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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의 종류는 하나가 아니다.

유방암은 단순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복잡하다. 발생 부위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고, 암세포에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있나 없나에 따라 치료법이 크게 다르다. 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를 만나 복잡한 유방암 방정식을 풀어봤다.

On November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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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30대 유방암은 여성호르몬 수용체 유무와 상관없이
앞으로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날이 길기 때문에 치료를 잘 받아야 합니다.

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환자들에게 ‘공감 요정’이라고 불린다. 유방암 수술을 잘할 뿐만 아니라 친절하게 진료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준다고 환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정승필 교수에게 별명이 마음에 드는지 물어봤더니 “너무 부끄럽죠. 가까운 분들이 막 놀려요”라며 “하지만 환자들이 저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는 거니까 좀 부끄럽지만 감사하게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51살인 정 교수는 새롭게 주목받는 유방암 명의 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재까지 2,000~3,000례의 유방암 수술을 집도했고, 2016년부터 유방센터장을 맡아 안암병원의 유방암 치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외과의사이면서 연구도 많이 한다. 지난해에는 유방암 수술 후 화학항암제 치료를 한 환자와 하지 않은 환자의 생존율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학항암치료를 두려워하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줬다. 또 유방암 환자 2,730명의 재발 현황을 분석해 유방암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유방암학회 정보이사로서 유방암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 교수에게 자신을 어떤 의사라고 생각하냐고 질문했더니 머뭇거리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겁이 많아서 환자를 치료할 때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주말에도 병원에 와서 환자들 얼굴을 보고 체크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또 수술할 때도 환자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고 유방 모양을 잘 유지하면서 흉터가 최대한 안 보이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가 괜히 ‘공감 요정’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유방암은 ‘순한 암’이 아니다

전이돼서 발견하면 5년생존율 40%대로 뚝 떨어져

유방암은 5년생존율이 93.8%인데, 이 정도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암인가요?
이게 앞뒤가 뒤바뀐 거예요. 치료가 잘되는 암이 아니라 초기에 빨리빨리 발견해 약물 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하기 때문에 생존율이 높은 겁니다. 하지만 유방암 검진을 게을리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엄청 위험한 암입니다.

유방암 종류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독한 암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유방암 4기 5년생존율은 45.2%로 다른 암에 비해 높지만, 삼중 음성유방암이나 HER2(허투) 수용체 양성 유방암 4기는 5년생존율 이 20% 수준으로 낮아요. 반면에 여성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4기라도 5년생존율이 70% 이상이죠.

4기 암은 모두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상태인데, 유방암은 4기 5년 생존율이 위암 4기(6%)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암은 다른 장기에 전이되더라도 원래 발생한 암(원발암)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유방암이 폐로 전이될 경우 폐암 고유의 특성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유방암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완치율이 높은 것입니다.

유방암 발병과 관련해 최근 눈에 띄는 경향은 무엇인가요?
다른 암 은 발생이 감소하기도 하는데 유방암 발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요. 제가 유방암 진료를 처음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1년에 유방암 신규 환자 수가 6,000~7,000명이었는데 2021년 기준 2만 8,000여 명으로 20년 사이에 거의 4~5배가 많아졌어요. 발병 연령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점차 늦어져 유방암 발병 평균 연령이 48살에서 52살로 높아졌어요. 한편 젊은 여성 환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유방암은 모두 같지 않다

발생 부위와 호르몬 수용체에 따라 성격 달라

유방암은 단순해 보이는데 실제로 복잡한 암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방에 생긴 암을 유방암이라고 하지만 다 같지 않아요. 유방암의 80%는 유관에서 발생하고, 10%는 모유를 만드는 소엽, 10%는 근육이나 피하지방 등에서 발생해요. 이 중 유관암이 가장 독한 편이에요. 유방암은 여성호르몬 수용체와 HER2 수용체가 있나 없나에 따라 또 다릅니다.

여성호르몬 수용체와 HER2 수용체가 무엇인지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수용체는 세포 바깥벽이나 내부에 위치하는데 외부의 호르몬이나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를 자라게 하거나 변화를 촉진시킵니다. 쉽게 말해 세포를 먹여 살리는 입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여성호르몬 수용체와 여성호르몬은 다른 말이에요. 여성호르몬에 반응하는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암세포에 있는 유방암을 ‘여성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라고 합니다. 여성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자라는 암이죠. HER2 수용체 양성인 유방암은 ‘사람 표피 성장인자’라고 불리는 HER2 단백질이 붙으면 자극을 받아 자랍니다. HER2 단백질은 세포 성장을 자극하기 때문에 암세포를 증식시킵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2개와 HER2 수용체 1개 등 3개의 수용체가 모두 없는 유방암을 말합니다.

이들 유방암은 각각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나요?
여성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유방암은 치료 효과가 좋은 약물들이 있어 순한 암으로 분류합니다. 여성호르몬 수용체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표적 치료제를 사용해 여성호르몬과 수용체가 결합하지 못하게 하거나, 여성호르몬 억제제를 사용해 아예 여성호르몬이 생기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HER2 수용체 양성인 유방암도 수용체를 공격하는 표적 치료제가 사용되면서 치료 효과가 매우 좋아졌어요. 삼중음성유방암은 약물로 공격할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표적 치료제 대신 화학항암제나 면역 치료제만 사용합니다.

유방암 종류별 비율은요?
여성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 수용체 양성, 삼중음성유방암 비율이 각각 60%, 20%, 20%쯤 됩니다.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5년 이후 재발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어떤 유형의 유방암이 특히 재발을 잘하나요?
유방암은 약 20%가 재발합니다. 여성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치료 후 2~3년 안에는 재발을 잘 안 하지만 5년 후에 재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요. 수용체가 숨어 있다가 천천히 다시 자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여성호르몬 수용체를 억제하는 항암 호르몬 치료를 5년에서 10년까지 시행합니다.

폐경 후 유방암과 폐경 전 유방암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암 자체는 차이가 없어요. 그러나 폐경 전에는 폐경 후보다 호르몬 억제가 좀 더 어렵기 때문에 폐경 전 유방암이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어요. 특히 30대 유방암은 여성호르몬 수용체 유무와 상관없이 앞으로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날이 길기 때문에 치료를 잘 받아야 합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김정선
2024년 12월호
2024년 12월호
에디터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김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