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은 우리 몸 내외부 문제와 밀접
면역력은 우리 몸이 외부 침입자인 바이러스, 세균, 기타 병원체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방어기제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병원균이 몸속으로 침입하지 못하게 하고, 병원균이 몸속으로 침입하면 재빨리 싸워 퇴치함으로써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면역력은 몸의 내부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면역력은 우리 몸 내부의 문제를 막기 위해서도 예민하게 조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면역력이 부적절하게 높으면 알레르기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이 생길 수 있고, 부적절한 염증으로 혈관 노화를 초래하기도 한다”며 “면역세포는 암세포를 찾아서 미연에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면역 기능에 심한 문제가 생기면 병독성이 약한 미생물에 쉽게 감염될 수 있고 카포지육종(피부에 생기는 악성종양)과 같은 암에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면역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자연면역’으로 불리는 선천면역 반응과 ‘획득면역’으로 불리는 후천면역 반응이다. 우리 몸에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균이 침입하면 가장 먼저 선천면역 반응이 작동한다. 일반적으로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가 우리 몸에 침입한 병원균을 탐지하고 이후 NK세포가 등장할 때까지를 선천면역 반응으로 본다. 선천면역 반응으로 병원균이 퇴치되지 않으면 우리 몸은 2차로 후천면역 반응을 통해 병원균을 퇴치한다. 후천면역 반응에는 림프구에 속하는 B세포와 T세포가 관여한다. 이처럼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1, 2차에 걸쳐 작동하게 돼 있지만,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면역 체계 약해지면 감염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발생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무너지면 다양한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정희원 교수는 “면역 체계가 약해지면 외부 병원체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감염성 질환과 만성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면역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걸릴 수 있는 주요 질환은 감염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만성질환, 암이다”라고 했다.
감염성 질환은 병원체 감염으로 발생하며 다른 생물체에 전파되는 질환을 말한다. 감염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 종류에 따라 세균성 질환, 바이러스성 질환, 진균성 질환, 원생생물성 질환 등으로 구분한다. 정 교수는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기, 독감, 폐렴과 같은 바이러스 및 세균 감염에 걸리기 쉽다”며 “이들은 신체 주요 장기를 침범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체계가 잘못된 인식을 해 자신의 신체 조직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류머티즘성관절염, 루푸스, 다발경화증 등이 대표적이다. 류머티즘성관절염은 손과 손목, 발과 발목 등을 비롯한 여러 관절에서 염증이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루푸스의 정확한 이름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로, 면역계 이상으로 피부, 관절, 신장, 폐, 신경 등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다발경화증 또한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다발경화증은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탈수초성 질환(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싼 절연 물질인 수초가 탈락하는 질병)의 한 종류인데, 주로 젊은 층에서 발생한다.
만성질환과 암도 면역력과 관련돼
면역 시스템의 이상은 만성질환으로도 이어진다. 정희원 교수는 “면역력 이상이나 만성 염증은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며 “혈관 손상으로 심뇌혈관 질환이 조기에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만성질환의 대표 격인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인슐린의 정상적 기능이 이뤄지지 않는 대사 질환이다. 혈중 포도당의 농도가 높아지는 고혈당이 당뇨병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고혈압은 18세 이상의 성인에서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또는 확장기 혈압 90mmHg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심혈관 질환은 심장과 주요 동맥에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하는 말이다. 심혈관 질환에는 관상동맥(심장동맥)의 내부 지름이 좁아져 심장근육으로의 혈류 공급에 장애가 생기는 협심증, 심장 혈관이 갑자기 막혀 심장근육이 손상되는 심근경색증 등이 있다.
암 역시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약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정 교수는 “면역 체계는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면역력이 약해지면 이런 기능이 저하돼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며 “40~50대는 유방암, 대장암, 폐암 등의 발생률이 증가하는 시기이므로 정기적인 검진과 함께 면역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면역력과 밀접한 질환으로 알레르기질환이 있다. 알레르기질환은 면역 시스템이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에 과도하게 반응해 일어나는 것이다. 아토피피부염, 기관지천식, 꽃가루 알레르기 등이 이에 속한다. 아토피피부염은 가려움증과 피부건조증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환경적·유전적 요인, 면역학적 이상과 피부 보호막 이상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천식은 특정한 유발 원인 물질에 노출됐을 때 기관지 염증에 의해 기관지가 심하게 좁아져 기침, 천명(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이 원인 물질인 작은 꽃가루를 코나 기도를 통해 들이마실 때 발생하는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이다.
정희원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내과학 석사 학위, KAIST(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문교수이기도 하다.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지속가능한 나이듦> 등의 책을 냈고,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CBS TV 시사·교양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등의 방송 출연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