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표 로맨스
배우 김하늘이 40대의 농익은 멜로 연기로 ‘멜로 퀸’이라는 수식어를 또 한 번 입증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오완수’(김하늘 분)와 그녀의 경호원 ‘서도윤’(정지훈 분)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스캔들 드라마다. 이른바 ‘백 투 더 2000’s’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고전적인 서사와 향수를 자극하는 표현으로 4050대 중년을 비롯한 해외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하늘은 로맨스, 액션, 스릴러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여왔다. 특히 <화인가 스캔들>에서는 김하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인 멜로 퀸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중년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극 중 화인가의 아이콘 오완수로 분하며 상류층 며느리의 패션과 자세, 표정 등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상대역으로 가수 겸 배우 정지훈이 경호원 서도윤 역을 맡았다.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김하늘을 만나 드라마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근황을 들었다.
“민망해서 남편과 같이 TV 못 봐요”
<화인가 스캔들>이 모두 공개됐다. 반응도 좋았다.
다행이다. 선택할 때는 ‘옛날 느낌’이 나는 대본이라 확신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감성이 신선해 선택했는데 다른 세대나 해외 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늘어났다. 해외 팬들이 DM으로 응원을 많이 보내준다. 신기하다.
촬영하는 동안 작품에 대한 의견을 많이 냈다고 들었다.
대사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내 여자 할래요?”, “잘래요?” 하는 대사들 때문에 의견을 안 낼 수가 없었다.(웃음) 사실 나도 옛날부터 배우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 이 감성 너무 잘 안다. 그런데도 이런 대사는 어렵더라. 개인적으로 “나랑 잘래요?”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직설적인 대사였다. 이 장면은 촬영 초반에 찍어서 진지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내 여자 할래요?” 장면은 모두 친해진 다음에 찍어서인지 재미있게 찍었다. 다들 웃음을 참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정지훈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그동안 작품을 찍으면서 매번 배우들과 호흡이 좋았지만, 이번엔 특히 좋았고 재미있었다. 지훈 씨가 먼저 다가온 이유도 있었지만, 이래저래 코드가 잘 맞았다. 지훈 씨가 맛집을 많이 안다. 음식 얘기를 하면서 친해졌다. 또 지훈 씨 딸과 내 딸이 나이가 비슷하다. 육아 얘기를 하면서도 가까워졌다. 둘 다 딸이다 보니 여러모로 공감대가 많았다. 연기 피드백도 많이 해줬다. 이렇게 대화를 많이 하면서 찍은 작품이 있었나 싶다.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인가?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지훈 씨가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나도 만만치 않게 호응했다.(웃음) 다 같이 맛집도 많이 갔고, 뒤풀이도 즐겁게 보냈다.
자기 관리 끝판왕이라고 들었다.
지훈 씨와 관리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사실 내가 많이 물어봤다. 어느 날 지훈 씨가 밤에 촬영을 끝내고 운동 가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도 운동을 좋아하지만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내가 관리하는 이유는 체력도 그렇지만 운동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카메라 앞에서는 자세부터 달라진다. 그게 중요하더라. 그래서 열심히 한다.
연차가 쌓이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 들어오는 작품이나 역할도 다를 것이다.
생각하는 방향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요즘은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 결과보다 작품을 하는 6개월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행복했다. 배우, 스태프 모두 끊임없이 소통하며 한마음으로 촬영했다. 물론 결과가 좋아야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으니 그것도 딜레마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결과보다는 과정에 좀 더 의미를 두는 것 같다.
현장에서의 즐거움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소통이다. 현장에 도착해 즐겁게 인사하는 것부터가 소통이지 않나. 예전엔 촬영 스케줄이 빡빡하기도 했고, 또 무엇보다 내 컨디션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노출을 최대한 피했다. 왜냐하면 내가 컨디션이 안 좋은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로서 현장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가 즐겁게 참여해야 현장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됐다.
그동안 현장에서 어떤 스타일이었나?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었다.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러지를 못했다. 이번엔 스태프가 내게 먼저 다가왔다. 그래서 마음이 열렸다. 서로 마음이 열리니 이런 시너지가 있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다. 다음에는 내가 한번 열어보겠다.(웃음)
육아와 연기를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나름의 고민도 있을 법하다.
결혼하는 순간부터 안정감이 남달랐다. 좋았다. 그런데 육아는 다른 문제더라. 시간은 하루 24시간 정해져 있는데 해야 할 일이 2가지로 늘어났다. 그런데 둘 다 소중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일이다. 어찌 보면 내 욕심이다. 결국 육아를 하면서 작품을 해야 하는 건 내 숙제다. 나도 엄마이기 이전에 배우였다. 20년 넘게 그렇게 살았고, 지금도 배우로 사는 게 편하다. 작품도 많이 해봤고, 현장에서의 애티튜드도 잘 알고 있는 베테랑이다. 그런데 육아는 처음이다. 그래서 어렵다. 그러다 보니 연기도 어렵다. 그 조율이 쉽지 않다.
이번 드라마에 대한 남편의 반응은?
“재미있다”, “예쁘게 잘 나온다” 등 피드백을 많이 해주더라. 그런데 민망해서 같이 앉아 TV를 보지는 못한다.(웃음)
육아 예능에 출연할 생각은 있나?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아이 얼굴이 나오는 건 아직은 힘들 것 같다. 직업과 사생활은 분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렇다고 억지로는 아니다.(웃음) 누가 육아에 대해 질문하면 다 말해줄 순 있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다.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더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성격이 밝고 웃는 것도 좋아해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 옆집 언니 같은 느낌의 엉뚱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나의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고 싶다. 연기란 게 해도 해도 욕심이 난다.
오랫동안 대세 여배우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예전엔 누가 물어보면 운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우연히 좋은 작품에 캐스팅됐고, 주인공을 맡았고, 반응도 좋았다. 연기자가 꿈이 아니었기에 더욱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엔 돌이켜 생각해보니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나도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부족한 것도 있고, 아쉬운 것도 있다. 그럼에도 열심히 했다.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하는 자리가 있는 것 같다.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