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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과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2025년 초·중·고교 수학·영어·정보 교과의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On August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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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초·중·고교에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기술인 인공지능(AI) 기술을 응용한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교육 일선에서는 여러 이야기로 술렁이고 있다. 과목별 특성에 따라 AI 기술을 적용해 학생별 ‘맞춤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목적이다.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지식 학습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수업을 토론과 프로젝트 형식으로 이어간다는 기대감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현실 경쟁 속에서 학습 동기가 부족한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고 토론을 벌이겠냐는 문제 제기와 함께 스마트 기기 중독, 독서 몰입력 저하, 문해력 침해 등의 우려로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유보에 대한 청원은 이미 5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왜 찬성할까

태블릿 PC 등은 이미 많은 학교에 대중적으로 보급된 디지털 기기다. 그중 쳇GPT 기술은 대화형이라는 강점으로 학생들 사이에서도 접근이 용이해 AI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개인별·수준별 정보 획득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영어 과목을 예로 들어보자. 수준이 각기 달라 여러 친구 앞에서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심리적 부담감을 가졌던 학생들도 AI와 함께 개인별 맞춤 수업을 시행하면 한결 자신감 높은 효율적 수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기 어려운 경제적 약자에게도 디지털 환경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교과서는 배경지식을 추가로 설명하는 기능 등이 다양해 지식이나 어휘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갖가지 영상과 음성, 이미지 자료를 활용한 입체적인 수업도 가능하다. 수업 내용을 저장해 언제든 학생 상황에 따라 반복 학습이 가능하므로 효율적인 관리에 도움이 된다. 또한 수업 시 궁금증이나 질문에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인 수업 목표를 따라가기 힘든 학생이라면 미리 챗봇과 개별 학습을 진행해 일정 수준으로 따라갈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학습자인 학생의 수준과 현 상황을 AI가 진단하고 평가해 취약점을 찾아내 맞춤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반대할까

지식을 다루는 효율성과 합리성만으로 교육 성과를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반대쪽의 목소리다. 영상과 소리로 동시에 많은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는 디지털 기기는 어린 나이일수록 한 번에 받아들이기에는 자극이 너무 많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영상들은 창의성이나 상상력을 키울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를 아이의 손에 쥐어주고 끝나는 것이 교육이 아니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정서적 교감을 이루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과 영상을 보는 아이들의 전두엽 활성도를 비교한 실험에 따르면 차이가 극명하다. 디지털 기기는 몰입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려 어휘력, 독해력, 문해력도 낮아지게 만든다는 것. OECD의 2015년 보고서는 학교에서 컴퓨터를 적게 쓰는 나라가 많이 쓰는 나라보다 오히려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 학교들도 디지털 기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학교에서만 써야 한다고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거나 유해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인터넷 도박 등에 중독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스스로 과제를 하기보다는 AI에 의지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주도적 학습에 방해를 받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디지털 기기의 툴을 이용해 학생 스스로 주체가 돼 새로운 것을 학습해야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갑작스레 온라인 수업을 경험한 부모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케어하지 않으면 게임이나 채팅 등 엉뚱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을 목격했던 불편한 기억이 남아 있다. 읽기가 제대로 안 되는데 편하게 음성 지원이 된다거나, 맞춤법을 저절로 고쳐주는 기술 지원을 받다 보니 오히려 읽기와 쓰기 등의 학습 능력이 저하됐다는 사례들도 등장했다. 편하고 빠르다는 이유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고 몰두한다면 지식의 양은 늘어날지라도 활용 능력은 떨어진다는 걱정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스웨덴은 디지털 도구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디지털 교육 선도국이었다. 하지만 태블릿 PC, 온라인 검색, 키보드를 활용한 교육 방식이 문해력 저하를 가져온다는 지적이 계속 터져 나왔고, 실제로 디지털 교육 도입 이후 학생들의 성적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기를 일찍 접한 아이는 그 부작용으로 기본 문해력과 쓰기 수준이 저하됐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스웨덴 정부는 최근 종이책 수업과 독서 시간, 필기 연습 등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6살 미만 유아에 대한 디지털 학습 의무화의 기존 방침을 ‘완전한 중단’으로 뒤집었다. 캐나다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표현이나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한 쓰기 수업을 다시 필수 교육과정으로 되살려놓았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핀란드, 이탈리아 등도 교실 내 모바일 기기 금지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반면, 디지털 기기 교육을 확대하는 나라도 있다. 폴란드와 싱가포르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노트북컴퓨터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개시했는데 두 나라는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의 읽기, 문해력, 연구 평가에서 EU 국가 1위와 글로벌 1위를 각각 차지했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는 교육 현장에 챗GPT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 뉴욕시 교육부와 시애틀의 일부 공립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챗GPT 차단 조치로 금지령을 내린 것과는 또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의 교육 현장 도입은 전 세계가 혼란을 겪고 있는 교육계의 핫이슈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AI 교과서 도입 성공에는 여러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학생별 맞춤 수업으로 자칫 잃을 수 있는 협업 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제공해야 하며, 디지털 기기 중독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통제 수단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영상 세대로 불리는 학생들을 능가하는 교사의 AI 활용 역량도 필수적이다. 디지털 기기의 편리한 학습이 학습자의 인내심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진다. 글의 행간에 숨어 있는 소중한 의미를 학생 스스로 생각해 찾아내기보다 AI가 찾아주기를 기대하다 보면 집중과 몰입, 창의적 마인드를 잃을 수 있다는 따끔한 주의도 잇따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 기술만이 아니라 한 인간을 전인적으로 키우는 데 더 큰 목적을 가지고 있다. 지식이나 정보로 대체될 수 없는 인격이나 인성,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분별력과 타인을 배려하는 정서적 능력 등을 결코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종이’ 교과서 대신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AI 교과서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긍정적이다 21.4%
부정적이다 21.4%
중립적이다 57.2%

AI 교과서가 현재 교육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학습 효율성 증가 7.1%
개인 맞춤형 교육 가능 35.7%
학생들의 기술 이해도 향상 7.2%
시대적 흐름이다 50%

AI 교과서 도입 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 6.1%
기술적 오류 12%
교사의 역할 감소 12.3%
비용 문제 3%
학생들의 학습 능력 저하 21.2%
학생들의 태블릿 PC 중독 18.2%
학생들의 눈 건강 악화 12%
학생들의 창의성 및 비판적 사고 저하 12.2%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5.9%

현재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AI 교과서 도입을 유보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기존 종이 교과서를 폐지하지 않으면 AI 교과서는 수업에서 보조적 도구로 쓰인다고 밝혔습니다. 반대 청원에 대한 생각은?
코로나19 당시 줌 수업도 시행한 바 있다. 시행해볼 만하다 15.4%
여러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을 지지한다 15.4%
점차적으로 시행한다면 오히려 바람직하다 46.2%
공공 교육에서까지 디지털 기기 의존이라니, 당연한 반응이다 15.4%
시대적인 흐름인데 이해할 수 없다 7.6%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유정임(<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유튜브 <유정임 채널> 운영)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08월호
2024년 08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유정임(<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유튜브 <유정임 채널> 운영)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