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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 효성가 차남 조현문 풀 스토리

그룹 무한궤도 출신 재계의 풍운아, 전 효성그룹 부사장 조현문 변호사 풀 스토리.

On September 06, 2024

 효성가 비운의 차남, 형제의 난으로 10년간 갈등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은 재계의 풍운아로 불린다. 젊은 시절 그룹 무한궤도를 통해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귀국해 경영 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2014년 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하는 ‘형제의 난’을 일으킨 이후 효성가와 절연한 채 살아왔다.

올해 3월 별세한 조석래 명예회장은 상속재산 협의를 계기로 가족들과 화해를 이루라는 뜻으로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 유산을 남겨줬다. 하지만 그는 유산으로 공익 재단을 설립해 사회에 기부하겠다며 가족들에게 협조를 요청한 상태. 파란만장했던 그의 인생에 시선이 모인다.

 그룹 무한궤도 출신… “재벌 자제가 아닌 내 삶을 살고 싶다” 

신해철과 무한궤도를 결성했던 재벌가 자제

조현문의 할아버지는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다. 조홍제는 3남 2녀를 두었는데 조현문의 아버지이자 장남인 조석래 명예회장에게 효성그룹을 물려줬다. 조석래는 3남을 두었다. 조현문의 형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고, 동생은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다.

조현문은 1969년 3월 7일 태어났다. 음력 생일은 1월 19일이었는데 이를 빠른 생일 취급해 1년 먼저 학교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1968년생들과 같이 학창 시절을 보냈다. 동기들보다 1살 어렸지만 친구들은 고교 시절 큰 키에 모범생인 조현문을 ‘바야바’라고 불렀다고 한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수석 입학·졸업했다.

조현문은 1968년생인 고 신해철과 친구였다. 둘은 유치원 시절부터 알고 지냈고 보성고등학교 동기다. 이러한 인연으로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재학 시절 무한궤도를 결성했다. 조현문은 키보드를 맡았다. 그리고 무한궤도는 ‘그대에게’라는 노래로 1988년 제12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탔다.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이후 1집 앨범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를 발표했지만 조현문은 이후 밴드를 그만뒀다. 무한궤도는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해체됐고, 멤버들은 각자 갈 길을 갔다. 당시 각각 드럼 스틱과 베이스를 잡았던 조현찬과 조형곤은 정석원, 장호일과 손잡고 1990년 015B를 결성했다. 이후 조현찬은 쌍용건설에서 2년간 근무한 뒤 유학길에 올랐고 1999년 세계은행(WB)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에 입사했다. 조현문과 함께 건반을 쳤던 김재홍은 치과의사가 됐다. 지난 2005년에는 치과의사 밴드 이빨스를 결성했다. 조현문은 2007년 서울대학교에서 학부생을 상대로 열린 특강을 통해 밴드를 계속하기엔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음악 활동을 그만두었다고 밝혔다.

조현문은 무한궤도 이후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하지만 1학기만 다니고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했고 1996년 졸업해 뉴욕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조현문은 재벌가 자제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 로스쿨에 간 이유도 자격증을 따 재벌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1998년 로펌 근무 중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고심 끝에 귀국했다. 그리고 1999년 효성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경영 수업을 받으며 국제 변호사로서 공도 세웠다. 1999년 효성 도메인(www.hyosung.com)을 선점한 해외 이용자가 수억원을 요구해왔지만 미국 도메인등록협회와 미국 법원에 제소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효성닷컴’을 되찾아왔다.

결혼은 2003년 이부식 전 과학기술처 차관의 장녀인 이여진 씨와 했다. 이 씨는 세화여고와 서울대 불문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거쳐 1997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재원이다. 1999년 미국 연수를 통해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학박사 학위 및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결혼 당시에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담당하고 있었다.

둘의 만남은 조석래 명예회장이 주선했다고 전해진다. 2001년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했던 조 명예회장이 미국 로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이 씨를 주목했고 조현문과 교제를 주선했다.

