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산책하다 보면 도시 구석구석이 보입니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요소가 눈에 띄죠.
그래서 저는 도시를 연구하기 전에 도시를 마음껏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도시를 돌아보는 사람, 도시 산책자라는 닉네임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도시 브랜딩을 연구한 김상훈 박사는 현재 문화도시 사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첫 직장인 대홍기획에서 광고 만드는 일을 했고, 이어 금강제화에서 마케터로 경력을 쌓았으며, 마지막엔 식품 회사의 마케터로 일하다가 그만뒀다. 그 후 박사과정의 긴 시간을 버텨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시골도시 브랜딩 사업을 시작했다. 공주에서의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도시 브랜딩에 대한 학식과 현업이 결합된 진정한 도시 브랜딩 전문가로서 입지를 쌓아가는 중이다.
최근에 전국적으로 문화도시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문화도시란 무엇인가요?
문화도시에 대해 정부에서 정의한 것이 있습니다. 또 사업을 진행하는 실무자마다 의견이 각양각색일 텐데요, 그래서 쉽게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저는 문화도시를 ‘플랫폼구축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사업이죠. 그래서 문화도시 지원사업이 종료되더라도 지역민들이 이끌어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문화 계몽운동’으로, 마중물 격이죠. 예전의 새마을운동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벌써 2기째라고요?
2022년 시작된 1기 문화도시 사업은 ‘법정문화도시’라는 타이틀로 도시당 5년간 진행되는 사업으로 마지막 도시가 2027년에 끝납니다. 법정문화도시는 전국 24개 지역이 도시별 콘셉트를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기 문화도시 사업은 ‘지역중심 문화균형발전’을 기초로 ‘대한민국 문화도시’라는 타이들로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 사업을 통해 전국의 소도시 중심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사업을 펼쳐 대한민국형 문화도시가 실현되고, 사업 종료 후에도 문화도시 사업 때 만든 플랫폼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주는 법정문화도시에 포함돼 있고 2026년에 사업이 종료될 예정입니다.
문화도시 사업의 어려운 점은 없나요?
문화도시 사업 초기에는 ‘풀뿌리 문화민주주의’, ‘시민 중심’, ‘시민의 문화 향유’와 같은 맥락에서 사업이 시작되다 보니 인위적인 거버넌스 조성과 과도한 인건비 지출로 인해 지역에서는 퍼주기 사업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사업을 컨설팅하는 교수와 지식인 집단에선 유럽 문화도시 사례를 접목해 논의하다 보니 사업의 방향성이 모호해진 경향이 없지 않았죠. 무엇보다 현장에서 뛰어보지 못한 지식인들이 주장하는 문화도시 사업의 방향성은 현장에서 뛰어본 실무진 의 그것과 괴리가 있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죠.
문화도시 사업의 방향성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문화도시 사업은 반드시 출구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성이라는 방향 성을 잡아야 합니다.
공주의 문화도시 사업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공주는 4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 도시로 문화시민포럼을 통한 ‘문화 도시 출구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학술 대회를 개최하는 등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주는 관광과 도시의 콘텐츠를 활용해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천 방안 등 다양한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죠. 또한 공주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사업 종료 후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키워드하에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사님 이력이 독특해요. 어떤 일들을 했나요?
회사에 다니면서 국내 여행 안내사 자격증을 딴 적이 있어요. 3년 정도 가이드로 전국을 다녔던 경험이 생뚱맞지만, 현재 제 일을 하면서 가장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물론 광고 마케터로 일하면서 브랜딩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도시 브랜딩을 연구했어요. 간단히 설명한다면요?
도시의 상징성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스포츠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도시의 상징적 콘텐츠를 기반으로 대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3회 동안 진행된 ‘웰컴투신관동’ 행사도 도시 브랜딩의 일환인가요?
맞습니다. 현재 공주의 브랜드는 밤, 제민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백제라는 키워드입니다. 백제와 연관된 것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유적지인 공산성, 무령왕릉·왕릉원 등이 있죠. 하지만 역사적인 배경인 백제의 유적 상당 부분이 땅속에 매장돼 있어 눈에 보이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신라(경주)와는 사뭇 대비되는 부분이죠. 이렇다 보니 젊은 층에게 공주는 재미없는 또는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지 못하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양성 중에서도 젊음이라는 이미지를 찾고 싶었고, 지역에서 젊은 사람이 외지로 나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또래 문화’가 없다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주에 사는 10~30대 중 57%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신관동 지역에 모여 살고 있죠. 이런 여러 가지 콘텐츠를 모아 또래 문화, 아파트 문화 등을 실현해 새로운 도시의 상징성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신관동=젊은 문화=재미있는 도시’라는 지역 브랜딩을 도모하기 위해 ‘웰컴투신관동’이라는 타이들로 행사를 기획, 진행했죠. 축제를 지속 가능하게 진행해 공주에 새로운 지역 브랜드가 만들어지길 희망합니다. 가능하다고 봅니다.
행사를 기획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공주에서 처음으로 공주대학로(도로명) 왕복 4차선을 막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의 반대가 있었고,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던 장소인데 그걸 가능하도록 만들었죠. 물론 민원도 많았고,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시민들이 “4차선 중앙 차로에 앉아 사진 찍고 바닥에 그림을 그렸던 경험이 즐거웠다”, “공주대학로는 오래전 최루탄을 쏘며 데모했을 때 막혔던 것 말고 이런 행사를 위해 도보로 개방된 것은 처음이다”라며 새롭고 인상 깊다는 의견을 많이 줘서 힘들었지만 행복했어요.
어떤 목표를 두고 문화도시 사업에 임하고 있나요?
‘2026년 공주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목표를 두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도시 이미지를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 일환으로 ‘웰컴투신관동’이라는 축제를 기획한 것이죠. 나아가서는 공주 이인면, 신풍면 등 문화 소외 지역인 읍 중심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공주를 알아가고 즐기는 시간이 9시간 이상 되도록 하는 것이 제가 맡은 문화도시 사업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씀드리고싶어요.
문화도시 공주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요?
공주는 특히 문화도시 출구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다른 문화도시와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공주는 타 도시에서 하지 못한 처음 하는 사업이 몇 가지 있습니다. 지역민에게 디자인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을 디자인공유센터를 통해 찾아가고 있죠. ‘웰컴투신관동’에 이어 ‘웰컴투우리마을’로 지역 브랜딩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표권 등록 등을 통해 지역민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고요.
2025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역 대표 이미지를 만들어 문화도시로서 성공하기 위한 브랜딩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또 교육 프로그램을 확장해 문화도시대학을 만들어 문화도시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싶어요. 더 나아가 도시의 하드웨어 쪽이 아닌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끌어가기 위한 관련 학과가 대학에 개설되도록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