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출간한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에서 저속노화 예방을 위해 생활 습관 개선과 식단 조절, 적절한 운동, 마음챙김 등 4가지를 강조했습니다. 그중 이번 책에서는 식사법에 초점을 맞췄어요. 식사법에 집중한 책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요?
말씀하신 것처럼 저속노화를 위해서는 삶의 다양한 측면을 정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제가 식사법에 대한 책을 낸 것은 4가지 인자가 똑같이 중요하지만, 일종의 미끼와 같습니다.
2023년 초, 저속노화 식사법을 구현한 렌틸콩, 귀리, 현미로 만든 밥을 SNS에 간단히 포스팅했는데 반응이 아주 폭발적이더군요. 이를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런 정보에 갈증을 느끼고 있음을 확신했습니다. 식사법을 통해 많은 사람을 저속노화로 이끌고 싶었습니다.
저속노화 식사법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렌틸콩’이라는 닻을 발견한 덕에 수월하게 식사법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10여 년 전 내과 전공의(레지던트) 2년 차 시절이었죠. 당시 종합병원의 레지던트들은 거의 병원에서 나올 수가 없었고 컵라면과 콜라, 배달 음식 등으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문제는 이런 음식을 먹어 버릇하니 당시 20대라는 젊은 나이에도 몸이 나빠지는 게 느껴지더군요.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을 감안하더라도 졸려서 일을 하기가 힘들었고, 살이 찌고 몸이 부었습니다. 저만 그런 것도 아니었고요.
문제의식을 느끼고 건강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을 찾아 헤맸는데 그게 바로 렌틸콩 통조림이었습니다.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고 맛도 괜찮고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장기간 보관하기도 용이했거든요. 저는 이걸 그냥 퍼먹기도 하고, 채소에 곁들어 샐러드로 만들어 먹거나 운동 후에는 라면에 넣어 먹기도 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저서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저속노화 식사법>
저속노화 식사법의 좋은 점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해당되겠지요. 특히 3060 여성들이 저속노화 식사법을 시작하면 좋은 이유가 있을까요?
여성에만 있는 장기인 자궁과 난소의 건강을 위해서입니다. 제 아내가 산부인과 전문의이고 난임을 전문으로 다루다 보니 여성 건강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난임은 노화의 결과로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노화가 일찍 와서 난임이 빨리 오는 것입니다. 난임과 난소 기능 저하의 원인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난포 개수의 저하, 다른 하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의 축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먼저 난포 개수의 저하란 원시난포가 자극을 받아 난포가 정상보다 빨리 소진된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주로 20~30대 또는 그 이전부터 식사, 운동, 수면 등을 건강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해왔던 것의 결과로 생깁니다. 배달 음식을 많이 먹거나, 야식을 먹거나, 운동하지 않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않는 등의 생활이 누적되면 몸이 망가지고 결국 정상적인 노화 속도보다 더 빨리 늙게 됩니다. 우리 몸의 난포 개수는 한정돼 있으므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다음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의 문제입니다. 이 축의 건강 상태도 생활 습관과 밀접한 영향이 있습니다.
생활 습관과 난임 또는 난소 기능 저하가 관계가 있다니 의아해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람은 성조숙증을 떠올려보십시오. 성조숙증도 생활 습관, 즉 아주 어릴 때부터 영양 과잉과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2~3달만 정갈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섭취해도 건강이 좋아집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구성된 ‘탄단지’ 식단으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혈당을 느리게 올리는 식사를 해보길 권장합니다. 이러한 식사는 다이어트에도 좋습니다.
저속노화 식사법인 MIND 식사는 다른 건강식과 비교했을 때 특히 뇌 기능에 집중된 식사법 같습니다. 뇌건강과 저속노화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MIND 식사를 한국 현실에 맞게 변형한 것이 저속노화 식사법이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마사 클레어 모리스 등의 연구에서 MIND 식사가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춰준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960명(평균 81.4세)의 인지 기능을 평균 4.7년 추적 관찰한 결과였죠. 식사 기록에서 MIND 점수를 계산해 가장 점수가 높은(MIND 식사의 지침을 잘 지킨) 그룹, 중간 점수 그룹, 가장 점수가 낮은(MIND 식사의 지침을 잘 지키지 못한)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가장 점수가 낮은 그룹은 점수가 높은 그룹에 비해 관찰 기간 동안 인지 기능이 나빠지는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반대로 점수가 가장 높은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10년으로 환산했을 때 2.5년 정도(75% 속도 저하)만 전반적인지 기능이 나빠졌습니다. 남들보다 7.5년이나 젊은것이죠. MIMD 점수는 전체적인 뇌 건강과 유의미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인지 기능 영역의 일화 기억, 언어 기억, 지각 조직화, 작업 기억 등등이 해당합니다. 다시 말해 MIND 점수가 높은 사람은 뇌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MIND 식사에서 섭취를 권장하는 베리류와 푸른잎채소(배추, 양배추, 상추, 로메인상추, 깻잎, 시금치, 근대, 쑥갓, 브로콜리, 케일, 청경채, 루콜라, 호박잎, 겨잣잎 등) 덕입니다. 다른 건강 식사법처럼 과일과 채소를 두루 먹으라고 하지 않고 과일 중에서도 베리류, 채소 중에서도 푸른잎채소를 먹을 것을 권장하는 것이죠. 구체적으로는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채소 중에서도 푸른잎채소 섭취의 효과가 가장 강력하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베리류 섭취는 동물실험과 미국 간호사건강연구(Nurses’ Health Study)에서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베리류 외의 과일 섭취는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