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검이 1인 2역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박보검이 출연하는 영화 <원더랜드>는 탕웨이부터 수지, 정유미, 최우식까지 내로라하는 대세 배우들이 캐스팅돼 일찌감치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만추>를 연출한 김태용 감독의 복귀작이다. 김태용 감독은 세계적인 배우 탕웨이의 남편이기도 하다.
박보검은 극 중 의식불명에서 깨어난 후 다시 마주하게 된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운 ‘태주’ 역을 맡았다. 상대역은 가수 겸 배우 수지다. 첫 연기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극 중 과거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들을 담아내기 위해 촬영 틈틈이 커플 스타일링에 대해 논의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용 사진까지 찍었다는 후문이다.
박보검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후 <구르미 그린 달빛>(2016), <남자친구>(2018), <청춘기록>(2020)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국내는 물론 아시아까지 사로잡았다. 스크린 첫 주연작 <서복>(2021)에서는 세계 최초의 복제 인간으로 등장해 동물적인 연기 감각을 자랑했다. 군 제대 직후 한동안 공백기를 가진 뒤 전역 1여 년 후 뮤지컬 데뷔작 <렛미플라이>를 통해 다재다능함을 과시했다. 그사이 2023년 1월에는 유명 프로듀서 테디(TEDDY)가 설립한 매니지먼트사 더블랙레이블로 소속사를 이적했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보고 싶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한다는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4년 전에 찍은 작품이라 당시만 해도 이런 시대가 올까 싶었는데 오히려 시기적으로도 잘 맞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이 기술에 얽매이거나 이끌려가지 않을까’, ‘인간의 욕심과 욕망으로 인해 오히려 인간의 삶이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등 많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작품이라 망설임 없이 출연하게 됐다.
상대역이 수지다.
그동안 백상예술대상 MC로만 만나오다 연기로 호흡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워낙 성격이 털털한 친구이다 보니 내가 무언가를 이야기하면 피드백을 잘해주더라. 연기적으로도 의견을 많이 내줘서 덕분에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 메이킹 영상을 보면서도 그 당시 재미있게 촬영했던 게 그대로 화면에 녹아 있어 기분이 좋더라.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에서도 만나고 싶다.
‘역대급 비주얼 커플’이라는 찬사가 나오고 있다.
감독님이 연출을 잘해주셔서 둘의 모습이 더 아련해 보이고 예쁘게 보이긴 하더라. 수지 씨와 나도 “우리 진짜 잘했다”, “우리 좀 예뻐 보인다”라는 말을 하긴 했다. 예전에 찍은 작품이라 더 앳돼 보이더라. 극 중 설정처럼 애틋하고 사랑하는 관계처럼 보여 수지 씨와 나도 만족하며 봤다.(웃음)
영화 홍보와 관련된 공식 석상에서 수지와 커플 룩을 종종 입는다. 의도한 바인가?
나는 상대 배우와 ‘톤앤매너’를 맞추는 걸 좋아한다. 행사가 있을 때 서로 의상 사진을 공유하며 맞춘다. 예쁘게 보이면 좋지 않나.
2022년 전역했다. 군대에서 보낸 시간도 궁금하다.
마음을 충전하는 시간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예전에는 나보다 남을 더 챙기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부터 챙겨야 관계도 건강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계기가 있나?
어렸을 때부터 감수성이 발달된 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방이 편해야 나도 마음이 편했다. 나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챙기는 쪽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완벽하게 ‘온앤오프’가 되지는 않지만 예전보다는 스스로에게 포커스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나?
먹는 것도 좋아하고, 뛰고 걷는 것도 좋아한다. 러닝을 하면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린다. 가수 션 선배님과 가끔 달리는데, 잘 아는 동네가 아닌 낯설고 새로운 곳을 달리면 여행 온 기분마저 든다. 거기에서 오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더라.
군대가 개인적인 삶에 영향을 준 것 같은데, 배우로서는 어떤 영향이 있었나?
예전보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더 대담해졌다고 해야 할까. 작품, 장르, 역할 등 해보고 싶은 게 더 많아졌다. 군대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니 살아온 이야기에도 집중하게 되더라. 어렸을 때보다 확실히 공감대가 넓어졌다. 연기적으로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어느덧 30대가 됐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기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슬프지도 않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내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다. <원더랜드>를 보면서도 ‘저때는 (피부가) 좋았네’ 싶더라. 어릴 때 더 많은 작품을 더 바쁘게 했어야 했나 싶기도 했다.(웃음)
VIP 시사회 때 지인이 정말 많이 왔다. 기분이 어땠나?
정말 감사했다. 데뷔 때부터 알고 지낸 감독님들을 초대했는데 거의 다 오셨다. 마음이 울컥하더라. 또 대학 친구, 군대 지인들, 연기자 선후배님들이 한자리에 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고 고마웠다. 주변 분들을 다 모실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래서 그날 텐션이 좀 높았었다.(웃음)
인생 좌우명은?
군대에 다녀온 뒤 오랜만에 연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그 시간 동안 현장이 그립기도 했다. 좌우명이라기보다 “박보검이라는 배우랑 오랜만에 일하니까 너무 좋다”, “같이 일하고 싶었다”는 말을 듣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좋은 에너지, 긍정적 영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