임상민 부사장은 2015년 12월 국균 전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 대표의 장남 국유진 씨와 결혼했다. 2017년 5월 출산해 육아휴직을 끝내고 2021년 초 경영에 복귀했다.
국유진 씨는 1985년생으로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와 하버드대 MBA를 졸업한 금융 전문가다. 미국 JP모건 본사와 칼라일그룹, KKR 등을 거쳐 2014년부터 블랙스톤에서 근무하고 있다. 2021년 블랙스톤이 한국에 재진출하며 국유진 씨는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대표)에 선임됐고, 지난해에는 한국 최초 글로벌 파트너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