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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관 변호사가 전하는 마약 사건 급증의 이유

마약 사건 전문이자 검찰수사관 출신 1호 변호사인 신동협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최근 마약 사건 급증의 원인으로 비대면 거래 증가를 제시했다. 친구 와 어울리며 함께 마약을 하기 쉬워진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젊은 세대의 마약 사범 급증의 배경과 해결책을 물었다.

On October 14, 2024

“쉬운 비대면 거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접해”

신동협 검찰 수사관 출신 1호 변호사


Q 마약 사건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텔레그램, 다크 웹, 가상화폐, 배달대행(퀵) 등으로 비대면 거래가 쉬워졌다. 이에 10여 년 전보다 마약류를 구하기가 쉬워졌고, 이용자들은 설마 이렇게까지 하는데 걸리겠냐는 믿음이 생겨 거래가 늘었다고 본다.

Q 20대와 30대의 마약 사범이 급증하는 배경을 설명해달라.
젊은 층이 텔레그램, 다크 웹, 가상화폐에 대한 이해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약은 혼자 하는 경우가 드물다. 친구들 중에 누가 하면 어울리면서 같이 하게 된다. 보통 20~30대가 친구가 많고, 잘 어울린다. 내 나이(40대)가 되면 친구가 없다.

Q 배우 유아인 프로포폴 투약 등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 급증이 2030세대에게 호기심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나?
모든 일을 처음 해볼 때는 호기심이 일부 작용하겠지만, 호기심 때문에 마약에 중독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술을 처음 마실 때도 호기심이 작용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중독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특히 프로포폴이 다른 마약류와 구별되는 점은 일반 마약류보다 안전하고, 전문가인 의사가 있는 곳에서 비싼 비용을 치르며 맞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예인, 유흥업 종사자들이 많이 맞는 것 같다.

Q 마약 사범의 양형을 높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나?
이미 양형은 충분히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약 공급업자의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밀수)에 대한 양형은 정말 높은 편이다. 최저가 징역 10년, 7년이니 살인보다 더 강하게 처벌할 정도다. 따라서 양형을 일반적으로 높이는 것보다 마약 사범에 대한 보호관찰의 확대와 실질화, 상선 등 적극적 수사 협조자에 대한 플리바기닝 등 법제화,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캠페인 강화 등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

Q 마약 사건 급증에 따른 경찰·검찰의 수사 지연 문제가 심각한가?
수사 지연이 마약 사건 급증 때문이라기보다 잘못된 검찰 수사권 조정·개혁 때문에 마약뿐 아니라 모든 사건의 수사가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 경찰에 고소하거나 고소당한 후 1년 안에 결정이 나면 다행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문제는 2030세대, SNS 만나 폭발한 수요?

문제는 SNS의 등장이다. 과거에는 대면 거래 방식이 전부였다. 따라서 공급자의 리스크도 컸고, 구매자 역시 같은 이유로 주저했다.

하지만 SNS는 마약 유통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던지기(특정 장소에 놓고 가면 마약 구매자가 이를 찾아가는 방식)’ 방식의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됐고, 비용은 가상화폐(비트코인 등)로 지불하며 검찰 수사를 피했다. 일련의 소통은 텔레그램 등 어둠의 통로를 통해 이뤄지며 수사망을 피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마약 사범 중 텔레그램을 하지 않는 이를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텔레그램은 대화 내용 복원이 힘들어 완전범죄가 가능하다. 독일이 본사인 텔레그램 서버도 해외(위치도 모름)에 있고, 보안성과 익명성이라는 명목하에 본사에서 수사기관에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

마약 유통 창구가 돼버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SNS에 가짜 계정을 만들어 마약 유통에 활용하지만, 본사가 해외에 있는 탓에 협조를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은 해외 업체라 국내 사건·사고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 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마약을 구매하는 쪽도 리스크가 줄어드는 SNS를 통한 구매를 선호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클럽 화장실에서 공공연하게 마약을 구매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SNS를 통해 미리 마약을 구매한 뒤 원하는 장소(호텔, 클럽)에서 함께 투약하는 패턴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마약 관련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유학 시절 마약에 손댔던 이들이 참지 못하고 국내 클럽 내 화장실 등에서 마약을 구매해 다시 하는 경우였다면, 최근에는 해외 경험이 없는 20대 대학생들도 호기심이나 친구 소개로 마약을 한 뒤 지속적으로 하다가 검거된 경우가 늘고 있다”며 “누구에게 구매했느냐고 물어보면 ‘모른다. SNS에서 샀다’고 말하는데 이런 경우가 늘어나는 만큼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 가격도 하락? 합성 마약 탓

마약 가격 하락도 마약 사범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엔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이들이 1회에 수십만원 이상 들여 투약했는데, 이제는 10대도 어렵지 않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필로폰 거래 가격은 1회 투약량(보통 0.03g)이 2만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필로폰 1g(33회 투약량)당 소매가는 평균 300달러(약 41만원)로 2013년(684.1달러)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더 저렴한 케타민은 1g당 소매가(13만~17만원)를 고려할 때 1만원 이내면 1회분(0.05g) 투약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필로폰 거래 단위가 0.5~1g 정도로 한 번 거래 비용이 40만~60만원에 달했다. 직장이 없는 대학생이라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금액.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공동 구매’ 방식으로 0.01~0.1g씩 소분 구입이 가능해졌다. 또 각종 합성 마약, 의료용 등 마약류가 다양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아편, 코카인 등 남미 특정 지역에서만 만들어지는 마약류와 달리 동남아 일대에서 만들어져 국내로 들어오는 합성 마약은 재배 지역이나 주기가 따로 없어 가격이 저렴하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가 <세계 마약 보고서 2023>에서 “합성 마약이 기존 마약 시장을 바꿀 수 있다”고 우려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8년 89만 1,434건이던 펜타닐 처방 건수는 2020년 148만 8,325건으로 3년 사이 67%가 증가했다. 마약중독자들이 펜타닐 처방이 쉬운 병원을 찾아다니는 ‘중독 케이스’가 급증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약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가격이 높게 형성될수록 한탕을 노리는 공급업자들의 마약류 밀반입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검사는 “마약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지인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에 전파력이 강하다”며 “마약의 투약 목적은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편안하게 잠을 자는 듯한 느낌을 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각과 같은 느낌을 받아 성관계 시 흥분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한번 매력을 느끼면 언젠가는 마약에 다시 노출되는 게 일반적이다. 더 센 마약을 좇다 보면 다시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약중독자가 돼버리는 것이다”라며 “마약이 저렴해지면서 1020세대에까지 퍼지고 있지만 마약 가격이 올라가도 그만큼 공급업자들이 기를 쓰고 마약을 유통하려 할 것이기에 마약 자체를 근절시키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신동협 제공
2024년 10월호
2024년 10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신동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