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이도는 무엇일까
외이도염은 말 그대로 외이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외이도는 귓구멍 입구에서 고막까지 이어지는 통로다. ‘S’ 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어 이물질이 귀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는 구조로 돼 있다. 길이는 3cm에 달한다. 이물질이 들어가면 피지선에서 만들어진 분비물로 귀지를 생성해 이물질을 자연스럽게 밖으로 배출시킨다. 최종욱 관악이비인후과 원장은 “외이도 바깥 1cm는 연골로, 안쪽 2cm는 딱딱한 골부로 구성돼 있다”며 “연골부는 비교적 피부 진피층이 두꺼워 귀를 후빌 때 통증이 덜하지만, 안쪽에 있는 골부는 피부 진피층이 얇고 구멍이 좁아 귀를 후비면 통증이 심하고 피부도 잘 손상된다”고 말했다.
1 귀에 물이 들어가면 세균 번식 조심
외이도염은 외이도에 세균이 침투해 발생한다. 여름철에는 수영장, 계곡, 해수욕장 등을 찾아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귀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경우도 증가한다. 외이도에 물이 들어가더라도 대부분 자연스럽게 빠져나온다. 하지만 일부 남아 있는 물로 인해 습기가 차고 염증이 생기거나 더러운 물이 들어가 물 자체의 균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외이도는 약산성(pH 5)을 유지해 기본적으로 균이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물이 들어가면 산성이 알칼리성으로 바뀌면서 균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염증이 생기기 쉬워진다. 이 상태에서 면봉, 손가락 등으로 귀를 파다 상처가 생기면 균이 더 쉽게 침투해 외이도염이 생기기도 한다.
2 귀통증, 가려움증, 청력 저하 나타나
최종욱 원장은 외이도염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대표 증상으로 귀통증과 가려움증, 청력 저하를 꼽았다. 최 원장은 “외이도염이 악화돼 내부가 부으면 통로가 좁아지면서 고막까지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통증, 가려움증 등이 약하지만 심해지면 극심한 통증, 가려움증뿐 아니라 진물이 생기고 귀가 멍멍해진다. 악취가 나는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한편 악성 외이도염이라는 질환도 있다. 피부는 물론 외이도 뼛속까지 세균이 침범해 안면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고, 상처가 아물지 않고 염증이 심해지면 뇌 기저부 골수염과 뇌졸중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하지만 다행히 일반 외이도염이 악성 외이도염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악성 외이도염은 녹농균에 의해 발생하는데, 주로 고령의 당뇨병 환자나 백혈병 환자 등 면역력이 극도로 저하된 경우에 나타난다.
3 귀에 들어간 물, 어떻게 뺄까
귀에 물이 들어가도 일부러 빼려 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게 가장 안전하다. 최종욱 원장은 “외이도 진피층은 매우 얇기 때문에 일부러 물을 빼려 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생기면 외이도염으로 쉽게 이어진다”며 “귀에 물이 들어가 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라면 머리를 옆으로 눕혀 귓속 물이 흘러나오게 한 후 외이도 입구만 닦으면 귓속 물은 체온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건조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의도적으로 물을 빼고 싶다면 물이 들어간 귀를 아래로 향하게 고개를 기울인 다음 한쪽 발로 뛰어본다. 찬 바람을 약하게 켠 드라이어를 귀에 대고 귓속을 말리는 것도 시도해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깨끗하게 소독된 기구로 귓속을 건조시키고 소독하는 것이다.
4 항생제, 소염제 쓰면 일주일 안에 가라앉아
외이도염은 검이경 등으로 귀 내부를 직접 들여다보면서 외이도가 붉어졌거나 부었는지, 진물과 같은 분비물이 없는지 확인해 진단한다. 외이도 내에 진물이 있으면 이를 채취해 원인균을 밝히고 그에 맞는 항생제를 쓸 수 있다. 더불어 외이도 안쪽 고막이 손상됐거나 안쪽에 고름이 차 있는지 확인하고, 귓바퀴와 주변의 림프샘, 피부도 확인한다. 염증이 심하면 CT와 MRI 등 영상 검사로 주변 조직으로 감염이 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 외이도염은 비교적 치료가 잘되는 질환이다. 최종욱 원장은 “외이도를 건조시키고, 소독하고, 항생제와 소염제를 쓰면 대부분 일주일 안에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균 감염에 의해 농양(고름 주머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최 원장은 “귓바퀴를 앞뒤 또는 위아래로 당겨봤을 때 통증이 극심하면 농양이 생겼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때는 곪은 부위를 째서 고름을 빼는 치료를 한다. 고름을 제거하는 치료는 국소마취 후 진행하기 때문에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최 원장은 “문제는 염증이 다 나아갈 때 몹시 가렵다는 점이다”라며 “이때 자기도 모르게 귀를 과격하게 후비면 염증이 재발할 수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 귓속 후빈다면 면봉으로 1cm 깊이까지만
외이도염이 의심되지만 병원에 바로 갈 수 없을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대처법은 무엇일까? 최종욱 원장은 “서툴게 귓속을 후비거나 직접 항생제 연고를 바르면 염증이 악화될 수 있다”며 “자가 치료가 어려워 최대한 빨리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이도염의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귀를 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이다. 최 원장은 “‘귀는 팔꿈치로 후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 근처에 아예 손을 갖다 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귀가 가렵고 정 후비고 싶다면 딱딱한 귀이개는 절대 피한다. 최 원장은 “부득이 귀를 후비려면 부드러운 면봉으로 외이도 연골부인 바깥 1cm 부위만 조심스럽게 닦으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귓속 이어폰,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는데, 귓구멍에 꽉 차게 끼워 넣지 말고 외이도에 자극을 주지 않게끔 느슨하게 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욱 원장의 ‘여름철 외이도염 상식 5’
1 물이 귓속 약산성을 희석해 세균 번식 잘돼
2 악성 외이도염은 안면신경을 마비시킬 수도
3 면봉으로 귀 1cm까지만 가볍게 닦아야
4 물이 들어간 귀를 아래로 향하게 하고 한쪽 발로 뛰기
5 집에서 항생제 잘못 바르면 오히려 세균 번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