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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 이제훈의 <탈주>

On August 08, 2024

나는 배우로서 사는 삶과 인간으로 사는 삶의 간극이 거의 없다.
쉬지 않고 일을 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행복감이 커서 그렇다.
그것이 배우로서의 힘을 키우는 근간이다.

배우 이제훈이 안팎으로 열일 행보 중이다. 드라마, 영화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섭렵한 그는 자신이 소속된 컴퍼니온의 대표이기도 하다. 컴퍼니온의 소속 배우로는 이동휘가 있다. 그는 에이전시 설립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소속사를 자주 옮기지 않고 지속 가능한 커리어를 쌓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립 이후 후회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여전히 추진력 있는 모습으로 매니지먼트 업무를 병행 중이다. OTT 드라마 시리즈와 영화 제작에도 도전 중이다.

물론 본업도 열심히 한다. 최근 그가 출연한 영화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 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북한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렸다. 군사분계선 인근 최전방 부대에서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중사 규남은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을 벗어나, 실패하더라도 원하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 곳으로의 탈주를 꿈꾸는 인물이다.

그동안 이제훈은 보통의 공감을 자아내는 캐릭터를 그려내며 관객과 교감해왔다. 성장기를 관통하는 불안과 아픔을 그린 <파수꾼>, 서툰 첫사랑을 그린 <건축학개론>, 용기와 협기로 일제에 맞선 <박열> 등 영화와, 과거와 무전을 주고받으며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시그널>, 악을 응징하는 대리 복수로 사이다를 선사한 <모범택시> 등 드라마, 그리고 한국 수사물의 원조 드라마 <수사반장> 속 최불암 캐릭터의 젊은 시절을 그려낸 <수사반장 1958>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성실한 모습을 보여왔다.

자신의 길을 천천히 흔들림 없이 가고 있는 이제훈을 만나 근황을 들었다.

영화 <도굴>(2020)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벌써 4년이 지났다. 큰 화면에 좋은 사운드가 입혀지니 역시나 강렬하더라. 오랜만에 무대 인사를 통해 만난 팬들에게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액션 장면이 많아서인지 스크린 속에서 점점 체중이 감량되는 게 느껴지더라.
먹는 걸 좋아한다. 평소 운동을 통해 몸 관리를 해왔는데 이번 작품은 먹는 부분에 있어 자유롭지 못했다. 극의 내용 역시 탈주가 시작되고 2박 3일 동안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극한의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점심시간 촬영장 밥차에서 엄청 맛있는 냄새가 날 때마다 고통스러웠지만 절제하며 촬영에 임했다.

극 중 규남은 왜 탈출하려고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을 찾았나?
촬영하면서 인간 혹은 배우로서 내 모습을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 규남은 자유를 꿈꾼다. 내가 과거에 배우라는 직업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 대부분이 응원보다는 걱정을 많이 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내가 열심히 한들 이룰 수 없는 꿈같은 것이었다. 20대 때 군대를 다녀온 뒤에도 특별히 경제활동을 못 했다. 그럼에도 배우라는 꿈을 접지 못하겠더라. 무일푼이었지만 꿈을 꿨고 맨땅에 헤딩을 했다. 그런 내 삶을 이 캐릭터와 연결하면 어떨까 싶었다.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용기는 인생에서 무척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도전 정신만큼 위대한 것이 또 있을까? 관객들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편영화 감독으로 연출 을 한 경험이 현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시간에 대한 소중함. 감독으로 단편을 찍으면서 시간이 촉박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현장의 변수가 많아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상황들 때문에 늘 시간에 쫓겼다. 현장에서는 우리가 목표한 대로 찍어내는 게 너무 소중하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모든 신에서 최선을 다하게 된다.

<탈주>에서 호흡을 맞춘 구교환 배우는 “이제훈 배우가 영화를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나는 배우로서 사는 삶과 인간으로 사는 삶의 간극이 거의 없다. 쉬지 않고 일을 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행복감이 커서 그렇다. 그것이 배우로서의 힘을 키우는 근간이기도 하다. 영화가 내 삶에 없으면 나를 설명하기 힘들고 앞으로도 내 인생은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행복만 주지는 않는다. 고통도 준다. 그렇지만 영화가 없으면 내 삶이 부정되는 것 같다.

배우로서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상상한 것 이상의 장면이 나왔을 때. 그 희열을 느끼려고 많은 사람이 모여 영화라는 공동 작업을 하는 것 아닐까 싶다. ‘더 잘하고 싶다. 더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더 잘하고 싶다는 목표와 의지가 생긴다. 그런 것들이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아마도 가진 것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잘하는 선후배를 보며 자극을 받는다.

한국 영화의 박스오피스 점령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스크린 쿼터제(1967년 1월 1일부터 영화관에 대해 연간 90일 국산 영화의 상영을 의무화하는 ‘스크린 쿼터제’를 도입했다. 이후 몇 차례 상영 제한의 축소와 확대를 반복하다 1985년 한국 영화 의무 상영 일수가 연간 146일로 정해졌다)를 비롯해 한국 영화는 매해 위기였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관객들이 극장에 오는 횟수가 더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결국 해답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영화인들은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곽희원(프리랜서)
사진 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024년 08월호
2024년 08월호
취재
하은정, 곽희원(프리랜서)
사진 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