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으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인생에서 때로는 느리게
천천히 살아가도 괜찮다는 것과 낯선 환경과 생활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INTERVIEW
갑자기 귀촌을 결심했다고 들었어요.
풀타임 워킹맘이자 중2, 초3 아들 둘 엄마인 저는 지난해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번아웃이 왔어요. 아이들을 챙기기도 버거워졌고,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조차 힘겨웠어요. 고민 끝에 휴직하고 강원도 인제에 생태 유학을 떠났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왔어요. 남편은 서울에 있는 터라 두 집 살림을 한 셈이죠.
교육 정보는 어디서 얻었나요?
오래전부터 시골 생활, 귀농귀촌 생활에 관심이 있어 각 시도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별 뉴스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EBS에서 방영한 강원도 인제 생태 유학생들의 이야기 편을 보고 집중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폐교 위기에 놓인 지역의 작은 학교들을 살리기 위해 도시 아이들을 유학생으로 받아준다는 이야기에 반가웠죠.
생태유학에서 교육은 어떻게 받았나요? 아무래도 사교육과 멀어지니까 걱정됐을 것 같아요.
물론 겁이 났죠. 강원도 인제 생태 유학생들은 주 2회 화상 영어 수업을 지원받을 수 있어 꾸준히 했고, 태블릿 학습을 시작해 저녁 먹기 전에 30분 정도 매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6개월 동안 아이의 친구들은 더 많은 사교육을 받았을 테니 차이는 느껴지지만 다시 원래 속도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생태교육을 받고 나서 소심한 편이었던 아이가 자신감이 늘었고 밝아졌어요. 30여 명이 있던 교실에서 생활하다가 6명만 있는 교실에서 생활하게 된 덕분인지 예민했던 성향도 조금 누그러졌죠. 아이는 여전히 인제를 그리워하고 있어요.
막상 귀촌하니 예상과 달랐던 점도 있었죠?
날씨에 민감한 생활이었어요. 특히 폭우가 쏟아지거나 폭설이 내릴 땐 집 안에 고립됐어요. 또 어딜 가든 꼭 자가운전을 해야 한다는 게 아쉬웠어요.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 없으니 오히려 도시에서보다 덜 걷게 됐죠. 집에서 5분 거리에 원통 시내가 있어 편의 시설이 부족해 불편한 건 잘 느끼지 못했어요. 택배 배송도 문제없이 빠르게 되는 편이어서 식료품을 인터넷으로 구입하기도 했어요. 다만 아이가 아프면 달려갈 병원이 충분치 않다는 게 늘 불안했어요. 그래서 비상약을 충분히 챙겨두고 있었어요.
시골 생활에서 얻은 것은 뭔가요?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좀 느리게, 천천히 살아가도 괜찮다는 것과 낯선 환경과 생활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 밖에 사람은 최대한 자주 자연 속에 머물러야 하고, 가능하다면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도 느꼈죠.
다시 귀촌한다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요?
주거에 문제가 없는 안전한 집과 현지에서 농사 이외에 할 수 있는 일거리요. 사실 6개월간 마을에서 운영하는 한옥 펜션을 임차해 살면서 힘들었던 적이 많았어요. 펜션으로 이용되던 집이었기 때문에 전기 요금이 어마무시하게 비쌌고요. 집 안에 세탁기를 둘 수 없어 외부의 공용 세탁실에서 빨래해야 했죠. 한겨울에 눈길을 밟고 다니면서 세탁기를 돌렸던 기억이 생생해요. 농사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분명히 정해야 하죠. 농사는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귀촌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언도 해주세요.
시골에서는 도시 생활의 편리함을 모두 누리지 못하는 게 당연하니까 이 부분을 받아들이고 시골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역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도울 수 있어야 해요.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야 하죠. 시골 생활에서 인간관계는 도시보다 밀도가 훨씬 높고 긴밀하답니다. 귀촌하기 전에 다양한 형태로 여러 번 시골 생활을 체험하고 스스로를 테스트해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