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배우 저우싱츠 (주성치)의 팬이다.
어릴 때부터 그의 영화를 좋아했다.
어릴 때 진짜 행복한 순간은
재미있는 비디오를 빌려 과자를 먹으며 보는 것이었다.
배우 주지훈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를 통해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탈출>은 짙은 안개 속에서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생존 스릴러물이다. 극 중 주지훈은 인생 한 방을 노리는 레커차 기사 ‘조박’ 역을 맡았다. 주지훈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색다른 비주얼과 극 중 반려견 ‘조디’와의 깜찍한 팀플레이로 유쾌한 매력을 발휘한다. <탈출>은 배우 이선균의 유작이기도 하다. 이선균은 극 중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안보실 행정관 ‘정원’ 역을 맡았다.
주지훈은 데뷔작인 드라마 <궁>을 시작으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 <공작> <암수살인>, 드라마 <마왕> <하이에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등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하며 강렬한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까칠한 황태자부터 장난기 많은 저승사자, 지능형 살인범, 엘리트 변호사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크랭크업하고 무려 3년 5개월 만에 개봉했다.
떨린다. 여름 극장가가 전쟁터 아닌가. 경력이 오래돼도 늘 긴장된다. 계속 트렌드와 흐름이 바뀌다 보니 그 사이에 영화가 뒤처지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봤다. 팝콘 무비로서 빠른 전개와 통쾌한 마무리가 좋았다. 명확한 방향성도 좋았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코믹한 캐릭터다.
코미디 장르를 좋아한다. 위트 있는 것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인터뷰도 진지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왕이면 위트 있고 편하게.(웃음) 극 중 목소리 톤도 감정을 숨기지 않고 하다 보니 확실히 높게 나오더라. 리얼리티다.
사실 그동안 멋진 이미지를 쌓아오지 않았나. 그래서 감독도 시나리오 줄 때 크게 기대를 안 했다더라.
홍콩 배우 저우싱츠(주성치)의 팬이다. 어릴 때부터 그의 영화를 좋아했다. 더구나 요즘은 다들 살기 힘든 세상이지 않나. 이럴 때 잠시 위트 있는 영화를 보며 한숨 돌리면 얼마나 좋나. 어릴 때 진짜 행복한 순간은 재미있는 비디오를 빌려 과자를 먹으며 보는 것이었다. 그 취지에 맞는 작품이라 선택한 부분도 있다.
얼굴 낭비를 한다는 반응도 있다. 굳이 변신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대본을 읽고 구체화시킨 게 극 중 모습이지 변신을 목적으로 이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다만 외형에 있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고, 무엇보다 나는 그런 것에 거부감이 없다.
영화계 선배들과 잘 지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후배보다 선배를 대할 때 오히려 편하다. 버릇없이 반말하고 그런 게 아니라 기본적인 매너를 잘 지키면 어려울 게 없다는 의미다. 후배를 대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내가 매너를 지키면 후배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어서다. 맞다. 나는 꼰대다.(웃음) 요즘 세상에 매너 운운하는 게 꼰대 아닌가. 누군가가 10분 늦으면 “약속은 지키면 좋은 게 아니라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후배들에게 한다.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아서 더 그렇다.
강아지와 호흡을 맞췄다. 극 중에서 늘 붙어 다녔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프로 조련사가 늘 옆에 있었다. 강아지 복지가 배우 복지 못지않다.(웃음) 휴게 시간도 보장된다. 강아지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은 컷은 소품 인형으로 대체했다.
재난 영화이다 보니 힘든 점은 없었나?
<탈출>은 의외로 규모가 있는 작품이다. 이럴수록 사전에 철저하게 합을 맞추고 준비를 많이 해서 오히려 불편함이 없다. 반대로 잔잔한 수채화 같은 작품은 현장이 빡센 경우가 많다.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큰코다친다. 이번 촬영은 안전상의 이유도 있고, 위험 요소도 있어 준비를 많이 했다.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기도 하다.
내가 선배를 평가하기는 뭐하지만 후배로서 완전히 신뢰가 가는 좋은 배우다. 그리고 작업할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특유의 디테일함이 있다. 똑같은 대본을 누구한테 주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형에게는 그런 맛이 있다.
주지훈의 ‘로코’를 기다리는 팬도 많다. 젠지세대에게 드라마 <궁>(2007)의 밈이 화제다.
명동에서 키스하는 장면이 화제더라. 지금 생각하면 그걸 어떻게 찍었나 싶다. 뉴스에 나오는 영상들도 거리를 찍을 땐 배경을 전부 모자이크하지 않나. 그때는 뒤에 있는 시민들의 얼굴이 다 나와도 싫어하지 않으셨다. 그 시절이니까 가능했다.
영화계가 어렵다. 사실 어려운 것이 꽤 오래됐다. 개인적으로는 그 환경에 어떻게 적응 중인가?
내가 이 상황을 타개할 능력이 있는 게 아니기에 원대한 계획은 없다. 단지 작품을 고를 때 명확한 것은 있다. 요즘 들어 더 확고한데, 기획 의도와 내용이 일치하는 작품에 마음이 간다. 누가 봐도 어두운 작품인데, 제작사나 감독이 그걸 비틀어 다른 콘셉트와 버무리면 그 작품은 선택하기가 부담스럽더라. 리스크가 크다는 생각에서다. 우울하고 진지해도 여전히 사랑받는 작품이 있다. 문화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시대는 영화가 개봉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OTT로 넘어간다. 100개국에서 20만 명만 봐도 2,000만 명이 본 셈이다. 그렇게 넓은 관점으로 생각한다. 잘 팔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작품의 장점을 명확히 알고 그걸 부각시키는 제작자를 선호한다.
제작에도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체화하는 걸 좋아한다. 선배님들이 도전하는 걸 보고 용기가 생겼다. 어느 날 문득 생각해보니 대부분 여가 시간을 감독, 작가, 제작자와 보내고 있더라. 그들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물론 경영은 하지 못한다.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