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삼성생명)은 2023년 8월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뒤 53주 연속 정상을 지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28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 꿈을 이룬 안세영 시대가 올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립니다. 더 강해져 코트에서 보여드릴 수 있도록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식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2관왕을 차지한 뒤 안세영이 광고 촬영과 인터뷰를 거절하며 했던 말이다. 그의 결연한 의지와 집중력은 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졌다.
“금메달을 따내니까 행복하고,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아요. 무릎 부상 때문에 고생했는데 내 무릎에게 ‘너 때문에 사람들한테 미움을 살 뻔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도중 오른쪽 무릎을 다친 채로 투혼을 펼쳐 금메달을 따낸 뒤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협회를 통해 받은 검진 결과에서 2~4주면 회복된다던 무릎의 회복은 더뎠고 아픈 채로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 재검진 결과 올림픽 전까지 회복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올림픽을 준비했다. 그가 무릎 부상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대표팀에게 실망감을 드러낸 이유다.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어요. 올림픽 전까지 나을 수 없었죠. 제 부상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게 많이 실망했어요. 저는 배드민턴 발전과 제 기록을 위해 나아가고 싶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어요.”
이후 안세영은 선수 육성과 훈련 방식이 단식·복식별로 달려져야 한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협회가 대회 출전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의사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배드민턴은 단식과 복식은 다른 체제에서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근력 운동 프로그램이 1년 365일 똑같고 배드민턴 훈련 방식도 몇 년 전과 똑같아요. 오히려 부상 위험이 큰 방식이죠.”
그동안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선배들의 라켓 줄이 끊어지면 교체하거나 선배의 빨래를 대신하는 관습에 대한 개선이나, 코치진과 직접 소통, 선수촌 외부 재활 허용 등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또 개인 후원 계약 제한 등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은 신인 선수의 계약 기간을 대졸 선수는 5년, 고졸 선수는 7년으로 고정했다. 계약금은 각각 1억 5,000만원, 1억원을 넘길 수 없다. 이를 완화하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것.
“제가 목표를 잡고 꿈을 이루기까지 원동력은 분노였어요. 제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습니다. 선수들에게 꾸준한 기회를 주면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줘야 해요. 저는 누군가와 전쟁을 하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사격 정복한 MZ세대
반효진 역대 대한민국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이자 역대 대한민국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다. 2007년생으로 16살인 반효진(대구체고)은 3년 전 사격을 시작해 여자 사격 공기소총 10m 부문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지난해 고관절 인대가 늘어나고 무릎에 물이 차 한 달 넘게 운동을 쉬었지만 대신 부상에 대처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얻었다고.
오예진 한국 사격의 첫 금메달을 명중시킨 2005년생 사수 오예진(IBK기업은행)은 여자 공기권총 10m의 왕좌를 차지했다. 그는 파리 올림픽의 깜짝 스타다. 지난해 고교 대회 9관왕을 차지한 유망주지만 나이도 어리고 국제 무대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 랭킹도 35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긴장한 내색 없이 냉철하게 과녁을 조준해 올림픽 기록을 새로 썼다.
양지인 “사격 하면 가장 먼저 내 이름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파리로 떠난 양지인(한국체대)은 여자 사격 권총 25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생인 그는 중학교 1학년 때인 2017년 수행평가로 사격을 경험한 뒤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