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입장
“사고력은 책과 대화에서 나온다”
김재욱 전주여울초등학교 교사
반대 이유는 무엇인가?
16년 차 초등교사이자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전면 반대한다.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는 철학자 헤겔의 말도 있지 않나. AI를 활용해 아무리 좋은 내용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해도 결국 학생들 눈에는 ‘디지털 기기’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덴마크 아동교육부는 0~6살 어린이의 영상 시청 증가에 따른 악영향을 막기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 과의존은 결국 적절한 두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기 과의존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인가?
디지털 기기 과의존은 소위 4C(비판 능력, 창의력, 소통 능력, 협력) 역량을 기르는 데 방해가 된다. 글을 책으로 볼 때와 화면으로 볼 때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다르다. 기억력과 사고력, 감정 조절과 문제 해결 등 고등 정신 작용을 관장하는 전두엽은 인간이 종이책을 읽고 생각을 곱씹으며 다른 사람과 토론할 때 훨씬 더 활발히 활동한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산물이라는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챗GPT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간혹 좋은 질문을 해도 잘못된 답변이 나오는데 인간은 이를 읽고 해석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빌 게이츠도 “사고력은 책과 대화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만들고 AI를 개발한 사람들도 모두 책을 읽고 사람과 소통하며 자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프로필
전재욱 교사는 4학년,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이자 16년 차 초등교사다. 책 읽기와 글쓰기, 우리말을 사랑하는 교육 전문가다.
찬성 입장
“시행착오를 거쳐 개선되기 마련이다”
김묘은 디지털리터러시협회 대표
천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 ‘디지털이 아동·청소년 시기에 유용한가, 유해한가’의 논쟁은 부적절해 보인다. 올바른 질문은 ‘디지털은 어떤 면에서 유용하고, 어떤 면에서 유해한가’가 돼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양날의 검으로,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닌 사용자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반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우리 삶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시대적 흐름이라는 의미인가?
부모들은 학습에 방해가 될까 봐 우려하지만, 자녀들이 디지털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청소년기부터 디지털 기술에 익숙해지도록 교육하고, 긍정적 활용을 가르치는 것은 현시대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어떤 식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보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선행해야 한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효율적인 교육 환경과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자동화된 평가 시스템은 교육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초기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동차 사고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볼 수도 있지만 안전한 이용을 위해 도로를 정비하고, 교통법을 만들고, 교육을 했던 것처럼 모든 변화는 궁극적으로 시행착오를 거쳐 개선되기 때문이다.
‘단계적인 도입’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
기기와 네트워크 등 인프라 확보, 교사·학생·학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 등등 노력이 따르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에 대한 잘못된 인식, 코로나19 당시 온라인 수업을 경험하며 생긴 불신으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종이 교과서와 AI 디지털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선도 학교 공모 등을 통한 성공 사례를 공유해 확산시키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다.
프로필
김묘은 디지털리터러시협회 대표는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국무총리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며 서강대학교 디지털리터러시연구센터 부센터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