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KBO 리그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역대 최대 흥행 속 기아(정규 리그 우승)와 삼성(2위), LG(3위) 등이 선전하며 가을 야구를 치렀다. 하지만 SSG(6위), 롯데(7위), 한화(8위) 등은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 했다. 과거와 다르게 모기업의 대규모 투자 없이 야구단 운영만으로도 ‘흑자’를 내는 곳들이 등장하고 있다는데, 이에 <우먼센스>에서 구단주의 야구 사랑, 기업과의 실적을 비교해봤다.
#재계 순위 따라간 올해
전통적으로 야구 성적은 재력 순이 아니다. 적어도 야구에서는 그렇다. 재계 순위는 삼성 1위, 기아(현대자동차그룹) 3위, LG 4위, 롯데 6위, 한화 7위로 LG를 제외하면 지방에 연고를 둔 구단들이다. 이 밖에 수도권에 위치한 SSG(신세계그룹) 11위, KT 12위, 두산 17위로 비교적 팬덤이 튼튼한 지방 구단들의 모기업 재력이 더 빵빵하다.
그런데 올해는 재계 순위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 기아가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삼성과 LG 모두 선전했다. 반면 최근 실적이 부진하거나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SSG나 롯데 등이 하위권으로 처지는 모습이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 라이온즈 창단 당시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직접 구단주를 맡으며 구단에 큰 투자를 아끼지 않아 ‘돈성(돈+삼성)’이라고 불리던 삼성.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엄청난 야구 사랑과 함께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KBO 한국시리즈 우승 시 백지수표를 공언하기도 했던 LG.
올해는 삼성(2위)과 LG(3위) 모두 선전했지만, 이들의 두 모기업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특히 양사 경쟁이 치열한 생활 가전 시장에서는 LG가 더 웃는 모양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 내 생활 가전을 담당하는 디지털가전(DA)사업부의 매출은 6조 8,800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 1,400억원) 대비 3.6% 감소했다. 이는 2022년 2분기(7조 2,900억원)부터 3년 연속 역성장이다. TV 등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합산한 영업이익은 4,900억원으로 전년 동기(7,400억원)보다 33.8% 줄었다.
반면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부는 2분기 매출 8조 8,429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 9,931억원)보다 10.6%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6.3% 증가한 6,944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삼성전자는 생활 가전 외에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사업군을 두고 있기에 전체 매출액은 LG전자보다 압도적으로 높지만, 주가만 놓고 보면 우려가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79조원, 영업이익 9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돈 수치에 이례적으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사과를 했고, 임원들을 시작으로 주말 출근도 독려하고 있다. KBO 리그 정규 시즌에서는 삼성이 더 높은 자리에 위치했지만, 모기업 분위기만 보면 “LG가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구단주 관심에도 부진했던 유통 기업 라이벌
유통 기업인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를 인수, SSG 랜더스를 창단하면서 역시 유통이 모기업인 롯데자이언츠와의 라이벌 매치가 만들어졌지만, 두 야구단 모두 올해 부진했다. 2022년 우승했던 SSG는 6위, 부산에 연고를 둔 롯데는 7위에 그쳤다.
그 중 모기업이 튼튼한 전통의 명가 롯데의 부진은 뼈아프다. 롯데는 1982년 프로야구 원년 6개 구단 중 삼성과 함께 남아 있는 곳이지만 매년 부진이다. 엘롯기(LG, 롯데, 기아)라는 원년 하위 팀 멤버 중 유일하게 ‘올해도’ 가을 야구에 실패했다. 2018년 이후 7년 연속 가을 야구 실패. 지금은 모기업도 위기다. 롯데는 실적 부진으로 2018년에 이어 6년 만에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신세계도 다르지 않다. 2021년 1월 SK 와이번스를 1,400억여 원에 인수하고 추신수 등 대형 스타 영입에 400억원을 투입해 2022년에 우승했지만, 모기업은 내수 부진 속 고심이 깊다. 쿠팡 같은 이커머스 신흥 강자들에게 밀린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은 계속 오프라인을 외면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야구장 방문이 줄어든 배경이다. 야구단 인수부터 SNS 활동까지 활발했으나 신세계그룹 회장 취임 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SSG 랜더스 경기를 보기 위한 야구장 방문을 자제하고 있고, 골프도 사실상 중단했다고 한다.
지난해 4분기 85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던 이마트가 올해 3분기 1,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온라인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시장구조를 고려할 때 신세계나 롯데 모두 ‘위기’라는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구단주 투자 속 여유 있는 기아
국내 올림픽 효자 종목인 양궁의 ‘키다리 아저씨’로 유명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는 기아타이거즈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기아의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엔 두 차례나 직접 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애정을 보여온 정의선 회장이다. 그런 응원하에 기아는 올해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모기업(현대·기아 자동차그룹)도 실적이 매년 개선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 취임 후 현대·기아 자동차그룹의 합산 영업이익은 4년 사이 6배가량 늘었다. 매출은 정 회장 취임 첫해인 2020년 4조 2,612억원에서 지난해 26조 7,347억원으로 3년 사이 무려 6배 가까이 늘었고,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20년 2조 4,000억원에서 지난해 15조원, 같은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은 2조원에서 11조 6,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합산 영업이익 20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기아 자동차그룹은 올해 최초 연간 영업이익 30조원 돌파를 노리고 있다.
#야구 빼고 다 잘하는 한화
야구 빼고 다 1등이라는 한화그룹과 한화이글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화끈한 성격답게 야구단에 대해서도 화끈한 투자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빙그레 이글스 창단 때부터 구단주 역할을 맡으며 야구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김승연 회장은 한화 팬들이 원하던 FA 선수나 감독을 영입하는 데 직접 나서기도 했다. 그렇게 애정을 보인 야구단은 8위에 그쳤지만, 한화그룹은 주 사업군인 방위산업 쪽에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통합 원년을 맞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 올해도 지난 2분기 기준 방위산업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89% 증가한 2,608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7월에는 루마니아와 1조 4,0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한화시스템은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35%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MSAM 다기능 레이더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지속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