2006년 조현문은 부사장 승진과 함께 중공업 사업그룹(PG)장을 맡는 등 전형적인 재벌가 자제의 인생을 사는 듯했다. 조현문은 효성그룹이 카타르 전력망 사업에 진출하는 성과도 냈다.

 질긴 가족사로부터 자유 선언 

깊어진 갈등에 일으킨 ‘형제의 난’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조현문의 인생은 변곡점을 맞이한다. 특히 1살 차이였던 형 조현준과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였다.

조현문은 2013년 2월 보유 중이던 효성 주식을 전량 매각한 후 경영에서 손을 떼고 변호사로 전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2014년 조현준 당시 사장과 효성그룹 임원들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하는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조현문은 형과 그룹의 횡령 및 불법행위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효성가 측에서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을 맡은 효성중공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후계 경쟁에서 밀려날 것 같으니 선제적으로 비리를 폭로한 것 아니냐는 입장으로 대했다.

조현준 회장은 2019년 2심에서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경영진 역시 유죄판결을 받았다.

조현준 역시 2017년 조현문을 공갈 미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조현문이 자신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형과 그룹의 위법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했다는 이유다.

조현문이 해외에 머물면서 검찰 수사는 미뤄졌는데 2021년 초 귀국하면서 수사가 시작됐고 현재 재판 중이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아버지로서 생전 형제들의 싸움에 무척 힘들어했다고 전해진다. 조현문 입장에서는 불법을 저지른 형을 감싸는 아버지와의 갈등도 적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과 유산

올해 3월 조석래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유족들은 조현문이라는 이름을 유족 명단에서 뺐다. 발인식과 입관식 등 5일간의 장례 과정에도 조현문은 가족들과 함께하지 않았다. 조문객으로 빈소를 찾아 5분여간 머무른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은 조현문에게 1,200억원 상당의 지분을 유산으로 남겨줬다. 상장사 지분은 효성티앤씨 3.37%, 효성중공업 1.5%, 효성화학 1.26% 등이다. 유류분을 훌쩍 넘는 유산이었다.

조 명예회장은 유언장을 통해 세 아들에게 화해를 당부하는 내용을 남겼다. 조현문의 상속 조건으로 상속세 우선 납부도 걸었다. 가족들끼리 상속세를 협의하기 위해 서로 만나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조현문은 지난 7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공익 재단을 설립해 상속받을 재산 전액을 공익 재단에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형 조현준 회장과 동생 조현상 부회장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를 놓고 상속세와 연관 짓는 분석이 제기됐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조현문은 물려받을 재산의 50%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속세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공익 목적 출연 재산은 상속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유족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조현문은 상속세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조현문의 법률 대리인은 지난 7월 10일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동의하지 않아 공익 재단 설립이 무산되더라도 상속세 납부 후 잔여 재산으로 공익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조현문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형제간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를 이루고 싶다”며 “지금까지 제게 벌어졌던 여러 부당한 일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용서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친이 형제간 우애 있게 지내라는 유지를 남기셨는데 계속해서 거짓을 기반으로 비방하고 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며 “앞으로 서로 다투지 말고 평화롭게 각자의 길을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현문이 원하는 대로 효성그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려면 형과 동생으로부터 추가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조현문은 효성그룹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조현문이 보유한 비상장사 지분은 ▲동륭실업(지분 80%) ▲효성토요타(지분 20%) ▲효성티엔에스(지분 14.13%) ▲더클래스효성(지분 3.48%) ▲신동진(지분 10%)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지분 10%) 등이다. 이를 놓고 결국 해당 지분을 효성그룹에서 매입해달라는 요구도 간접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공은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으로 넘어온 상태다. 효성 일가가 지난 10년간의 갈등을 끝내고 상속세 납부 기한인 9월 전까지 극적인 화해에 성공할지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CREDIT INFO
취재
육종심(경제 전문 프리랜서)
사진
서울문화사 DB, 일요신문, 효성그룹 제공
2024년 09월호
2024년 09월호
취재
육종심(경제 전문 프리랜서)
사진
서울문화사 DB, 일요신문, 효성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