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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가 일과 일상의 밸런스를 맞추는 법

“연기와 일상 모두 잘해내고 싶어요.” 천우희는 지금 일과 일상의 밸런스를 맞추는 중이다.

On July 07, 2024

배우 천우희의 ‘맑눈광’ 연기가 극찬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천우희는 이 작품에서 이전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열연한다. 그가 연기한 ‘8층’은 시간이 다 소진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플라잉 요가를 하거나, 가짜 수영장에서 태닝을 즐기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맑눈광의 면모를 보여주며 쇼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도다해’ 캐릭터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천우희는 영화 <신부수업>(2004)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은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다. 영화 <써니>(2011)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충무로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독립영화 <한공주>(2014)로 각종 영화 신인상을 석권한 바 있다.

천우희는 “20년 동안 연기를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연기를 오래 하는 걸 보면 내 길을 잘 찾았다 싶기도 하다. 앞으로도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열일’ 중인 성실한 배우 천우희를 만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에 대한 반응이 좋다.
2년 전에 촬영을 시작했던 작품이라 감회가 새롭다.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8층’ 역할도 ‘맑눈광’ 캐릭터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본능과 유희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이다. 대본을 보면서 ‘놀아볼 수 있겠다’, ‘머리 풀고 놀아보자’라고 생각한 첫 작품이다. 그런데 작품을 분석할수록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덜어내는 작업을 했다. 덧붙여 이 캐릭터는 자칫 잘못하면 혐오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연기하는 인물이 미움받고 싶지는 않았다. ‘저렇게 말한 이유가 있어’라고 납득시키고 싶었다. 비현실적으로 표현해야겠다 싶어 약간은 만화적인 접근을 했다.

왜 늘 어려운 역할만 하나?
그 부분을 고민해봤다. 생각해보니 그 어려움을 스스로 부여해 이겨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편한 길을 갈 수도 있지만 내가 추구하는 건 성장이다. 좌절하고 깨지고 힘든 것을 이겨냈을 때 얻어진다. 내가 미흡하고 미성숙하고 유약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스스로에게 미션을 주고 이겨낼 때마다 강인한 인간이 되는 것을 느낀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일기 쓰고 사색하며 조용히 지낸다. 그러면 회복되는 것 같다. 혼자 사색하는 게 잘 맞는다. 술 마시고 시끄럽게 보내는 게 오히려 공허함을 불러오는 것 같다.

일상은 어떻게 보내나?
내 에너지의 총량을 연기에만 써서 나머지 시간은 주로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연기 외에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걸 알았다. 인간을 표현해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정작 ‘내 삶은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것 같더라. 그래서 최근부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고 싶은 걸 많이 했다. 숙원이었던 스킨스쿠버 자격증도 따고 일본 여행도 다녀왔다. 분명히 얻는 에너지가 있더라. 이제는 하나씩 마음의 동요가 일어날 때 실행하려고 한다. 지금은 그 모든 게 조화롭다.

구체적인 변화의 계기가 있나?
단순하다. 스스로에 대한 어떤 자책과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찰나, 외부적인 실망감이 합쳐지면서 그런 시기가 왔던 것 같다. 모든 것에 의욕이 떨어지고 힘이 빠져 있을 때 오히려 나를 돌아보게 되더라. 지금 생각해보니 번아웃일 수도 있겠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요즘 상태는 어떤가?
아주 즐겁다. 좌절하고 또 추스르고, 그러면서 좀 더 단단해진 것 같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역시 큰 사랑을 받았다.
감사하고 행복하다. 단순히 호응이 좋아서 감사한 게 아니라 앞으로 무슨 역할을 하든 자신감과 책임감으로 할 수 있겠다는 힘을 얻었다.

늘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 그래서 천우희의 연기는 기대하게 된다. 부담감을 느끼나?
부담감은 또 한편으로는 책임감이어서 오히려 동력이 될 때가 있다. ‘이것도 한번 해보자’, ‘잘해낼 수 있을 거야’ 하는 마음이 든다. 의심과 두려움이 있지만, 성취감이야말로 큰 쾌감이다. 그래서 연기를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아쉬움을 채우려고 다시 연기한다.

데뷔한 지 어느덧 20년이 됐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신선하고 기대감을 만드는 배우. 사실 처음에 연기를 시작할 때는 아르바이트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한 게 <써니>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 현장이 유달리 파이팅 넘쳤다. 모든 사람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래서인지 연기가 재미있더라. ‘연기라는 게 뭘까’라는 질문도 스스로 던져보게 됐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집에서 그저 착한 딸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데 그 현장에서 ‘배우’라는 정체성이 주어진 거다. 그 몫이 좋았다. 내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과 진지하게 자기 작업에 충실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내 몫을 잘해내고 싶었다. 그때부터 연기라는 직업이 소중한 내 일이 돼버렸다. 살면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

연기자로서의 계획이나 포부도 궁금하다.
예전에는 계획을 참 많이 세웠다. 그런데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 그래서 반대로 주어지는 상황 속에서 내 인생을 찾아가는 재미가 또 있겠다 싶었다. 그때부터 계획했던 것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방향성만 같다면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내가 도달하고 싶은 곳에 가 있지 않을까 싶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넷플릭스 제공
2024년 07월호
2024년 07월호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