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려고 핑곗거리를 찾게 되고,
할 수 있는 순간 방법을 찾는다.”
모바일 쇼호스트 박채완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오전 5시에 일어나 두 딸의 아침 식사를 차려놓고 방송 준비를 위해 집을 나선다. 숍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치고 리허설을 시작하면 오전 9시. 오전 방송을 마치고 나면 다시 다음 방송을 위해 공부한다. 해당 제품과 회사에 대한 공부는 물론 다른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다른 진행자의 화법이나 MZ세대의 용어도 꼼꼼히 알아둔다. 여전히 모든 방송을 오디션에 임하듯 열심히 해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된 커리어이기에 오늘 하루도 후회 없이 보낸다.
커리어에 대한 열망
“10여 년 전에는 프리랜스 쇼호스트로 활동했어요. 지금 첫째가 11살인데 임신하기 전까지는 홈쇼핑 회사에 들어가 쇼호스트로 일하고 싶어 입사 시험도 몇 번 봤죠. 그런데 매번 떨어졌어요. 그러다 아이를 낳고 커리어가 그냥 끊겨버렸어요. 제대로 이뤄낸 것 없이 끝나버린 셈이죠. 그래도 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필라테스 강사와 어린이 뮤지컬 디렉터로 커리어를 이어갔어요. 그러다 팬데믹을 지나며 심리적으로 더 힘들어졌어요. 제가 꿈꿨던 커리어를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집에만 머물고 있는 것 같았죠. 그때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를 보다가 ‘김사부’(한석규 분) 대사를 듣고 정신을 차렸어요. “포기하는 순간 핑곗거리를 찾게 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방법을 찾는다.” 하고 싶은 일이 분명히 있음에도 포기하기 위해 계속 핑계를 대고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경력 단절에 멈추지 않고 커리어를 시작할 방법을 찾게 됐죠.”
쫄지 마, 경단녀
“모바일을 통해 방송하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오랜 시간 쇼핑 호스트를 꿈꿨던 저에게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새로운 기회가 돼주었죠.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TV 홈쇼핑보다 더 매력적이었어요. 하지만 경단녀인 제가 새롭게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죠. 경력을 쌓기 위해 처음에는 무보수로 일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저는 제 꿈을 접을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자비로 라이브 커머스 콘텐츠 영상을 만들기로 했어요.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제작사에 돌렸고, 제 능력을 알아봐준 제작사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죠. 사실 경단녀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간다는 건 쉽지 않아요. 하지만 걱정되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스스로 외쳐요. ‘쫄지 마!’ 그렇게 불안한 요소를 하나씩 격파해가는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두 딸에게 ‘되고 싶은 여성상’을 물었을 때 ‘엄마’라는 답을 듣고 싶어요. 제 인생 목표이기도 해요.
자신을 믿어라
“믿을 건 자기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남편과 딸은 소중한 존재지만 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저예요. 고민이 있을 때 친구에게 마음을 털어놓아도 마음속 깊은 곳에 맺힌 알맹이는 풀어지지 않거든요. 헛헛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스스로 꽉 채워야 해요.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일을 다시 시작하기가 두려운 경단녀들이 있을 테지만 저울질하며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건 애초에 잘못된 질문이에요. 삶에 큰 물줄기가 있다면, 그 물길을 잘 가면 되는 거죠. 가족과 함께 물줄기를 잘 따라 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